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29.물날. 맑음

조회 수 670 추천 수 0 2014.11.01 07:28:05


오후의 하늘.

하늘에는 굉장한 격랑이 일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천둥번개가 치고 폭풍 몰아치는 게 아니라

그저 구름들이 갖가지로 넌출대며 서쪽하늘로 기운 해를 둘러싸고

저편으로 무지개를 만들어내고 있었지요.

경사(慶事) 아니겠는지.


11월 한 달 네팔행.

갈 준비란 건 그저 일상 정리.

부엌곳간으로 감자와 양파를 들여놓고,

돌아올 즈음이면 바깥에서 얼 것이니,

장독대도 갔지요.

간장 된장 고추장을 꺼내 채워두고

뚜껑 연 김에 볕도 바래고 바람도 넣고 곰팡이 보이는 자리도 덜어내고.

그리고 행주질을 하고.


멀리 계신 은사님,

10월 중순에 안나푸르나로 가는 소롱라에서 있었던 눈사태를 곱씹으며

괜찮을까 걱정하시는 전화 주셨습니다.

“여비는 좀 안 보태줘도 되나?”

“에이, 아니요, 아니요. 필요하면 말씀 드릴 게요.”

“그래, 언제든 필요하면 말해라.”

이적지 선생님 그늘...

오늘은 바깥에서 무려 여섯 일정이 줄을 서 있습니다.

차모임부터 강의와 몸수련과 물날 수행모임과 상담과

그리고 잠깐 사람을 만나는 일까지.

오늘 차는 민북청차 다섯을 다 달여내기.

대홍포 백계관 철나한 수금귀 그리고 반천요,

차의 향연이었군요.

한의원에 들러 벼락치기 침도 맞았네요,

기운 척추가 좀 낫겠지 하고,

큰 산 오르니.


늦은 밤 10학년 아이 상담.

슬픔이 온 몸 가득 차 있는 아이.

무엇이 거기 들어갈 수 있겠는지.

사람들은 그 아이가 가진 것이 화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화를 이루는 바탕은 슬픔입디다.

아이는 눈 아니어도 온 몸에 물기 머금고 있었지요.

차서 넘치지 못하고 온 몸을 채우고 있는.

12월 3일 2차 상담 날을 받아놓습니다.

1차 상담은 그를 돌보는 보호자와 했었고,

3차 상담은 안나푸르나를 다녀와 하는 걸로.

위탁교육이든 방문상담이든 내담상담이든 3차 상담 뒤 결정키로 합니다.


새로운 일에 대한 희망 하나.

여성 몇과 수행모임 결성하였습니다.

다른 직업, 다른 국적, 다른 나이대. 다른 조건, 다른 지역.

그러나 선한 결을 가진 이들.

같이 할 공부에 들떱니다.

그들이 기다리고 있는 한국이 되겠습니다.

그래서 안나푸르나에서 꼭 돌아와야만!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914 2013.12.12.나무날. 갰다가 다시 흐리며 눈비 옥영경 2013-12-27 681
1913 2019. 5. 8.물날. 맑음 / 당신이 잘되기를 바라 옥영경 2019-07-09 680
1912 2016. 8.19.쇠날. 맑음, 달 좀 봐! 옥영경 2016-09-08 680
1911 2016. 6.22.물날. 흐림 옥영경 2016-07-16 680
1910 2016. 6.20.달날. 흐리다 비 옥영경 2016-07-16 680
1909 2015. 7. 7.불날. 비 옥영경 2015-07-31 680
1908 2015. 4.24.쇠날. 구름도 가끔 섞인 맑은 옥영경 2015-05-30 680
1907 2월 빈들 여는 날, 2015. 2.27.쇠날. 맑음 옥영경 2015-03-20 680
1906 2014.10.20~21.달~불날. 비 내린 종일, 이튿날 쉬고 내리고 옥영경 2014-10-31 680
1905 2014.10.16.~17.나무~쇠날. 썩 내키지 않는 걸음처럼 맑다고 하기는 그런 옥영경 2014-10-31 680
1904 2014.10. 4.흙날. 가끔 구름 옥영경 2014-10-28 680
1903 2014. 4.23.물날. 맑음 옥영경 2014-05-23 680
1902 2014. 3.12.물날. 비 옥영경 2014-04-05 680
1901 2016. 6.23.나무날. 흐림 옥영경 2016-07-16 679
1900 2016. 6. 3~4.쇠~흙날. 뿌연 하늘, 그리고 비 옥영경 2016-07-06 679
1899 2016. 2.23.불날. 맑음 옥영경 2016-03-16 679
1898 2015. 6. 3.물날. 맑음 옥영경 2015-07-08 679
1897 2015. 1.22.나무날. 눈 몰아치다 비로 옥영경 2015-02-24 679
1896 2014.12.29.달날. 흐림 옥영경 2015-01-06 679
1895 2014. 6. 5.나무날. 흐림 옥영경 2014-06-24 67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