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 3.쇠날. 바람 많은

조회 수 676 추천 수 0 2014.10.28 15:17:48


사람들과 덕유산에 오릅니다.

기온 뚝.

제겐 안나푸르나 예비산행쯤 되겠군요.

오늘의 산행방식은 느림보 산행.

오래 길게 걷기.

물꼬가 걸어온 걸음이 그러했으나

그 속의 하루하루는 잰걸음이었지요.

아이들과 오르는 산오름 역시

후루룩 올랐다 아이들이 이르기까지 한참을 쉬고는 하였습니다.

느리게 걷기가 더 힘들 것.

자전거도 그렇지 않던가요.

천천히 가는 것이 속력을 내는 것보다 힘이 들지 않던지.

후딱 해치우고 말기, 운전이 그러했듯, 그런 식이었지요.

고산병에 장사 없답니다,

그저 천천히 걷는 도리밖에.

그거 연습하는 산오름일 것입니다, 오늘.


무주구천동 탐방안내소에서 백련사, 오수자굴, 중봉, 향적봉, 백련사,

다시 구천동탐방안내소로 돌아오는 원점 회귀 산행입니다.

전체 19.7 Km 소요시간 6시간 30분,

밥 먹고 쉬는 시간 2시간 더하면 9시간 정도 예상.


한 대학에서 온 젊은 친구들을 만납니다.

교양수업에 등산이 있다지요.

수강신청에서 단 1분 만에 마감된다는.

아이들과 학기의 시작을 산오름으로 했더랬습니다.

딱히 어떤 이야기가 없어도, 뭘 가르치지 않아도

산 하나를 오르고 내리는 일이 고스란히 커다란 배움이라 믿습니다.

어떤 경험들은 어제의 나와 다른 나라는,

혹은 산을 내려와 만나는 이들과 이제 우리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있다는,

마치 두툼한 책 하나를 읽고 난 뒤에 오는 승리감 같은,

산을 내려온 아이들에게서 그런 느낌이 묻어나고는 하였지요.


중봉에서 뒤를 도니 거기 지리산에서 달려오는 산자락이 가슴 일렁이게 했습니다.

그런데, 찬 날씨가 모두를 힘들게 한 것인지

특히 어제부터 산에 들었던 일행들이

산장에서 만났을 때 고달픈 얼굴로들 맞았습니다.

모두 시퍼래져 있기까지.

저만해도 책상 앞에 벗어둔 여름바지를 입고 올라 혼이 나더니

하체에 두드러기가 나기도 하고...

결국 모다 어제 산에 든 이들에 묻혀 곤돌라를 타고 내려오기로.

역설적이게도 네팔 준비를 더 단단히 하기를 요구받는 산오름이었네요.


안나푸르나에 동행할 넷이 같이 합숙훈련 같은 사흘을 보낸다던 일정의 시작인데,

산오름만 합류하고

내일은 경주에서 황실다례 시연이, 이어 가족나들이가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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