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29.달날. 흐림

조회 수 674 추천 수 0 2015.01.06 03:14:29


아침 수행의 끝은 티벳 대배 백배.

이즈음은 계자를 향한 기도이겠습니다.

'(사순절)대열 한복판에 한 줄의 고행회원들이 섞여 있었는데, 스스로 자신들의 몸을 채찍질하고 있었다. 그 수는 적어도 오백. 등줄기는 피부가 벗겨져 피투성이여서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 그럼에도 그들을 살펴보니 그 걸음은 태연했고 하는 말도 분명했다.(나는 지금 그들 몇 명이 서로 주고받는 말을 들었다.) 내 바로 옆에 매우 젊고 사랑스런 얼굴의 소년이 있었다. 한 젊은 부인은 소년이 그렇게 상처 입은 모습을 보고 불쌍히 여겼다. 그러자 소년은 우리 쪽을 돌아보고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울지 마세요.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은 당신의 죄업 때문이지 나의 죄 때문이 아닙니다.’ 그들은 그 행위에 대해 조금이라도 고뇌하거나 애를 쓰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환희 속에서 그걸 하고 있다.'

몽테뉴의 <여행일기> 한 대목(아직 읽지 못함)입니다.

벗이 보내온 글이 수행하며 그렇게 떠올랐지요.

뭐 나 이렇게 하는 게 순전히 당신 죄업 때문이야 그런 생각이었다는 게 아니라

간절함으로 보자면 서로 맞닿아 있지 않을까 싶더라는.


물꼬의 최근 몇 해 움직임은 게릴라식.

일정에 확 모였다가 쫙 흩어져서 일상으로 돌아가는.

동학농민군이 그러했던.

모였다 전쟁을 치르고 모내기하러 집으로 갔다가 다시 나와서는 추수 때 돌아간.

계자는 이전엔 아이들이 먼저 신청하고 손 보탤 수 있는 샘들이 모였다면

요새는 샘들과 새끼일꾼들이 먼저 조직되고 아이들이 자리에 앉는.

올 겨울 한 번만 하는 계자에는 스물아홉 아이들이 신청했는데,

캐나다 가 있던 아이 하나 한국에 들어왔다는 소식 있어 다녀가라 연락 넣었지요.

하여 서른.

새끼일꾼 포함 샘들 스물 하나에 159 계자 구성원이 그렇게 꾸려졌군요.


지리산에 간 벗이, 청소년 계자로 고생하고 있는데

날씨 좋다고, 모여서 하산주를 마신다고, 지역 친구들의 환대와 환송을 자랑해서

약이 좀 올랐겠다 합니다.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무슨!

“그냥 내 일인 건데 뭐.”

그렇기도 하거니와

더 넘어 물꼬의 일들이, 특히 청소년계자가 얼마나 빛나는 순간인지

그건 일이 아닌 거지요.

그 어떤 즐거움도 대신할 수 없는, 기쁨이고 자랑스러움이고 느꺼움.

아이들이 세상으로 가슴 펴고 나갈 수 있는 힘을 갖는 순간을 지켜보는 일을

그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겠는지.

물꼬가 있어야 하는 까닭이고,

저는 그 물꼬에서 자랑스러운 구성원 하나.


연말이면 학교 화재보험이며 차량이며 더하여 여행자보험이며로

업무를 마감하는 보험사 일정들과 맞물려 바쁘기 더합니다.

오전에는 그것들을 확인하고 처리하고,

계자를 위해 1차 장보기.

이곳저곳 허술한 곳들을 돌보기 위한 재료들이며

복사지를 비롯한 교무실에서 쓸 것들,

식재료를 제외한 자잘한 물건들을 돌아다니며 미리 구해놓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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