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25.나무날. 맑음

조회 수 680 추천 수 0 2015.01.04 22:31:08


해마다 섣달 25일이면 이 산마을에 마을대동제가 있습니다.

마을회의요.

두 해, 부녀회장을 했고

아이가 맡았다가 제도학교를 가면서 어미에게 넘겨준 반장직도 한해.

이장님 돕는 거니 했더랬지요, 러닝메이트처럼.

만약 이장님이 재임하셨으면 더 했을지도.

마을을 이해하는데,

그리고 행정부의 말단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게 된,

더하여 교문을 나가 마을을 자주 걸었던 시간.

사람들이 연임을 하라 할 때도 젊은 엄마들(그래도 50대 후반인)이

교장샘 너무 바빠 도저히 못한다, 정말 억지로 이태 했다 말 보태주셨습니다.

그처럼 마을에서 친해진 젊은 축들과 따뜻하게 교류했던 시간이

가장 크게 얻은 것.

비로소 이웃이 되었던 거지요.

96년 가을 폐교된 학교를 쓰기 시작해 서울과 오갔고,

2001년부터는 선생들이 아주 들어와 살고,

2004년부터 몇 해 입학하고 졸업하는 제도가 있었기도 했던 시간.

2013년에 이르러 비로소 마을에 흡입된.

10년을 살아도 외지인은 외지인,

이 마을에서 태어나지 않았어도 부모 고향이었으면 바로 마을로 편입할 수 있는 시골 정서,

그 속에서 용케도 잘 살아왔더랍니다.


“흔들지 마세요! 가을이면 우리도 감 따러 나무에 올라가면, 흔들면 다치고 죽잖아요.

앞으로 누구라도 뽑아놓았으면 흔들지 말고 도와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장님 퇴임 연설하시는데,

덩달아 눈시울이 붉어졌지요.

무슨 대단한 직함을 내려놓는다고 한 연설이 아니라

그간 마음의 고단함을 꺼내시는데,

어떤 연설보다 큰 울림을 주셨습니다.

배운 거 없이(당신 말씀이) 어찌어찌 밀려서 이장직을 맡아 여섯 해를 일하셨는데,

끊임없이 흔드는 분이 계셨지요.

먼저 하신 경험으로 후임자를 위해 이것저것 잘 알려줄 수도 있으련만

하루 두 세 번 면사무소를 오가게 하고,

늘 비난하고...

얼마나 어려우셨을지요.

따뜻한 분이셔서 두루 사람들을 살펴, 구미에 맞는 이에게만 그리한 게 아니라,

덕을 본 이들이 많았습니다.

곁에서 배운 바가 많았지요.

애쓰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벗이 지리산에 올랐습니다.

백무동으로 출발해서 세석산장에 닿았다는.

내일은 장터목 지나 천왕봉 갔다가 장터목산장에서 묵는다지요.

그리고 중산리로 내려온다 하였습니다.

물꼬의 상설학교 시절

아이들과 장터목산장에서 새벽에 오른 천왕봉이 마지막 지리산행이었던 듯.

아, 이후 노고단까지 두어 번 가긴 했던가 봅니다.

이국에 여러 해 있었을 때도 가장 그리웠던 땅이 지리산이었더랬는데.

하여 돌아와 제일 먼저 갔던 곳이 지리산.

누구라도 산을 걷고 있어서 고맙습니다.


지금 행복할 그대, 그대가 행복해서 좋습니다.

누구라도(내가 아니더라도) 행복하면 좋다마다요.

하여 내가 행복한 것이 중요.

나로 그대 또한 행복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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