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 1.물날. 흐려가는 하늘

조회 수 735 추천 수 0 2014.10.24 09:10:19


뒤란 쑥부쟁이 눈부신...

그리고 바람에 떨어지는 잎, 잎.


“이것부터 해요!”

어제 에넥스에서 구해온 부품으로

마침내 가마솥방 너덜거리던 장의 문짝을 제대로 달았습니다.

아이들이 쓰는 수건을 넣어두는 장이어

계자에서 여닫으며 조심해야 했던.

지나간 여름 들머리 가마솥방 공사에서 들이고 내는 과정에 그만 탈이나

숙제처럼 있던 일이었더랬지요.


마지막 열무가 바구니에 그득그득.

김치를 담아도 남은 게 아직 가득가득.

데쳐 둡니다,

된장 넣고 국으로도 끓이고 무쳐도 먹어야지 하고.

또 어찌들 먹는지 어른들께 여쭈어도 보아야겠습니다.


포도 효소도 한 항아리 더 담습니다.

생과로 못다 먹고 수분이 날아가는, 한편 당도는 강해진 포도,

운동장 가에서 거둔,

다른 학기라면 남을 일 없겠는데 그리 남겨진.

11월 네팔 일정으로 몰아서 하는 바깥수업 탓에

안에서 하는 수업이 별 없으니 아직 남은 포도가 다 있었던 거지요.

묵은지도 그렇게 구는 일 없이 아직 많아

올 김장은 예년의 반만 해도 되겠습니다.


책 하나를 쥐고 있습니다.

10월 빈들모임으로 전주를 걷기로 하니

거기서 동학을 주제 하나로 놓자 하니

한참 관련 글들을 챙겨보게 됩니다.

선배 한 분이 동학 소설도 빌려주셨군요.

필연적으로 혁명을 부를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관료들 가운데

전운사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지방의 세미를 서울로 실어 올리는 전운소의 으뜸 벼설이었던 전운사,

전운사 조필영은 조세 곡식을 호남의 각 항구에서 서울로 실어 나를 때

온갖 가외 세금을 징수했더라지요.

말질을 하고 나서 다시 해보면 부족해서 벌출한다고 가승미(加升米),

덕석에다 쌀을 쏟아놓고 말질을 할 때

덕석 밖으로 흩어져 축나는 것 벌충해야 한다고 낙정미(落庭米),

선창에서 바다에 떠 있는 세곡선까지 싣고 가는 종선 뱃삯이라 기선요미(騎船料米),

창고에 재워두는 창고세라 민고미(民庫米),

일꾼들을 먹여야 하니 인정미(人情米미),

이렇게 제멋대로 갖다 붙인 세목이 열댓 가지.

어찌 들고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을지,

제 몸에 한울님을 모신 평등한 사람들이 열어갈 새로운 세상에

어찌 가슴이 뛰지 않을 수 있었을지요.

뜨거워지는 날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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