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 6.달날. 흐림

조회 수 666 추천 수 0 2014.10.28 15:29:55


바깥출입이 참말 많은 학기이지요.

자신의 일이든 주변의 일로든.

주 수업까지도 바깥에서 하고 있는 가을학기입니다.

바깥을 많이 돌면 그만큼 일상도 많이 흔들리지요.

바깥일이란 게 그 일만 보고 들어오는 시간만을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그 기간 동안의 모든 시간과 일에 영향을 미치는.

예컨대 운전의 피로로 아침수행을 건너뛰거나

농사일 아니어도 제 때 건사해야할 일들에 손이 미치지 못하거나...

일상이 방향을 잃고 제 갈 길을 안개에 둔 꼴이라

그만 마음의 피로까지 달겨드는 거지요.


그나마 달날과 불날에는 꼼짝 않고 안에서 움직이니

그런대로 살림이 돌아가는.

하하, 좀([조옴]) 큰 살림이어야 말이지요.

볕에 빨래들 습을 털고 들이고,

고구마줄기를 벗기고,

그리고 MBC 독서 관련 프로그램의 촬영으로 일정 조율.

소사아저씨는 무밭에 퇴비를 주고

운동장 둘레 잡초들을 정리하시고.


오후부터 사흘 상담.

위탁교육으로 긴 날을 주지 못해

결국 사흘의 상담으로 대처하기로.

짧은 위탁교육이 되는 거지요.

문득 이 산골에서 홀로 공부하며 엄마 일을 돕던

류옥하다의 ‘난 자리’를 생각하게 되더이다.

위탁교육도 그가 보조교사 노릇을 해준 덕에

일정마다 품앗이 샘들을 불러들이지 않고 진행할 수 있었더랬지요.

위탁교육 중에도 바깥수업이며 바깥일이며에 학교를 나갈 수 있었음도

그가 아이들과 같이 시간을 지내준 덕이었던 것.

난 자리는 이런 것이군요...


9학년 아이와 부모 상담.

지독한 무기력을 앓는 아이와 어쩔 줄 모르는 엄마와...

이 나라에서, 그것도 계급적으로 최하위에서 도대체 어떤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인지.

외려 무기력과 절망이 넘쳐 제게로 넘어오는 것만 같은...

자, 그래도 같이 손잡고 사흘 동안 걸어보자, 같이 길을 찾아보자 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494 122 계자 여는 날, 2007.12.30.해날. 눈 옥영경 2008-01-02 1992
6493 아흔 다섯 번째 계자, 6월 25-27일 옥영경 2004-07-04 1988
6492 12월 21일 불날 맑음 옥영경 2004-12-22 1986
6491 6월 15일, 야생 사슴과 우렁각시 옥영경 2004-06-20 1985
6490 2005.10.29.흙날.맑음 / 커다란 벽난로가 오고 있지요 옥영경 2005-11-01 1982
6489 6월 28일, 그럼 쉬고 옥영경 2004-07-04 1982
6488 39 계자 엿새째 1월 31일 옥영경 2004-02-01 1978
6487 10월 13일 물날 맑음, 먼저 가 있을 게 옥영경 2004-10-14 1975
6486 <대해리의 봄날> 여는 날, 2008. 5.11.해날. 맑으나 기온 낮고 바람 심함 옥영경 2008-05-23 1974
6485 2005.12.19.달날.맑음 / 우아한 곰 세 마리? 옥영경 2005-12-20 1974
6484 2011. 1.22-23.흙-해날. 맑음, 그 끝 눈 / ‘발해 1300호’ 13주기 추모제 옥영경 2011-02-02 1973
6483 2014. 7. 6.해날. 낮은 하늘 / 이니스프리로 옥영경 2014-07-16 1972
6482 2007.11.10.흙날. 썩 맑지는 않지만 / 지서한훤(只敍寒暄) 옥영경 2007-11-19 1971
6481 2008. 5.4-5. 해-달날. 비 간 뒤 맑음 / 서초 FC MB 봄나들이 옥영경 2008-05-16 1969
6480 5월 25일 불날, 복분자 옥영경 2004-05-26 1967
6479 불쑥 찾아온 두 가정 2월 19일 옥영경 2004-02-20 1965
6478 2005. 10.23.해날.맑음 / 퓨전음악 옥영경 2005-10-24 1963
6477 12월 13일 달날 맑음 옥영경 2004-12-17 1958
6476 6월 7일, 성학이의 늦은 생일잔치 옥영경 2004-06-11 1952
6475 125 계자 이튿날, 2008. 7.28.달날. 빗방울 아주 잠깐 지나다 옥영경 2008-08-03 194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