2014. 9. 5.쇠날. 구름 조금

조회 수 664 추천 수 0 2014.10.06 17:37:07


 

가을볕은 긴 긴 길이어서

늘 아스라해지는 듯.

 

이 가을에도 풀은 계속 오릅니다.

무밭에서 풀을 뽑았습니다.

 

아침 9시까지 보내기로 한 글이 한 편 있었는데,

미적미적하다 닥쳐서야 두어 시간 써서 보내고.

사흘째 내리 하고 있는 복숭아 일,

오늘도 통조림을 한 솥단지 더 만들었지요.

냉장고에 넣었던 통조림들 마을 할머니 몇 분께 나눠도 드리고.

막 점심 밥상 물리고 교무실.

오후엔 교무실 일 중간에 부엌에 건너가 포도효소를 담았더랍니다.

학교 마당가에서 키워 거둔 포도알을 다 따내

씻고 건지고 설탕 버무리고.

이웃에서 포도 선물이 또 들어오기도 하였군요.

 

반장일.

산마을에서 홀로 공부하며 산마을 반장일을 보던 아이가 학교를 가고

그가 하던 마을 반장일이 이제 물꼬 어른들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오늘은 소사아저씨가 일을 가져와 마을에 전화번호부 돌렸더라지요.

 

158 계자 후일담은 계속 되는군요.

오늘은 품앗이 민우샘의 소식 몇 줄.

 

물꼬, 참 드라마 같은 신기한 경험이었어서 더욱 모든 일에 감사하게 됩니다.

(생략)

그 전날까지 신청이 마감이었고 '교원대 샘들은 따로 연락달라' 는 글을 보고는, 급하게급하게 신청을 해서 저를 마지막으로 품앗이샘이 마감됐던,

참 드라마 같은 전개가 이제 돌아보니 너무 신기하고 감사하네요. 마치 물꼬에 오게 될 운명이었다는 것 같은?

갑자기 무슨 신이 나서 샘께 글을 쓰고 있는지 저도 참 궁금하고 당황스럽습니다.

이렇게 감명 깊었던 경험을 한 게 처음인 거 같아서 그런것 같기도 하고, (생략)

글을 쓰고 있는데 꾸준히 대화 나누고 있는 태희, 가온이에 이어서 오늘은 반가운 현지가 연락이 왔네요.

아이들을 좋아하고 뭔가 해주고 싶어하는 마음은 가득한데 표현이 서툴렀던,

그래서 힘들지 않을까 싶었는데도 참 빠른 속도로, 본인만의 방법으로 여러 아이들과 가까워지고 소통했던 현지.

아이들을 보는 행복도 있지만, (사실 몇 차이 나지도 않지만) 새끼일꾼 친구들을 만나고 지켜보는 행복도 물꼬의 큰 선물인 것 같습니다.

(생략)

이번 학기, '교육학개론', '특수교육학개론', '유아교육의 이해' 같은,

물꼬에서의 경험들이 저에게 풍족한, 큰 자산이 됐음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 줄 강의들이 여럿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름 계자의 기억과 함께, 학교에서도 더 많이 생각하고 노력해 겨울계자에서 더 성장한 민우쌤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들이 함께했던 뜨거운 여름날!

곧들 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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