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이들, 우리 아이들이 왔습니다; 2014 겨울 청소년 계절자유학교.

대입 끝내고 오마 기다리다 그예 온 아이,

초등 2년 때부터 봐서 낼모레 대학을 들어가는 아이에서부터,

초등 4년에 보고 중학교를 거쳐 고교를 들어가는 아이,

언니 오빠 손을 잡고 끌려오다시피 했다가 이제 제 발로 열심히 다니는 동생들,

친구 따라 첫걸음한 아이...

놀고 일하고 배우고 사랑하고 연대고,

마음의 근육을 기르고,

더하여, 계절자유학교에서 아이들 앞에 서기 위한 준비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늘 그렇지요, 물꼬 위의 하늘이.

날이 푹해서, 아이들이 일정에 잘 집중할 수 있어서 고마운.


이름 올리기.

그리고 안내모임.

물꼬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 곳인가 안내하고 공간을 익히고.


같이 지내는 동안 타인에게 부탁하고픈 것들을 나눕니다.

말을 조직해서 말하기보다 편하게 꺼내기,

타인을 받아들여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상대의 말을 듣기.

먼저 말 붙이기가 어려운 이는 자신에게 말을 붙여 달라 부탁도 하고.

류옥하다의 제안도 있군요.

“우리가 학교에서 듣는 교장샘 훈화가 실제 좋은 말씀들이지 않은가,

그런데 금세 지루해한다.

여기서도 좋은 말들 많지 않은가, 그것을 새로이 봅시다.”

그래요, 새로이 보기! ‘처음처럼’이란 말도 그런 의미 하나일 것.


‘몸’-패를 나누어 일하기.

쌓인 자갈을 펴고,

연탄재를 옮기고 깨고,

땔나무를 옮기고,

부엌일에서 식재료를 까고 벗기고,

그리고 창문 먼지도 닦고.

몸을 쓰는 공부도 머리로 하는 공부 못잖게 중요할 것이라.

머리로 하는 공부에 치중하는 현재의 교육이

혹 건강하지 못한 사람으로 우리를 자라게 하는 건 아닐까 조심스럽게 반성도 하고.

마지막까지 정성스럽게!

“시험 문제 하나도 그럴 때 제대로 풀어낼 수 있을 것.

그럴 때 혹 틀리더라도 그 문제가 가치 있어지지 않더뇨.”

그래요, 순간순간이 나를 이루는 것일지니.


‘말’.

말을 하는 동안 우리가 새겼으며 싶은 것들부터 짚어갑니다.

‘‘믿음의 동그라미’를 위한 노둣돌’같은 거지요.

깊은 경청,

따뜻한 눈으로 보기,

침묵을 어색한 시간으로가 아니라 바로 보자,

가르치거나 고치거나 충고하려 들거나 잘난 체가 아니라

진심으로 그를 위하는 마음으로 말하기,

다른 이를 받아들이고 배우려는 마음을 갖기,

따뜻함으로 묻기,

서로를 지켜주기.


숙제검사’와 실타래로 이어지는 ‘夜단법석’.

책을 중심으로 그 책을 소개하고 의미를 같이 나누거나,

자신에게 일어났던 특정 사건을 중심으로 그것이 갖는 의미도 새겨보고,

대학입학을 앞둔 동휘, 인영, 해인, 나령 형님들이 공부하던 과정들을 나누기도 하고, ...

자연스럽게 공부의 가치와, 공부법에 이르기까지 중고생의 가장 큰 관심사들을 깊이 다룬 시간.

가온이의 말대로 많이 듣고 생각하는 이 시간이 ‘청계의 피크’.

류옥하다의 얘기가 오늘은 길군요.

실용서 중심으로 책을 많이 읽는 요즘의 흐름에 대한 나름의 소견입니다.

고전을 읽자, 실용서도 그런 소양 앞에서 힘을 발하는 듯,

책은 그 유용성 때문이 아니라 그냥 읽는 거다,

그렇게 우리 삶의 깊이를 더해 생각하며 살게 한다,

덧붙여, 지금도 중요하지 않은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시키지 말자는.


공부 안 해도 된다(이 질감은 동행했던 이들만이 알!)는 조언이나 공부 방법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됐고 숨통이 트였다는 도영,

“하고픈 대로 살아라, 어떤 일이든 자기가 즐거운 걸 하라, 현실에 매이지 마라.”

자기의 삶 안에서 절절한 목소리로 동생들에게 나눠준 동휘의 조언.

그런 언니 오빠들 진실성이 느껴지더라는 태희는

“공부, 복잡해져서 싫었는데 오늘은 공부 이야기를 하는데도 맑아지더라”  하고,

해인은 조언들이 좋더라며 “다 잘 될 거다, 걱정마라.” 동생들을 다독여줍니다.

준하는 왜 공부를 하고 있는 거지, 생각 많이 했는데, 여기와 생각이 많아졌다하고

자누는 느낌이 좋다하고,

나령이는 “다 써놓고 싶도록 배운 게 많았”던 시간이었다지요.

현지는 “학원, 학교에서 못하는, 깊게 생각을 나누는 자리가 좋다” 했으며,

규범이는 좋은 말 많이 들었지만, 힘은 들더라더군요.

이런 기회와 시간이 흔히 없는데,

집에서도 첫째라 부모님도 잘 모르시고 도움을 받기가 어려울 때도 있는데

이 시간이 매우 소중했다는 해찬,

지환이도 좋은 얘기 많이 들었다네요.

같은 주제여도 늘 새롭고,

어리지만 자기 삶에 고민하고 생각하는 게 기특하고,

이런 고민을 자신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서로 확인하며 힘이 되더라,

나중에 훌륭한 사람으로 있을 것이라 북돋아주는 인영.

“잔소리가 아니라 엄마랑 분위기가 다른... 공부 안 해도 된다하고...”

그런데, 외려 공부를 해야겠다 마음 먹게 된다는 현우.

첫걸음한 석주의 말도 인상 깊었지요, 여기 애들 참 똑똑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에 대한 찬사일 겝니다.


그리고 침묵의 시간.

기다리는 밤참.

이어지는 ‘말잔치를 통한 위로-수다’


공식일정 끝내고 다시 마이너리그, 가마솥방과 책방에서,

원 없이 자신들을 펼치고 길을 헤매고 찾아가고.

뒤란에서는 소사아저씨에 이어 기락샘이 아궁이에 불을 때고.


거의 무박으로 진행하는 일정,

아이들이 잠시 자는 동안 아주 잠깐 사택으로 올라가 눈을 붙일까도 싶더니

하다 왈, 선생이 아무도 없는데 혹시 무슨 일 있으면 교사의 부재가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

불편해도 자리를 비우지 않으시는 게 좋겠다 합니다.

그렇지요!

청계는 다른 샘들 없이 전체안내와 밥바라지를 홀로 맡아 아주 깊숙이 보내는 시간.

다 큰 아이들이고 신뢰가 가는 아이들이지만

어른의 몫은 또 어른의 몫.

교무실에서의 첫 밤, 겨울에는 좀 힘듭니다.

뭐 겨울은 춥지요, 그게 자연스러운 것, 여름이 덥듯이.

겨울 침낭을 꺼내옵니다.

하기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도 한뎃잠처럼 잤는 걸요.

‘물꼬 우리들의 겨울이 이렇게 시작 되는구나...’


고백하노니,

아이들과 하는 수행의 날들이,

제게 곧 수행이라.


‘고마운 내 도반들이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3902 2015. 1.15.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5-02-13 659
3901 2015. 1.14.물날. 흐림 옥영경 2015-02-12 1011
3900 2015. 1.13.불날. 오후 흐림 옥영경 2015-01-30 689
3899 2015. 1.12.달날. 맑음 옥영경 2015-01-30 718
3898 2015. 1.11.해날. 맑음 옥영경 2015-01-30 652
3897 2015. 1.10.흙날. 눈싸라기 마당에 아직 남은 흐린 날 옥영경 2015-01-30 703
3896 2014학년도 겨울, 159 계자(2015.1.4~9) 갈무리글 옥영경 2015-01-14 1308
3895 159 계자 닫는 날, 2015. 1. 9.쇠날. 눈싸라기 옥영경 2015-01-14 870
3894 159 계자 닷샛날, 2015. 1. 8.나무날. 맑음 / 십이(12)지산 산오름 옥영경 2015-01-14 1166
3893 159 계자 나흗날, 2015. 1. 7.물날. 맑음 옥영경 2015-01-13 1265
3892 159 계자 사흗날, 2015. 1. 6.불날. 소한, 흐리다 갬 옥영경 2015-01-12 1214
3891 159 계자 이튿날, 2015. 1. 5.달날. 흐리다 갰다 밤비 옥영경 2015-01-08 1076
3890 159 계자 여는 날, 2015. 1. 4.해날. 흐리다 햇살 퍼지다 옥영경 2015-01-07 1127
3889 2015. 1. 3.흙날. 맑음 / 159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15-01-06 816
3888 2015. 1. 2.쇠날. 맑음 옥영경 2015-01-06 696
3887 2015. 1. 1.나무날. 눈 옥영경 2015-01-06 727
3886 2014.12.31.흙날. 눈 옥영경 2015-01-06 653
3885 2014.12.30.불날. 흐림 옥영경 2015-01-06 653
3884 2014.12.29.달날. 흐림 옥영경 2015-01-06 675
3883 2014 겨울 청소년 계자(12.27~28) 갈무리글 옥영경 2015-01-05 89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