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 4.나무날. 다시 눈발

조회 수 650 추천 수 0 2014.12.18 07:33:13


네팔에 있었던 11월, 한국은 봄날 같은 가을이었다 했습니다.

예년 같으면 이른 눈도 한번쯤 왔겠고,

물꼬의 교사 뒤란은 북풍으로 이미 한겨울이었을 겝니다.

고맙게도 배추가 밭에서 얼지 않도록 도와주었던 하늘은,

떠나기 전 하고 갔다고는 하나 놓쳤을 월동 준비를 위해

그렇게 겨울을 유예해주었고

덕분에 겨울 날 자잘한 일들을 챙겨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로소 겨울,

돌아오셨는데 이렇게 매섭게 추워서 어떡해요,

여럿이 약속이나 한 듯이 같은 문자로 안부들을 물어왔네요.

예, 별일 없이 돌아왔고, 드물고 이상한 일 없이 대해리 겨울 속에 있습니다.

한동안은 농번기를 지난 산골에서 조금 덜 움직이며 불가에서 책을 읽는

여느 겨울날일 수도 있을 겝니다.

해가 가기 전에 넘겨야 할 글 몇 편도 쓸 수 있을 것이고.


올해도 고흥에서 유자가 왔습니다.

품앗이 선영샘의 고향입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자밭에서 농사랄 것도 없이 달리면 달리는 대로 거두는 유자를,

그러니 농약 한번 칠 일없는 유기농인, 그래도 따려면 일일,

올해도 보내왔습니다.

벌써 몇 해인가요.

네 상자를 거두었다는데 그 절반이 물꼬로 보내졌습니다.

병원으로 가는 아버지 바라지를 들어가던 어머님이 부랴부랴 보내신...

선영샘은 ‘늘 가장 좋은 유자를 보낼 수 있어서 기쁘다’ 했습니다.

눈에 습이 뱁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이런 게 힘이지 않던가요.

잊히지 않아 고맙습니다. 생각해주어 고맙습니다.

두루두루 나누겠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 겨울에 가마솥방을 드나들며 마시고 또 마실 유자차.

그나저나 아버님 수술은 어이 되셨을지.

고흥에 전화 넣어봐야겠습니다.


우체부 아저씨도 다녀갑니다, 책 봉투도 하나 있었지요; 수필가 김창환님의 신간.

가방을 둘러메고 나선 길에서 만난 다섯 남자와 한 여자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서로를 살리는 나라에 대한 염원이 담겨있지요.

거기 마지막 꼭지가 바로 물꼬 이야기입니다.

물꼬를 귀하게 여겨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지난 11월 초 출판기념회가 있었고,

주인공이 안 오면 되느냐시며 네팔행으로 부재함을 안타까워하셨더랬지요.

돌아온 줄 알고 따끈하게 보내신 것.

복을 구하기보다는 지혜를 찾아내는 삶이고 싶습니다,

그렇게 적어 보내주셨습니다.

애쓰셨습니다. 참 단단하고 바지런한 당신이십니다. 건필하시옵기.


내일 있을 발해모임을 위해 나섭니다.

송년모임이 시작이군요.

서울길에 나눌 것들을 챙겨봅니다.

된장에 간장에 고추장에, 돼지감자장아찌, 김장김치와 파김치와 총각김치,

그리고 통배추며 무며 채소들.

무언가 챙기는 일에 들이는 손을 알므로

이 골짝으로 그리 보내오는 것도 고맙기 한없을 밖에요.


날 추워졌다고 소사아저씨는 본관 화목보일러에 불을 지펴보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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