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한 아침입니다.

잔비이군요.

좀 더 내려야는데.

가물었습니다, 오래.

은행알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덕분에 풀을 뽑자 이른 시간부터 문을 나섭니다.

달골 마당 풀을 뽑습니다.

일어서니 세 시간이 흘렀더이다.

장순이집 앞 호두도 털었습니다.


가을학기 다례모임 다시 이어집니다.

가을학기 물날 수행모임이 다시 시작합니다.

11월 안나푸르나를 걷게 되니

바깥수업 일정은 좀 헐렁하게 짜졌습니다.


대전의 한 병원에 들립니다.

지역의 한 어르신 오래 입원하셨다는데,

아일랜드행이며 여름 일정으로 소식도 모르다가

엊그제야 전해 듣고 간 병문안입니다.

먹을거리를 하나 만들어가니

온 병실 사람들이며 문병 온 이들이 다 나눠먹어 좋았습니다.


병원으로 들어가던 문 바로 옆은 장례식장이었습니다.

한 사람을 보낸 이들이 둘러서서 그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듯.

“미쳤더라니까...”

미친 사람을 길에서 만나는 일이 드물어졌지요.

어릴 적엔 마을에 하나쯤, 혹은 길가다 맞닥뜨리기도 했던.

그 시절은 그랬습니다.

실성한 사람 여럿 있었습니다.

동시대의 자기 또래들을, 형제들을 서로 해코지하고 어찌 제정신으로 살았을지요.

식민지 역사가 그랬고, 전쟁이 그랬으며, 분단과 군부독재가 우리를 그렇게 내몰던 시절.

그런데, 지금은요?

혹 해코지 여전하나 그런 줄 모르거나

해코지 하는 줄도 모르고 그리 살고 있는 건 또 아닌지...


늦은 나이에 사랑을 발견한 벗이

한 시인의 칼럼을 보내왔습니다.


‘...바로 이 지점, 별것 없는 인간이 가진 뜻밖의 위대한 속성이다. 사랑의 완성은 내가 사랑하는 존재에게 나를 주는 도정이다. 내가 가진 뭔가가 그를 위해 사용되고 그가 행복해지고 나와 더불어 꽃피길 바라는 상태다. 끌림과 매혹은 경험하고 나면 해갈되지만 사랑은 경험을 통해 더욱 높은 밀도로 성장하고 나아간다. 진짜 사랑은 본질적으로 진보적이다. 나를 해체할 각오로 너에게 다가가는 것이며, 자발적으로 서로를 해체해 재구성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랑은 본질적으로 진보적이라...

자발적으로 서로를 해체해 재구성하는 일이라...

모든 젊은이여, 아니 세상 모든 이여,

이 가을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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