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10.물날. 맑음

조회 수 868 추천 수 0 2014.10.08 06:24:44


어제는 사람들과 대덕산 투구봉을 올랐고,

오늘은 수도산 언저리로 버섯산행을 했습니다.

속리산의 김소장님 건너와 안내를 맡으셨더랍니다.

가물어 버섯이 귀한 대신 더덕을 한 아름 안고 왔지요.

그런 속에도 꾀꼬리버섯과 영지버섯과 싸리버섯 좀.

소장님은 학교 뒤란에 심어두라 진삼을 두 뿌리 챙겨도 주셨습니다.

일전에도 백작약이며 산당귀며 산삼을 심으라주셨더랬지요.

고맙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차회도 열었군요.


가을인 겝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가 자주 흘러나오는 걸 보면.


눈을 뜨기 힘든 가을 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 전화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할까

창밖에 앉은 바람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


가끔 두려워져 지난 밤 꿈처럼 사라질까 기도해

매일 너를 보고 너의 손을 잡고 내 곁에 있는 너를 확인해

창밖에 앉은 바람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

널 만난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 걸

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 좋은 것은 없을 거야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노르웨이의 Anne Vada 가 부른 ‘Dance towards Spring’를

1995년 Secret Garden 이

1집에서 "Song from Secret Garden"에 ‘Serenade to Spring"으로 연주하고

국내에도 바리톤 김동규가 부른 것이 널리 알려진.


가을입니다.

책도 손에 좀 쥐어보지요.

<갈라파고스로 간 철학자>(신승철/서해문집,2013).

철학이란 세상을 관조하는 창이 아니라 세상과 접속하는 작은 뒷문이랍니다.

해서 철학이 삶과 유리되어 있지 않음을 증명하는 생생한 현실,

그러니까 육식, 탄소 중독과 에너지 위기, 성장 같은 현대문명을 진단하고

철학사 전반을 재검토하면서 대안을 찾는 작업을 수행합니다.

폐쇄된 동물실험실 환경을 플라톤의 ‘이데아’론과 접목시키고,

공장식 축산업에서 동물을 ‘고기를 생산하는 기계’처럼 간주하는 태도를

데카르트의 ‘자동기계’ 개념으로 그 기원을 추적해보고,

라이프니츠의 ‘단자론’을 통해 동물복지와 동물권에 어떠한 근본적인 관점의 차이가 있는지,

피터 싱어의 ‘공리주의’를 통해 생물종 간 차이와 차별의 문제를 생각해보고,

들뢰즈 가타리의 ‘되기’ 개념을 통해

인간 욕망의 야성성, 소수자라는 존재의 특이성에 대한 고찰까지 추적하는 식.

진짜 재난은 바이러스가 아닌 게지요.


나치의 핵개발 시도는 니체의 초인 사상이 사실상 핵을 통해 완결될 수 있다는 점을 직관적으로 응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주 국지적이고 부분적인 영역에서 원자들의 충돌이 연쇄반응으로 전체 사회를 파괴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원자폭탄의 원리는, 사실은 가치 창조자이자 가치 파괴자인 초인 사상의 궤적을 따른다. 핵에너지는 생명과 생태계의 원리와 무관하게 색다른 움직임이 창조될 수 있다는, 양자 수준의 가치 창조자인 초인의 다른 모습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핵에너지는 파시즘의 숨결을 갖고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p.309)


책은 생태 감수성이 뒤떨어진 사회가 파시즘적 유혹에 얼마나 허약한지,

자연 생태에 관한 우리 사회의 태도가

결국 정치의 민주주의와도 직결되어 있음을 일깨웁니다,

플라톤의 이데아와 데카르트와 라이프니츠의 단자론과 피터 싱어의 공리주의와

들뢰즈 가타리와 머레이 북친과 칸트와 홉스와 비릴이오와 기 드보르와 호르크하이머와

니체와 푸코와 라이히와 프로이트와 맑스, 그리고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따라가며.


역시 스피노자의 <에티카>에 오래 머물게 되더군요.(저자가 아니라 저)

그 왜 어렵기도 어렵다는.

그럴 땐 잡지 읽듯 후루룩 넘기고 해설서를 동원하기도.

<에티카>가 요새 자주 등장합니다, 강신주 글에서만 해도.

모든 종파에서 파문을 당한 범신론자, 불온했던 사상가.

스피노자주의자는 빨갱이만큼이나 엄청난 표찰이었던.

유산 상속을 거부하고 안경 세공이라는 당대 최첨단산업의 장인이 되었던 그.

에티카는, 따뜻한 사랑과 부드러운 욕망의 원리를 담은 윤리학이라지요.

하여 에티카 곳곳에는

내일 지구가 멸명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 회자하는

사람에 대한 긍정의 메시지가 숨어 있다는.

스피노자의 삶(그가 말하는)은

죽음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삶과 자유를 향한 욕망으로 가득합니다.

특히 후반부는 자유인의 사랑의 행동과 공동체의 기쁨의 관계망이

결국 승리할 것이라는 신념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스피노자는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의 욕망이 긍정되고 상승되는 기쁨의 관계를 구상하지요.

예속되었기 때문에 슬프고 무능력해지는 예속인의 삶을 밀고

자유롭기 때문에 사랑과 욕망으로 충만하고 기쁨에 넘치며 역동으로 가득 찬 자유인의 삶을 향하는.

결국 스피노자의 사상은

누구 말마따나 첫사랑의 기억처럼 달콤한 메시지.

사랑과 욕망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그러한가요? 그러하겠습니다. 그러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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