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11.나무날. 맑음

조회 수 724 추천 수 0 2014.10.08 06:30:35


한가위 연휴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군요,

가을학기가 15일부터이고 보니.

물꼬에서 명절을 쇤 이들이 오늘까지들 빠져 나가고 있었습니다.

산마을도 고요하고

물꼬의 마당은 더욱 고요한 시간들입니다.


덕분에 소소하게 구석 청소들을 하고,

바깥수업들과 위탁교육 준비들도 하고,

책도 한참을 쥐고 있고.

신경생물학자 마크 챈기지 mark changizi <자연모방>(에이도스, 2013).

인간은 진화하지 않았다,

진화한 것은 언어와 음악이라 합니다.

인간만이 가진 언어능력과, 음악을 만들고 즐기려는 인간의 보편적 성향이

생물학적 적응의 결과가 아니라 문화적 진화의 산물이라는.

챈기지에 따르면 인류문화는 뇌가 이미 잘하고 있던 일,

즉 물리적 사건과 인간 행동을 자각하는 능력을 응용했다지요.

언어와 음악이 우리에게 적합하도록 달라지는 동안

우리의 뇌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어린아이가 언어를 그토록 쉽게 배우는 것은

언어가 우리 뇌에 꼭 맞게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라는군요.

우리 뇌가 가장 잘 처리하는 것은 자연의 물체와 사건.

이렇게 자연에 적합하게 진화한 뇌에 자리 잡기 위해

언어와 음악이 자연을 흉내 내야 했다는!

응용(harness).

응용은 대상을 변화시키지 않고 대상의 본디 성질을 내게 맞게 활용하는 것.

‘고양이가 인간과 어우러져 살게 된 것은

고양이가 우리를 위해 진화했기 때문이 아니라

고양이가 자연스레 우리에게 유용하게 행동하도록 우리가 집의 구조를 바꾸었기 때문’

그러니까 언어와 음악을 사용할 수 있도록 인간의 뇌가 바뀐 것이 아니라

언어와 음악이 인간에게 사용될 수 있도록 스스로 변화했다는 말씀.


고양이가 본디 정해진 방식과 달리 살아가듯, 우리 인간 또한 유인원 아닌 삶을 살아가는 유인원이다. 우리는 변기 쓰는 훈련을 받는 게 아니라 아예 변기를 만든다. 참치와 고양이 모래에서 보듯, 이 책에서 우리는 자연의 모방이 인간성의 열쇠가 될 수 있을지 살펴보았다. 우리는 우리의 야성이 진화하여 우리가 현대인으로 변모하는 데 이바지했다고 가정하기보다, 또한 그 반대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문화인으로 자랄 수 있도록 야생의 뇌가 범용 학습 기계로 작용한다고 가정하기보다, 제3의 가능성을 들여다보았다. 지금까지도 우리의 뇌는 언어나 냅킨이 생기기 전과 다르지 않다는, 문화가 유인원으로서의 우리 능력을 응용하여 새로운 능력으로 기발하게 탈바꿈시키도록 진화했으리라는 가능성 말이다. 유인원이 언어를 깨치고 음악을 연주하게 된 것은 언어와 음악이 뇌에 본디 새겨져 있기 때문이 아니라 뇌가 언어와 음악에 자신의 서명을 새겨 넣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개가 아니라 고양이다.

(p..216~217)


챈기지의 <우리 눈은 왜 앞을 향해 있을까>(뜨인돌, 2011)는

이 책과 더불어 인간의 두 가지 능력인 시각과 청각을 다루는 한 쌍.

전작에서는 언어의 시각적 측면인 글자가 어떻게 자연처럼 보이는지 설명하고,

후자는 언어의 청각적 면 소리가 어떻게 자연처럼 들리는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발랄한 거죠, ‘그러하다’는 결론보다 ‘그러한가’ 좇아가는 게 더 재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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