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국차를 마십니다.

따고 살짝 데쳐 말린 햇차입니다.

진합니다.

가을이 몸에 머무는.

가을입니다.


볕이 좋습니다.

봄날의 볕이 주는 싱그러움과 달리

역시 가을볕은 아스라한.


내일 하룻밤 묵어갈 방문자들이 있군요.

달골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하고.

밀대로 밀고 닿지 않는 구석들은 손걸레질.

이럴 땐 이게 수행이고

세상의 모든 것.


뱀이 벗어놓은 허물 하나가 달골 바깥수돗가에 널려있습니다.

나 있었노라, 말하고 있었지요.

징그럽기 이전 뭉클해집니다.

그래, 당신 있었군요.

우리 아이들, 우리 아이들도 그렇겠지요,

그래 너 있다, 있다, 있다!


MBC의 독서관련 특집 프로그램의 한 꼭지 촬영 중.

오늘과 내일.

내일은 산골에서 9학년까지 보냈던 아이가 들어간 제도학교에서,

그리고 내일은 이 산마을 물꼬에서.

책읽기요?

그냥 읽는 거지요.

유용성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닌.


‘그’의 글을 읽었습니다.

변혁의 일상화, 그의 글을 그리 명명해보겠습니다.

사진 찍고 글 쓰고 농민운동 지역운동 공동체운동 뭐 그런 걸 한다 할까요.

아주 가끔 생각나면 그의 글을 엿보지요.

‘사이트 로고 같은 거 내가 만든 거 아니다. 이미 있던 거다. 돌겠다.’

저는 가끔 그처럼 글을 쓰고 말하고 싶어 합니다.

솔직하게 자신 있게 당당하게 하고 싶은 대로, 뭐 그런.

저는 일단 너무 진지합니다.

오늘 아주 오랜만에 그의 글을 읽었습니다.

선배도 아니고 아는 이도 아니고 그냥 이래저래 알게 된 사람입니다.

정확하게는, 저는 그를 아는데 그는 저를 모르는.

일단 글 잘 쓰고 사진 잘 찍습니다.

최근에 관급 일, 그거 안 할라고 사업자등록증도 없앴더라지만, 하면서

결국 영혼 없는 일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돈을 쓴 흔적’이 부족하다는 공무원들의 지적 때문에 이것도 집어놓고

관행적이고 촌스런 사이트 통상 그냥 돈 받고 내가 하지 않은 일인 척 하면 되는데

이번에는 통신원들에게 약간 힘을 실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방문과 댓글 부탁드리려고 이 글 쓴다.

아무런 혜택 없는 일빠의 괜한 선착순을 즐기시는 분들에게도 흔적 부탁한다’고 했습니다.

제 글쓰기의 전형으로 삼고자 하지만

삶이 그의 삶이지 못하는데 어찌 글이 그리 되겠는지요.

돌겠다, 그런 말 쓰고 싶은 날입니다.

그런 생각 들 때 그런 말 쓰고 싶습니다.

아, 이 자유롭지 못함이여...


밤,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것 보셨더이까.

지난 2011년 12월 이후 처음 있는 개기월식이라지요.

달이 지구 그림자에 완전히 잠겼다 나와 제 밟기를 찾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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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 2016. 8.19.쇠날. 맑음, 달 좀 봐! 옥영경 2016-09-08 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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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 2014.10.16.~17.나무~쇠날. 썩 내키지 않는 걸음처럼 맑다고 하기는 그런 옥영경 2014-10-31 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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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9 2016. 2.23.불날. 맑음 옥영경 2016-03-16 679
1898 2015. 6. 3.물날. 맑음 옥영경 2015-07-08 679
1897 2015. 1.22.나무날. 눈 몰아치다 비로 옥영경 2015-02-24 679
1896 2014.12.29.달날. 흐림 옥영경 2015-01-06 679
1895 2014. 6. 5.나무날. 흐림 옥영경 2014-06-24 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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