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땅속으로 걸어 들어가시네

중량(重量)초과(草果) 生,

끄응


벗의 어머니 가셨습니다.

어제 빈소를 같이 지켰고, 발인에 동행했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누군가의 장지를 따라나섰지요.

한 생이 건너가는 강가에 그리 섰더랍니다.

김개남 장군묘가 가깝더이다.

근래 동학의 여러 자료들을 보고 있는 터입니다.

우연 같지 않았던 장소.


산을 내려오는 길, 뒤를 돌아보지 말라데요, 죽은 이가 따라오지 않도록,

당신은 당신 길을 가시라고.

살아생전 딱 한 번 뵈었을 뿐인 당신인데

당신을 홀로 남겨놓고 올 수가 없어

곁에 모시고 오고 싶었습니다.

다른 이의 마음이 이러할 진대 벗의 마음은 어땠을는지.


벗의 어머니를 묻고 돌아오는 길 영화 <님아, 강을 건너지 마오>를 보았습니다.

결혼 76년 노부부의 사랑을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

98세 로맨티스트 할아버지와 89세 소녀감성 할머니가 이어온 사랑 이야기.

할머니는 76년을 함께 산 할아버지를 보냈고,

벗은 50년 세월을 공유한 어머니를 보냈더랍니다.


公無渡河(공무도하, 임이여 그 물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공경도하, 임은 기어이 물을 건너시네)

墮河而死(타하이사, 물살에 휩쓸려 빠져 죽으시니)

當柰公何(당내공하, 아아, 저 임을 어찌할꼬)


백수광부의 처가 불렀다는 노래.

고조선의 뱃사공 곽리자고는 아침 일찍 배를 손질하다가

사람은 허옇게 센 머리를 풀어헤친 채 술병을 쥐고 강에 뛰어드는 사내를 보았지요.

좇아온 그의 아내인 듯한 여자가 말렸으나 그예 물에 들어가 빠져죽자

여자는 공후를 뜯으며 노래를 부르고는 사내를 따라 몸을 던졌다 했습니다.


전주에서 넘어오며 추풍령 은편리에 들렀습니다.

겨울 물꼬에 닥쳤던 숙제(흙집 부실한 곳과 지붕공사)들을 같이 해주었던,

아, 누가 이 산골에 있어 그런 일을 함께 해줄 것인가 목울대가 떨렸던,

대식샘과 목연샘이랑 하는 인사 자리였지요.

떡을 구워먹고, 대식샘네 2층에 올라 탁구를 쳤습니다.

산마을에서 그리 오고갈 벗들이 있음도 복이겠습니다.

그리고, 강아지 ‘만화’를 얻어왔지요, 그의 집과 함께.

마을에서 얻은 개라는데, 주인 잘못 만나 고생한다고,

너른 곳에서 아이들 사랑 담뿍 받으며 지내라 합니다.


눈길, 미-끌,

물꼬의 상설학교 시절 우리 아이들과 타고 나가던 차가 언덕으로 굴렀던

마을 앞 바로 그 돌아드는 길에서,

엉금엉금...

오래오래 차를 차고 와서 그런가,

그래도 밝으면 나을까 하여 차 안에 불도 켜고 왔더랬는데,

만화는 먹었던 걸 다 토해냈더랬지요.

야삼경, 눈 내리는 마당가에 만화 자리를 잡아주었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옆에 친구도 있고, 젊은 할아버지가 잘 돌봐주실 거고,

같이 살았던 아저씨도 가끔 올 거고, ”

얼마나 사랑스런 그인지, 금세 꼬리를 흔드는.

“장순아, 잘 돌봐 줘.”

예서 십년을 넘어 된 장순이도 덜 적적하지 않을지요.

이제 영민함이 떨어진다 자주 생각게 하는 그랍니다,

멀지 않았을 그의 죽음이 자주 미리 슬퍼지고는 하는 요즘이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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