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책의 서평쯤 되었을 겁니다.

‘작가가 어떤 세계, 혹은 자신이 겪었던 세계의 일부를 세공하거나,

하여 탐스럽게 쟁반을 내밀면,

오늘 읽다가 눈물을 흘린다면,

그건 이념이 같아서가 아니라 당신이 인간이기 때문’이라는 마지막 단락.

살아갈수록 우리는 인간 일반으로 더 많이 만나는구나 싶은...


몇이 명절 인사를 다녀가고,

성묘를 다녀오고,

그리고 마음에 내내 걸리던 구석 먼지들을 털었지요,

부엌 곳간이며, 부엌 뒤란 비닐하우스며,

교무실 쌓여있던 옷들이며...

누군가 기웃거리기라도 할라치면 낯 붉혔던,

아일랜드행과 계자와 연수를 핑계로

너무 방치해두고 있던 흔적들...

'청소의 핵심은 후미진 곳'이라고 아이들에게 늘 말하면서

정작 자신의 손은 거기 닿지 못하기 일쑤.

지나치게 흉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는, 아무쪼록.


한가위 이튿날은 사람들과 대덕산에 올랐습니다.

경북 김천과 전북 무주의 경계를 이루는 산.

옛날에는 다락산, 다악산으로 불리었고

정상에는 기우단이 있었다고 전합니다.

덕산재로 들어갔지요, 주치령(走峙嶺)이라는.

김천에서 무주로 넘어가는 고개가 부항령이 하나이고 다른 하나가 덕산재.

고개 근처 ‘덕산'이란 마을도 있고,

마을 앞에 대덕산이 있기도 하고,

모두 덕을 쌓고 살자는 염원이 덕산재 이름을 낳았다고 합니다.

주치령이라 불린 건 옛적 산적이 자주 나타났다는데,

그때 고개 아랫마을까지 빨리 달려가야 살 수 있었다 붙여졌다나요.

대덕산이 있는 무풍면은 남사고의 십승지지 중 하나.

남쪽에서 지리산을 출발해 올라온 백두대간이

남덕유에서 북덕유까지 20㎞의 장쾌한 능선으로 이어집니다.

대간은 중봉 못 가 백암봉에서 방향을 틀어 빼재로 향하지요.

빼재(신풍령, 수령(秀嶺)이라 새긴 커다란 돌도 서있음)-수정봉-호절골재-산봉상-소사고개-삼도봉-대덕산-약수터-덕산재.

가파른 산죽들을 헤치며 오르니

펑퍼짐하면서 둥그스레하고 넓직한 공터가 나타납니다; 투구봉

남쪽으로 소사고개를 사이에 두고 덕유 삼봉산과는 마주하고 있지요.

이웃한 삼도봉(초점산, 1,249m)과 함께 산세의 규모가 커 퍽 웅장도 한.

백두대간 주능선과는 달리 투구봉(1,276m)을 찾는 산꾼들은 아무래도 드문가

정상에서 부부를 만난 게 전부였지요.


한가위 연휴가 주말로 이어져 여행들을 많이 떠난 모양.

천리포를 들먹이고 있었더니 그 바닷가로 여행을 떠난 이가 보낸 메일이 닿았군요.

‘다시 찾은 바닷가는 액자 속의 풍경처럼 낯설었다.

색 바랜 앨범을 넘기듯 추억속의 이야기들을 찾아 두리번거렸지만

해후는 철 지난 바닷물처럼 차가웠고 다시 뜨겁고 싶다는 열망만이 따끔거렸다.’

그리고, 스무 살의 여행을 떠난 품앗이의 메일도 하나.

‘여행까지 다 끝마치고 일상이 코앞에 다가왔을 때 엉엉 울어버렸어요.

다시 물꼬 가고 싶다고 애처럼 울었어요.

뒤늦게 느낀 계자의 여운인지, 물꼬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인지,

1학기 때 학교에서 겪었던 외로움 시간을 다시 해야 한다는 불안감인지 막 서럽더라구요.

그렇게 한참을 엉엉 울고 마음을 다 잡았어요.

그래, 이 사람들 계속 만나야해. 내가 더 힘을 내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야해.

외로운 학교생활 바꿔야해. 이왕 다니는 거 즐거워야해.

지금은 괜찮아요^^ 여름의 그 질감이 아직 깊이 남아있어서 저를 힘내게 해요.

보고 싶어요, 옥샘^^ 사랑해요.’

“그래, 그래, 나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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