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16.불날. 오후 눈 날리다

조회 수 760 추천 수 0 2014.12.31 01:00:50


그것이 무슨 인생인가, 근심으로 가득 차

잠시 멈춰 서 바라볼 시간조차 없다면.


나뭇가지 아래서 양과 소의 순수한 눈길에

펼쳐진 풍경을 차분히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숲을 지나면서 수풀 속에 도토리를 숨기는

작은 다람쥐들을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대낮에도 마치 밤하늘처럼 반짝이는 별들을

가득 품은 시냇물을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아름다운 여인의 다정한 눈길에 고개를 돌려

춤추는 그 고운 발을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눈가에서 시작된 그녀의 환한 미소가

입가로 번질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면.


얼마나 가여운 인생인가, 근심으로 가득 차

잠시 멈춰 서 바라볼 시간조차 없다면.


영국의 방랑걸인 시인이라던 헨리 데이비스(1871-1940)의 ‘여유’ 전문


많이 늦은 귀가였습니다, 간밤.

눈이 펑펑 쏟아지는 야삼경 돌아와 데려온 강아지 ‘만화’를 부려놓고 나니

깊은 새벽이었더랬지요.

눈을 뜨니 산마을이 온통 눈입니다.

눈에 갇히는 날들을 겨울이면 즐기기까지 하는.

덕분에 종일 여유를 부렸습니다.

해건지기, 어제 빈소에 있었던 탓에 못한 절까지 티벳 대배 200배.

곶감 거둬들여 나눠서 갈무리도 하지요,

나눌 것, 먹을 것, 손님 맞을 것으로.


겨울계자(초등)는 신청 중이고,

청소년계자는 자리가 넘치겠다.

열다섯 남짓이라 하였으나 최고 스물까지 자리를 두었다.

구두로 신청하고 아직 메일을 보내지 못한 아이들까지 합하면

그 스물 자리가 다 찬.

품앗이일꾼, 새끼일꾼, 청소년계자까지 바삐 찬다.

초등만 좀 더딘.

그럴 밖에, 얼마나 불편한 이곳인가.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게 해우소.

그래도 이 산마을로 찾아드는 아이들과 어른들을 보면

참 우리 삶이 기적이다. 고맙다.


재밌는 글 하나도 옮겨봅니다.

달리 보면 보이는 세상의 모순 10가지라더군요.

- 기차, 버스, 지하철에서 가장 시끄러운 소리는 승객에게 휴대폰 사용을 자제하고 조용하게 지내라고,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방송.

- 명성을 하찮게 여기라는 책에도 저자의 이름은 표지에서 가장 잘 보이는 데 있다.

- 송년회는 건강을 기원하는 건배가 단골메뉴이지만, 대체로 건강을 해치는 폭음으로 끝난다.

- 우리 정치의 당파주의를 근엄하게 비판하는 이른바 '지식인'들은 늘 한쪽 편만 든다.

- 담뱃값 인상에 '증세 꼼수'라고 화를 내는 사람은 대체로 담배를 끊지 못해 증세를 도와준다.

- 소수의 권익을 주장하는 모임에서 '분위기 깨는 소리' 하면 몰매 맞는다.

- 외적 아름다움보다 내적 아름다움이 더 중요하다며 성형수술을 비난하는 사람도 일단 예쁘면 좋아한다.

- 벽에 써놓은 '낙서 금지' 글자는 대체로 벽의 아름다움을 해치는 낙서.

- 교육 정상화를 유달리 큰 목소리로 주장하는 정치인들은 대체로 자녀를 미국의 사립학교로 보낸다.

- 솔직한 것을 좋아한다는 사람에게 솔직하게 얘기하면 대체로 솔직하게 미움 받는다. 아부를 싫어한다는 사람도 '적절한 아부'를 들으면 입가가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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