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 6.흙날. 눈

조회 수 739 추천 수 0 2014.12.25 05:10:19



김장하던 날 몰아치던 눈보라는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며

살구나무아래 있던 늘씬한 긴의자들마저 넘어뜨리더니

한 순간 쿵 하는 커다란 소리를 내며 뭔가 거대한 것을 쓰러뜨린 듯했더랬지요.

흙집 지붕이 그만 일부 들려 휘뜩 넘어가버렸던!

아직 수습할 엄두를 내지 못한 채 이제나저제나 상황을 지켜보는데

그 위로 눈 또 내리고, 그리고 다시 내리고 있습니다.

남은 지붕 안쪽마저 눈 무게에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소사아저씨가 지붕에 올라가 눈을 밀어냈더랍니다.

음, 언제나 날을 받나, 누구랑 일을 해야 하나, 날씨가 도와줄 것을 기대합지요.


언젠가 한번 해보겠다고들 하십니다,

계자에서 밥바라지 말이지요, 부모님들이요, 주로 엄마들.

앞서 두 아들을 계자에 여러 해 보냈고,

드디어 일곱 살이 된 막내를 보내게 되면서

이제 밥바라지가 가능하겠다는 엄마였습니다.

해봅시다려.

계자 구성원들의 변천사가 재밌습니다.

지금은 샘들 자리가 먼저 차고, 새끼일꾼들이 차고, 마지막으로 아이들 자리가 채워지는.

밥바라지까지 짜여 졌으니 역시 올겨울도 교사(새끼일꾼 포함)들은 드림팀이 되었군요.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관심으로 꼬리를 물고 간 한 책이 준 충격으로

오늘은 침통합니다.

“역사란 역사가와 그 사실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재야 사학자 김상구 선생은 에드워드 카의 말을 인용하며

‘하지만 그 과거가 조작, 왜곡되었다면 이해와 해석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며 운을 뗐습니다,

신화화된 김구의 이미지를 넘어 이제 김구의 실체를 보아야할 시점이라며,

‘김구로 인해 어둠 속에 묻혀버린 독립지사들의 명예가 이 책을 통하여 회복되었으면’

‘임시정부정통론이라는 허구의 독립운동사가 걷히고 제대로 된 독립운동사가 정립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김구 청문회 1: 독립운동가 김구의 정직한 이력서-친일파가 만든 독립영웅>

<김구 청문회 2: 김구는 통일의 화신인가?-친일파가 만든 독립영웅>

열일곱에 이미 수천 명의 연비(신도)를 거느린 동학의 애기접주였던 김구의 이름을

우리는 어떤 기록에서도 찾을 수가 없이 다만 그의 입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합니다.

(동학기념관에서 이름을 보았지만 그것 역시 <백범일지>를 통해서였을 듯)

그런데 그 <백범일지>의 유려한 문장들이 친일파 이광수의 글이라고,

우리가 그토록 가슴 떨려하며 읽었던, 그리고 자랑스러워하던 '나의소원'이!

출판사는 말합니다.

‘<김구청문회>를 출판하기 위해 우리는 6개월 동안 작업을 했다. 이 작업을 하면서 우리는 매우 마음 아팠다. 백범 김구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최고의 독립영웅이자, 정치가이며, 비운의 주인공이었다. 우리는 그 동안 김구가 안두희에게 암살당하지 않았다면 우리의 역사가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면서 행복한 상상을 수없이 해왔다.’

누군들 그렇지 않았더이까.


국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일본군 중위를 죽이고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고종의 특사, 그것도 전화로, 그것도 전화가 개통되기도 전에, 로 풀려났다는 김구의 주장이라니...

임정의 문지기라 겸손해했던 김구가 실제론 반대파를 밀정으로 몰아 죽이고,

임정의 경무국장으로 환갑이 넘은 박은식을 구타하고,

자기 세력을 키우려고 다른 임정 인사를 배제한 채 윤봉길 사건의 주모자를 자처하고,

독립보다 반공을 우선시해 독립단체들의 통일을 거부하고,

송진우, 여운형, 장덕수 암살의 배후로 거론되고,

반탁을 내세워 미소공동위원회를 무력화시키고 이승만을 도와 남한에서의 총선거를 지지,

그가 관여한 백의사, 서북청년회 등 우익단체들은 좌우합작 세력에 테러를 가해 단정수립에 기여하고...


그러나 역사는 박용만ㆍ한길수ㆍ여운형을 외면하고 김구를 선택했다’

우리들의 영웅 김구가 어떻게 신화화되었고,

그의 아들은 어떻게 다른 독립유공자들과 달리 양지를 걸었는가가

수많은 자료와 분석을 통해 실체를 드러냅니다.

이 사학자의 주장은 어디까지 사실일 것인지...

지금은 어떤 역사가 어떻게 왜곡의 길을 걷고 있을 것인지...

두렵고,

갈수록 아이들과 할 말이 없어집니다.

할, 말이, 없다...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그러나, 그래도 우리는 살아갈 것이고,

아이들은 여전히 자랄 것이며,

우리는 그들을 위해(물론, 당연히, 또한 우리를 위해) 그래도 두리번거리고 찾고 곧추세워야 할 것.

그것이야말로 더는 슬프지 않을 수 있는 길일 것이므로.

(쓰고 보니 상투적 결말의 소설을 보는 것 같은... 하하, 웃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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