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15.물날. 맑음

조회 수 709 추천 수 0 2014.10.31 23:32:16


어제아침에 이어 한파주의보 내렸습니다.

영역이 더 확대되었더군요.

그렇게 찬기운이 서서히, 아주 서서히 한반도를 덮어옵니다.


차를 낸 아침이었습니다.

감국차.

오래 전 스승님이 선물해주신 다기를 오늘에야 꺼내 씁니다.

선생님 오시면 같이 마시겠다던 그릇들인데,

아직 선생님은 들리지 못하고 계십니다.

지나치는 몇 차례 정작 자리를 지키지 못해 헛걸음 하시게 했던.


손발이 과도하게 붓고 얼굴까지 부어있습니다.

눈도 볼도.

차를 많이 마시고 걸러주기로 합니다.

불편한 몸은 반성 혹은 회상을 부르지요.

대부분의 시간에서 문제는 항상 제 중심을 잡는 일이었던 듯합니다.

중심은 가운데가 아니라 입장이나 태도 같은 것.


소사아저씨는 이태 째 속을 끓이는 집안일로

부산에 다니러 가셨습니다.

누구나 그런 삶의 무게들을 지고 가지요,

어디 살아도.

물날은 바깥에서 자정까지 움직이는 일정입니다.

오늘은 몸수련하는 이들과 수행하는 새로운 일정도 하나 더해집니다.


주말에는 서울에서 섬모임과 미술관을 걷는 일정이 있습니다.

간송미술관의 ‘추사정화’전.

간송이 소장한 추사의 서예작품을 중심으로 그림을 곁들여 모두 44점을 선보인다고.

추사가 30대부터 71세로 타계할 때까지 쓰고 그린 작품들.

이어 불교 중앙 박물관의 ‘봉은사와 추사 김정희’전.

추사가 만년 과천초당에 은거하며 왕래했던 봉은사와의 인연.

영천 은해사에 써준 ‘불광(불광)’‘대웅전’ 편액과 현판들,

33세의 젊은 시절 쓴 걸작이라는 해인사 대적광전 중수기 금니명문도 전시되고,

유마거사를 자처했던 그가 덕높은 스님들과 교유했던 묵적의 기록들도 볼 수 있다고.

‘어떤 속된 기운과 기교도 없는 고졸한 기운이 속속 배어든 이 글씨는

추사체의 완성을 상징하는 마지막 불꽃과도 같다’ 했습니다.

그리고 국립중앙박물관의 ‘조선청화 푸른빛에 물들다’로 이어질 터.

조선 청화백자와 함께 중국, 일본의 동시대 명품까지 500여점을 모았다지요.

벌써 배부른, 호강할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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