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눈사태 소식으로 여럿의 연락을 받습니다.

눈보라와 눈사태로 27명 사망에 100여 명 실종.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듯.

안나푸르나로 향하는 길목 소롱라 일대인 모양입니다.

11월 가는 걸음이 괜찮겠냐는.

그 언저리 계시는 대장님은 안전하신 겐지.

아직 한국인 사망 소식은 없다 합니다.


8시를 넘기며 천둥 치더니 비 쏟아지기 시작하는 아침.

산골살이란 것이 비 올 땐 안에 살림을 챙기는 시간이지요.

쓸고 닦는 일부터

눈에 걸렸으나 손이 못간 일을 하는.

이런 날 뒹굴며 책을 읽어도 좋으련,

하기야 안 읽어도 좋은.

글쓰기는?

아주 가까운 벗이 언젠가 그리 말했지요.

“옥샘한테 바램 하나 있다면 아무것도 쓰지 마셨으면...”

재능의 여부를 떠나.

왜냐 하니, 힘든 일 아니겠냐 했습니다.

물꼬만으로 충분히 힘들지 않겠냐고,

그저 좋은 책들 읽는 것으로 쉬어가실 수 있음 좋겠다며

물꼬가 당신의 삶의 족적으로 충분치 않겠냐고.

그런가요... 그럴까요...


맑은 바람이 마당을 휘돌자

건너편 커다란 백합나무가 마구 춤추었습니다.

아직 사람들 오기 이르다며 바람을 맞으러 나갔는데,

벌써 하루를 묵을 어른들이 들어섰지요.

늦은 밤 또 한 사람이 합류.


모두의 관심은 시대를 건너가는 일들, 혹은 사는 일(어떻게!)들.

그런데 마침 이튿날 모임에서 ‘군자고궁’을 들먹이게 됩니다.

子曰 君子 固窮 小人 窮斯濫矣

공자 이르길 군자는 곤궁을 견뎌내지만 소인배는 곤궁해지면 엄살을 부린다?

그 결에 논어를 들추려다

그의 삶도 같이 좇아본 책 하나를 잠시 잡았네요.

학자로서의 명성과 달리 정치인 공자의 인생은 순탄하지 않았다지요.

14년에 걸친 천하 주유.

그의 천하주유는 ‘삼손씨 무력화 계획’ 때문이었다 합니다.

노나라에서 정치를 시작한 공자는

백여 년 이상 노나라 국정을 장악하고 있는 삼손씨(맹손씨, 숙손씨, 계손씨)를 무력화해서 정권을 왕에게 되돌려주고,

바로 세운 노나라를 기반으로 천하를 도모하려던 원대한 계획을 가졌더라지요.

1868년 일본에서 하급 무사들이

막부를 타도하고 일왕 메이지에게 권력을 되찾아준 메이지 유신과 비슷하다는.

이 계획을 위해 아끼는 제자 중유(자로)를

가장 세력이 막강한 계손씨의 가재(가신의 우두머리)로 위장취업시키기기도 하는데,

치밀하게 준비하지만 예기치 못한 결과로 이어져

결국 천하 주유의 유랑길로 내몰렸던 것.

삼손씨 무력화 계획은

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근거지를 무너뜨리게 하는 일종의 무혈혁명.

공자는 이후

여러 나라를 떠돌며 자신의 뜻을 펼칠 정치 기회를 찾으려 하지만

당시의 현실 지배체제는 그의 사상을 용납하지 않아

끝내 거친 광야를 떠돌게 됐던 것.

오늘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무엇을 꿈꾸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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