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30.불날. 흐리다 빗방울 몇

조회 수 670 추천 수 0 2014.10.24 09:07:37



드디어 구했습니다!

오랫동안, 그러니까 아일랜드를 다녀오고 7월 중순께부터

이적지 두리번거리던 일 하나 있었지요.

가마솥방 바닥공사를 하고 그 틈에 나가고 들어와야 했던 장이

옮겨지는 과정에서 문짝에 문제가 좀 있었던 것.

이음새 부품이 제자리를 찾지 못해 뭔가 맞지 않아 비틀대다가

그마저도 없는 것들이 있어 결국 문 한 쪽엔 이리 안내문 붙여졌더랬네요.

“열면 다쳐요!”

그리고는 읍내에서도 여러 곳을 들렀지만 부품을 구할 수 없어

큰 도시를 갈 때마다도 철물점이며 가구점이며 몇 곳을 가기도 하였는데,

심지어는 그 부품이 무엇인지 모르기까지.

그 장은 2004년 상설학교로 문을 열던 무렵

에넥스 공장에서 기증해준 것이었습니다.

기존 제품이 있는 게 아니라 공장에서 물꼬에 적확한 걸 하나 짜주었던 거지요.

공장이 황간에 있는 줄이야 알지만

거기 가서 찾아달랄 건 아니란 생각을 했던 듯.

그런데 찾다찾다 도저히 안 되겠다고 오늘은 거길 갔더랍니다.

“어떻게 오셨어요?”

“이게요...”

가져갔던 부품을 보였지요.

“연결조인트네요.”

바로 알아보시는 겁니다.

공장에서 근무하다 수위실에 계신다셨지요.

“그렇게 고생하시지 말고 바로 오셨으면 되는데...”

그러더니 필요한 양의 몇 배를 챙겨주시며 다음에 또 잘 쓰라셨습니다.

물꼬도 알고 계셨지요.

동요제며 두엇 잔치에 걸음도 하셨더라는.

상촌이 고향이어 잘 아신다고.

“저기 반장님 오시네. 명함 하나 드리세요.”

들어서신 반장님, 고개 드니, 어, 아는 분인 겁니다.

한때 귀농모임을 같이 하셨던 어르신.

나 있는 줄 알면 찾아왔음 되는데 뭘 그리 한참을 찾아다녔더냐,

야단 좀 들었지요.

긴 시간 한 곳을 지키고 있으니

이러저러 아는 분들이 많고, 그게 또 힘입니다요.


읍내에서 한 어르신은 배추김치를 나눠주셨습니다.

당신 가진 것으로 물꼬 살림 보탠다고

여러 포기 챙겨주셨지요.

묵은 것이며 열무며 솎은 무며 고구마줄기김치며들 있다고

배추김치 담은 지는 한참 전.

덕분에 밥상에 빛깔 난 저녁.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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