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27~28.흙~해날. 맑음

조회 수 939 추천 수 0 2014.10.22 11:54:12


전주 사전답사.

10월 빈들모임은 전주를 걷기로 하였습니다.

미리 움직임을 그려보았지요.


전주 나들목 현판은, 들어오고 나오는 쪽이 글씨체가 다릅니다,

입구에서 보는 ‘전주’는 모음이 크고, 나가면서 보면 자음이 큰.

자음은 아들을, 모음은 어머니를 상징할 진대,

들어올 땐 어머니의 너른 품으로,

나갈 땐 한껏 어깨 펴고 세상으로 나가라는 염원이라지요.

근데, 정말 그런 걸까요...

뭐, 상징은 많을 수록 좋은.


한옥마을.

1911년 전주성이 철거되고

호남일대 쌀을 군산항으로, 일본으로 원활하게 수송하기 위한 전군가도를 만든 일제에

저항의 의지로 한옥마을 터에 하나둘 모여 기와지붕을 얹었다 합니다.

남문 북쪽 서쪽의 일본 상권과 마주보이는 곳에

마치 대치하듯 그리 한옥마을이 시작되었다지요..

경기전과 향교를 안고 있는 그곳에 말입니다.


향교.

전묘후학의 대표 구조입니다, 평지일 경우 대성전이 앞에 명륜당이 뒤에 있는.

그늘 아래 돌의자 강의실(?)도 멋드러진 그곳에서

우리는 은행잎 비 내리는 명륜당의 가을을 걸을 것입니다.


오목대도 오르지요.

고려말 황산대첩에서 승리를 거두고 돌아오던 이성계가

본향에서 환영을 받으며 잔치를 했던 그곳에 오르다보면

한옥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습지요.


비잔틴과 로마네스코가 어우러진 전동성당도 놓칠 수 없습니다,

천주교 한국 최초의 순교지라는.

어디나 교동이 있지요, 향교가 있던 마을이라 짐작이 어렵지 않은.

여긴 교동이 아니라 전동이 있습니다.

경기전이 있는 동네라는 뜻.

태조의 어진이 있는 이곳에는 ‘전주사고’가 또한 있었습니다.

조선 개국 초 네 곳에 있던 역대 실록보관소.

한양 춘추관 충주 성주 세 곳이 타고 전주사고만이 남았는데,

정유재란에 이 실록각조차 탔다 합니다.

그 직전 실록을 지킨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누려지요.


전라도식 푸짐한 밥상으로 나오는 삼천동의 막걸리집과 전일슈퍼(가맥)도 들립니다.

가게 맥주,

가게에서 파는 가격에 안주를 즐기는 전주 특유의 술문화.

연탄불에 구운 황태와 청양고추 통깨 듬뿍 섞인 장맛은

엄지손가락 절로 올라가게 하였습니다.


이튿날 풍남문을 거쳐 남부시장 콩나물국밥으로 아침을 먹고,

젊은이들이 만든 2층 문화골목도 둘러본 뒤

한 벗이 추천한 한옥마을 안 숙소도 예약하였습니다.


그리고,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을 빼놓을 수 없지요,

어쩌면 전주행의 핵심일지도 모를.

오목대가 조선의 시작과 끝이라 표현한다면

(이성계가 조선을 열고 그의 공적을 노래한 비에 고종이 친필을 새긴 비가 있으니),

한편 그곳에서 사람이 하늘이라는 만민평등을 들고 나왔던 동학은

얼마나 커다란 혁명의 역사일 것인지요, 그 시대에 말입니다.

‘조선역사와 동학농민혁명’,

이번 빈들의 제목은 그쯤이지 않을지.


전주 걷기는 풍패지관 현판을 단 객사로부터 시작하지 싶습니다.

관리나 사신을 맞고 망궐례를 하던 곳.

걸어 풍남문, 전동성당, 경기전, 한옥마을이 다 닿습니다.

전주에 사는 이들에게는 누군가를 기다리기에,

전주로 들어서는 이들은 도시를 걷는 시작점을 잡기에 그럴 수 없이 맞춤한 곳.


전주를 떠나 화암사를 들렀다 돌아옵니다.

현존하는 유일한 하앙식 건물인 극락전이 거기 있지요.

하앙이라면, 내단(內端)은 보나 도리에 고정시켜 지붕의 하중을 받게 하고

외단(外端)은 처마를 받치게 하여 두공을 중심으로 서로 균형을 이루는 구조.

5시 30분이면 문을 내리나 도토리를 주러 나왔던 공양주 만나

자물쇠 열어주신 극락전도 들어가고

덕담과 함께 묵을 올린 밥상도 받고 나왔습니다.

“이것도 보살님 쌓으신 덕이지요.”

민주지산 산지기로 깃들어 살리라던 생각 오래이더니

시루봉 남쪽 그 절집에 깃들어 살아도 좋겠단 마음이...

“저를 공양보살님 후임자로...”


밤, 대해리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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