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결정들이 때로 여러 사람들을 힘겹게 합니다.

기관의 지원으로 가는 중국 연수에 갑자기 합류하게 되니

강원도 영월 동강 탐방에 그대로 이어져

결국 서울에서 동강까지 사람 하나 실으러 오고

다시 동강에서 청주공항까지 실어가게 하고.

지난 주말에야 동행을 결정하게 되어

비자만 해도 급행비자로 받느라 여러 사람이 급히 움직여야했던.

한 주의 위탁교육도 10월로 밀리고.


이러저러 갔습니다; 중국 절강성.

농업연수라고는 하나 동행이몽?.

재능기부로 이루어지고 있는 오지의 서원을 하나를 볼 테고,

폐교를 온천장으로 쓰고 있는 곳도 들릴 테고,

혁명유적지쯤 되는 곳도 밟겠고,

문학유적지를 둘러보기도 하겠습니다.

연수지 가기 전 항주 서호부터 들렀지요.

하늘에 천당, 땅에 서호라는 그 항주 서호.

서호에서 배를 타며 4대 미인들을 들먹였네요.

아침에도 좋고 저녁에도 좋고 비 오는 날에도 좋다던 시인의 노래를 뒤로 하고

서호를 떠나 여수시 수창현.

남첨암 산장에서 자고 홍군의 혁명유적지를 비 내리는 아침에 걸었습니다.

몇 곳의 유기농단지와 대나무 특화작물지를 갔고,

호수의 배로만 접근이 가능한 황니령촌,

일종의 대안학교쯤 된다 할까요, 공경서원에도 들렀습니다.

영화배우 탕웨이와 김감독이 열흘 전쯤 머물렀더라나요.

폐교를 호텔로 개조한 곳에서 묵기도 했습니다, 온천까지 있는.

어디나 산마을은 사람들이 떠나고 아이들도 따라가고

그리고 그렇게 학교만 뎅그마니 남아 있었지요.

물꼬의 교사 공간 쓰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던.


달리는 버스에서 영화와 소설과 에세이를 생각했습니다.

6세대 감독 지아장커의 스틸 라이프(2006)는 자주도 생각납디다.

베이징 올림픽에도,

13억 인민들을 배경으로 세계 최강국임을 선언하는 설렘으로 가득했던 그 뒤에

우리들의 상계동 올림픽처럼 그런 그늘이 있었겠지요.

역사에 눌린 보통사람들의 이야기 뭐 그런.

그 중국의 오늘이라고 하면 너무 상투적이려나요.

‘거대한 산샤댐, 그 속에 매몰된 중국인민의 꿈’, 그렇게들 서두를 꺼내더군요, 이 영화에.

“어떻게 2천 년을 지켜왔던 것들을 2년 만에 다 무너뜨릴 수가 있을까.”

역사 유적이 산샤댐에 수몰되는 것을 본 누군가 그랬더랬지요.

“보이죠? 저 물위에 풀들요. 화강 5번지는 저것만 남았어요.”


위화의 고향도 항주 어디였더랬습니다.

그의 소설 <산다는 것은>은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인생>)로 보았군요.

유명한 제목들만 익숙할 뿐 그의 소설들을 제대로 읽어보진 못했으나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문학동네)를 들춰보았던.

‘얼마 전에 누군가 30년의 독서가 내게 무엇을 가져다주었느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이런 질문을 마주하는 순간 마치 드넓은 바다를 마주 한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언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매번 위대한 작품을 읽을 때마다 그 작품을 따라 어디론가 갔다. 겁 많은 아이처럼 조심스럽게 그 작품의 옷깃을 붙잡고 그 발걸음을 흉내 내면서 시간의 긴 강물 속을 천천히 걸어갔다. 아주 따스하고 만감이 교차하는 여정이었다. 위대한 작품들은 나를 어느 정도 이끌어준 다름, 나로 하여금 혼자 걸어가게 했다. 제자리로 돌아오고 나서야 그 작품들이 이미 영원히 나와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p.104)

‘스물두 살 무렵, 나는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이를 뽑으면서 한편으로는 글쓰기를 시작했다. 이를 뽑는 것은 생계를 위해서였고, 글쓰기는 나중에 더 이상 이를 뽑지 않기 위해서였다. 맨 처음에는 글을 한 자 쓰는 것이 치아를 뽑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 주말만 되면 창밖의 햇빛이 너무나 밝고 아름다워 보였고, 새들은 마음껏 날아다녔으며 도처에 아가씨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와 같은 나이의 사람들은 모두 밖으로 놀러 나갔지만 나는 혼자 마른나무처럼 탁자 앞에 앉아 장인이 쇠를 다루듯 아주 힘들게 한 자 한 자 딱딱한 한 자를 써내려갔다. 나중에 젊은이들이 종종 내게 묻곤 했다. "어떻게 해서 유명한 작가가 될 수 있었나요?" 나의 대답은 하나이다. 바로 '글쓰기' 덕분이었다. 글쓰기는 경험과 같다. 혼자서 뭔가 경험하지 않으면 자신의 인생을 이해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직접 써보지 않으면 자신이 무엇을 쓸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p.137)


중국을 떠나오기 전날 밤 상하이에서는

조차지를 바라보며 말로의 <인간의 조건>을 생각했더랬습니다.

기요의 아버지 지조르는 기요가 죽은 뒤 기요의 독일인 아내 메이에게 이렇게 말하지요.

“한 사람을 만들려면 아홉 달이 필요하지만 죽이는 데는 단 하루로 족해. 우리는 그걸 뼈저리게 깨달은 셈이지. 그러나 메이, 한 인간을 완성하는 데는 아홉 달이 아니라 60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해. 그런데 그 인간이 다 만들어졌을 때, 이미 유년기도 청년기도 다 지난 한 인간이 되었을 때, 그때는 이미 죽는 것밖에 남지 않은 거란다."


학교에서는 알타리무를 솎았고,

알타리무에 벌레를 잡았고,

화단둘레 잡초를 정리했더랍니다.

절강성에 비 내리는 아침, 물꼬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더라지요.

새들은 자꾸 땅콩밭을 넘보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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