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 6.달날. 흐림

조회 수 673 추천 수 0 2014.10.28 15:29:55


바깥출입이 참말 많은 학기이지요.

자신의 일이든 주변의 일로든.

주 수업까지도 바깥에서 하고 있는 가을학기입니다.

바깥을 많이 돌면 그만큼 일상도 많이 흔들리지요.

바깥일이란 게 그 일만 보고 들어오는 시간만을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그 기간 동안의 모든 시간과 일에 영향을 미치는.

예컨대 운전의 피로로 아침수행을 건너뛰거나

농사일 아니어도 제 때 건사해야할 일들에 손이 미치지 못하거나...

일상이 방향을 잃고 제 갈 길을 안개에 둔 꼴이라

그만 마음의 피로까지 달겨드는 거지요.


그나마 달날과 불날에는 꼼짝 않고 안에서 움직이니

그런대로 살림이 돌아가는.

하하, 좀([조옴]) 큰 살림이어야 말이지요.

볕에 빨래들 습을 털고 들이고,

고구마줄기를 벗기고,

그리고 MBC 독서 관련 프로그램의 촬영으로 일정 조율.

소사아저씨는 무밭에 퇴비를 주고

운동장 둘레 잡초들을 정리하시고.


오후부터 사흘 상담.

위탁교육으로 긴 날을 주지 못해

결국 사흘의 상담으로 대처하기로.

짧은 위탁교육이 되는 거지요.

문득 이 산골에서 홀로 공부하며 엄마 일을 돕던

류옥하다의 ‘난 자리’를 생각하게 되더이다.

위탁교육도 그가 보조교사 노릇을 해준 덕에

일정마다 품앗이 샘들을 불러들이지 않고 진행할 수 있었더랬지요.

위탁교육 중에도 바깥수업이며 바깥일이며에 학교를 나갈 수 있었음도

그가 아이들과 같이 시간을 지내준 덕이었던 것.

난 자리는 이런 것이군요...


9학년 아이와 부모 상담.

지독한 무기력을 앓는 아이와 어쩔 줄 모르는 엄마와...

이 나라에서, 그것도 계급적으로 최하위에서 도대체 어떤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인지.

외려 무기력과 절망이 넘쳐 제게로 넘어오는 것만 같은...

자, 그래도 같이 손잡고 사흘 동안 걸어보자, 같이 길을 찾아보자 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74 2004학년도 학부모모임 길을 내다, 3월 13-14일 옥영경 2004-03-14 2251
6573 3월 4일 포도밭 가지치기 다음 얘기 옥영경 2004-03-09 2245
6572 계자 여섯쨋날 1월 10일 옥영경 2004-01-11 2236
6571 지금은 마사토가 오는 중 옥영경 2004-01-06 2236
6570 6월 14일, 유선샘 난 자리에 이용주샘 들어오다 옥영경 2004-06-19 2234
6569 6월 14일 주, 아이들 풍경 옥영경 2004-06-19 2233
6568 '밥 끊기'를 앞둔 공동체 식구들 옥영경 2004-02-12 2231
6567 글이 더딘 까닭 옥영경 2004-06-28 2228
6566 2017. 2.20.달날. 저녁답 비 / 홍상수와 이언 맥퀴언 옥영경 2017-02-23 2219
6565 2007.11.16.쇠날. 맑음 / 백두대간 제 9구간 옥영경 2007-11-21 2212
6564 6월 10일 나무날, 에어로빅과 검도 옥영경 2004-06-11 2199
6563 6월 11일, 그리고 성학이 옥영경 2004-06-11 2198
6562 5월 29일, 거제도에서 온 꾸러미 옥영경 2004-05-31 2197
6561 2007. 6.21.나무날. 잔뜩 찌푸리다 저녁 굵은 비 옥영경 2007-06-28 2196
6560 5월 6일, 류옥하다 외할머니 다녀가시다 옥영경 2004-05-07 2196
6559 처음 식구들만 맞은 봄학기 첫 해날, 4월 25일 옥영경 2004-05-03 2195
6558 2007. 5.31.나무날. 소쩍새 우는 한여름밤! 옥영경 2007-06-15 2194
6557 100 계자 여는 날, 1월 3일 달날 싸락눈 내릴 듯 말 듯 옥영경 2005-01-04 2193
6556 운동장이 평평해졌어요 옥영경 2004-01-09 2193
6555 2005.10.10.달날. 성치 않게 맑은/ 닷 마지기 는 농사 옥영경 2005-10-12 218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