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2.쇠날. 맑음

조회 수 695 추천 수 0 2015.01.06 19:36:15


‘인간은 누구나 생애 한 번쯤 기억된 대지에 마음을 집중해야만 한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다가 배리 로페즈의 <북극을 꿈꾸다>의 표지를 보았습니다,

빛과 얼음의 땅 북극에서 산다는 일에 대해 들려주고 있는.

‘북극의 하늘은 뜻밖의 다채로운 햇무리와 달무리, 광환(光環)들, 오로라 보레알리스(북극 오로라) 그 자체, 파타 모르가나를 포함한 바다에서 일어나는 신기루’로 정신없을 때도 있지만

맑은 대기와 ‘햇빛과 달빛을 굴절시키는 일종의 얼음 알갱이’들이 만든 다양한 빛이

그 자체로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라지요.

그곳은 ‘시간을 초월한 듯 빛에 가득 찬 숭고한 순수성과 침해받지 않는 대지 본래의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이뉴잇은 전통의 방식대로 살아가며 삶의 오롯함을 이야기하고,

동물과 식물은 언제나 제자리에서 피고 지며 북극의 아름다움을 빛내고.

태양은 한밤중에도 빛나며 덕분에 새들은 부화하여 남쪽으로 날아가지요.

얼마나 너그러운가. 겨울의 증거를 웅변적으로 드러내는 땅에 사방으로 넘쳐흐르는 연민이라니.’

아,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이며

브루스 채트윈의 <파타고니아>와 <송라인>들이 주는 감동이 겹쳐지는 유려한 문장들...

이러다 선 채로 일을 놓아버리고 말겠는.

계자가 끝나면 제일 먼저 빌려 읽기로 합니다.


자, 계자 전 평일 업무(연관된 다른 곳들)가 가능한 단 하루.

여행자보험은 마무리가 되어야 합니다.

다쳐도 꼭 누락되거나 잘못 기재되거나 한 아이들이 다친 경험이 있고 보니

서류가 잘 몰 될까 바짝 긴장하는 일.

그런데, 한 부모가 연락이 안 되는.

아이 주민등록번호가 잘못되어 보험 일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애가 타지요.

이러다 다른 아이들까지도 넣지 못할 수 있겠기에 일단 그들을 제외하고 진행키로.

별 경제적 가치도 없고 일은 많아 대부분의 보험사에서 꺼리는 상품.

그래서 원활하지 않을 때 퍽 미안한.

고맙게도 해결하지 못하던 팩스 수신 문제를 류옥하다가 전화를 통해 해결해 준 덕에

무사히 안전망 안에 들어갔더랍니다.s


계자에는 샘들이 먼저 들어와 다른 샘들을 맞을 준비를 하거나

사람들을 보내고 남아 갈무리를 돕고 묵어가기도 합니다.

지난겨울부터 연규샘은 윤지샘은

열흘 혹은 일주일씩 먼저 들어와 밥 해먹어가며 손을 보탰더랬지요.

올겨울도 31일부터 들어와 같이 타종식도 하고 계자를 준비하자했는데,

예서 차곡차곡 해온 준비도 있고 샘들한테도 다른 상황이 일어나 오늘 들어오기로.

경철샘 윤지샘 연규샘이 낮 버스로 왔습니다.

어느새 또 바닥에 깔려있는 옷들, 계자 앞두고 옷방부터 정리에 들어갔지요.

꼬박 하루 일은 아니더라도 나절가웃을 훨 웃도는 시간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류옥하다와 함께 가마솥방 곳간에서 가위도 닦고 칼도 닦고

무엇이 비었고 무엇이 섞였나, 어디에 있고 없는 게 무언가들을 살폈지요.


저녁을 준비해두고 계자 식재료 장을 보고 왔더니

밥상도 잘 차려 먹고 뒷정리들을 해두었지요.

“맛있는 거 먹고 싶어요.”

“그래 이 못 먹고 사는 놈들아.”

동선이 길어서도 그렇지만, 안하던 몸쓰기를 해서도 그렇겠고,

무엇보다 여기 오면 먹는 것에 아주 충실하게 됩니다.

“오늘 밤참은 코스요리다. 일을 얼마나 시켜먹을라고...”

계자에서 샘들이 먹을 밤참을 연습하듯

“다른 계자라면 부모님들과 통화해야 하는 시간인데...

올 겨울은 준비를 좀 단단히 한 모양이네, 이리 앉았는 시간이 다 있고...”

장만해도 식재료를 제외한 것들은 미리 봐두기도 해서 오래 걸리지 않고 다녀왔고.

하여 그간 지낸 이야기들을 충분히 나누었더라지요.

서로의 삶을 돕고 고양시켜준다고 해서 물꼬에서 품앗이샘이라 부르지 않던가요.


“나는, 새해에는 새 언어를 좀 배워볼까?”

기락샘이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일 하나를 공부하자는 올해라길래

덩달아 그리 말했는데,

“마누라는 신랑어 이런 걸 좀 해보시지?” 그랬습니다.

“신랑이 마누라어 그런 거 좀 하시지?”

“아니, 나는 그동안 너무 많이 옥영경어 그런 거 했으니까...”

그러게요, 지지와 연대, 물꼬 일을 해오는데 큰 힘 하나는 누구보다 가족의 이해가 있었지요.

엄마와 아내 자리의 희생을 요구한 측면이 있었던.

새해에는 가족들도 좀 돌아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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