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31.쇠날. 젖은 아침

조회 수 691 추천 수 0 2014.11.01 07:32:10


“산은 하나의 다른 세계다.

그것은 지구의 일부라기보다는 동떨어져 세워져 있는 신비의 왕국인 것이다.

이 왕국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의지와 애정만 있으면 된다."


“생각해보면 등산은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산정의 아름다움도,

위대한 공간에서 얻는 자유도,

다시 발견한 자연과의 친밀함도,

산 친구와의 우정 없이는 무미건조하다.

그래서 때로는 실망하는 자가 되겠지.”


너무 낡았나요, 산을 향해 떠나며 가스통 레뷔 파의 말을 빌리는 건?

11월 한 달은 네팔에서 보냅니다, 별일이 없는 한.

안나푸르나를 오를 것입니다.

통화는 어렵겠지요.

메일(mulggo2004@hanmail.net)로, 물꼬 누리집에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겠습니다,

안나푸르나를 오르는 첫 2주는 그것마저 쉽지 않겠지만.


‘안나푸르나 눈사태 소식을 듣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지난 10월 중순께 소롱라에서 났던 사고로 여럿 안부를 물어왔습니다.

얼마 전 촬영을 하고 돌아간 연출샘도 사고 소식 듣고 생각했다며

내일 떠난다 조심하라 당부.

그런데, 사람의 뜻으로만 어디 목숨이 이어지던가요.

조심하겠습니다, 겸허히 걷겠습니다.

나머지는 풍요의 여신(안나푸르나)의 몫.


여기는 서울.

교무실에서 챙겨야할 문서들을 처리하고,

공지할 것들 올리고,

밀린 글들을 쓰고,

'물꼬에선 요새'를 챙기고,

아리샘과 늦은 시간 만나 섬모임도 논의.

자정에야 짐을 꾸리기 시작하지요,

산악인들이 빌려준 장비들이며.

결국 네, 팔, 두 글자도 들여다보지 못한 채.

비행기에서 자료를 좀 들여다보려나요.

어째 비행기 탈 때면 꼭 밤을 새고 가게 되는.

이것도 습입니다, 습. 에고.

지금 11월 1일 아침 7:31, 아직 책상 앞.


‘물꼬는 저희가 잘 지켜보고 있을 게요.’

가는 날이 되자 그리 힘을 보태들 주시는군요,

고맙습니다.

물꼬를 부탁드립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모다 가을하늘처럼 푸르시라.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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