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들의 수행으로 여는 계자의 아침.

‘(시작할 때)유난히 힘들었던 대배. 집에 가고 싶었다. (그런데) 몸이 많이 지쳐서 휴식만 취하고 싶어졌는데 몸이 힘들 때 몸으로 이겨내니까 이겨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해인 형님의 하루 갈무리글 가운데서)

몸이 힘들 때 몸으로 이겨낼 수 있다, 그렇군요.

그래서 온몸을 바닥에 엎치는 티벳 대배가 우리에게 힘을 실어주며 계자를 건너가게 하는.

‘오늘 백배는 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휘향샘)

어제는 민우샘이 안 보이더니, 오늘은 준하 형님이 안 보이는군요.

아이들 속에 묻혀 자면 샘들을 찾아 깨우지 못하는 이들이 생기는.

“준하야, 모를 줄 알았지?”

‘‘희중샘의 부재’가 퍼뜩 번득이면서 정신 차리고 피곤하다는 생각을 버리려고 노력하며 대배. 힘내자 라고 생각.’(휘령샘)

오늘부터는 그렇게 희중샘의 몫을 휘령샘이 안고 갑니다.


해건지기.

“얘들아, 하늘 좀 봐!”

하늘 참말 예뻤습니다, 파아란 겨울 하늘에 붓질을 한.

모두 달골에 올랐지요.

“오늘 아침 해건지기 방법 안내하겠습니다. ‘뛰듯이 걷습니다!’”

달골에는 물꼬의 부속건물이 있습니다.

주말학교인 빈들모임이나 상설학교 일정에서 기숙사로 쓰고

또 작은 규모의 수행모임도 하는.

그때는 아침을 먹는 것부터 저녁밥상까지 아래 학교에서 움직이고

저녁모임에서부터 아침 수행까지는 달골에서 하고 내려오지요.

평소에 묵어가는 이들이 쓰기도 하지만,

겨울 세 달은 거의 비워두고 아래 학교에서 모여 지낸답니다.

훗날, 달골로 학교를 옮겨가면 좋겠다 꿈을 꾸기도 하는 곳이지요.


달골 우체통에서 편지를 꺼냅니다.

달날에 열린교실 ‘마을지도만들기’에서 쓴 편지를 이틀 뒤인 물날에 받는군요.

민우샘, 해인 형님, 윤호 건호 현진 승욱 유진이가 남긴 것입니다.

유진이의 ‘감사합니다’, 그 단순한 한마디가 찡하게 왔지요,

언 손으로 글씨를 어찌 썼을 거나.


해를 향해 마음을 모으고 소원빌기를 끝낸 뒤

민우샘이 주는 특별한 아침을 위한 표를 받고 가마솥방으로 달려왔습니다,

우리 모두 행여 그걸 잃어버릴세라 꼭 쥐고.

‘달골에 처음 가보았는데 좋았다.’(휘향샘)

아주 멀지 않은 때 우리들의 달골 시대도 오리라 합니다요.


새끼일꾼 자누를 보냈습니다.

자누를 가장 아꼈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전갈이 간밤에 왔고

딸아이를 밤에 보낼 수 없어 아침에.

정읍까지 기차를 타고 갈 것입니다.

서둘러 달골을 먼저 내려와 같이 아침을 먹고

마을 들머리로 가 버스에 태워 보냈습니다.

사람살이 가고 오는 것이 무에 대술까만

그래도 보내는 마음은 산자들에게 늘 쉬운 일이 아닐 것.

어르신 훨훨 가시길, 보내는 이들도 편히 보내길.


손풀기.

‘마지막 손풀기 시간에 아이들의 그림을 보았는데 정말 잘 그렸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액자로 만들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가온 형님)

‘아이들이 어려울 텐데도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참 예뻤다. 아이들도 처음에 어려울 것 같았지만 그려보니 좋았다고 해서 나 또한 좋았다.’(휘향샘)

어려운 마음, 귀찮은 마음, 그걸 밀고 넘어가 보면 한 발자국 성큼 또 걸어간 자신이 거기 있지요.

‘오늘이 마지막이었는데 마지막 시간이라서 그런지 그려야 하는 대상이 난이도가 있었는데 자기가 보는 시야에서 각자 몰두하여 완성시키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재미있었다.’(해인 형님)

‘이번계자 아이들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려웠지만 힘들었지만 해보니 쉽고 재밌었다’하는 식이라 대견했다.’(민우샘)


‘보글보글 2’는 밀가루를 주재료로.

파전: 광민 동희 승욱

“파는 어딨어?”

파가 다녀간 부침개쯤 되었겠습니다.

대신 감자 양파를 넉넉하게 넣었지요.


칼제비 통합방: 칼국수-은규 슬규 희원 성연 해인/ 수제비-채성 규범 규한 두영.

(칼국수와 수제비가 바뀌었나...)

남자 아이들은 주로 채소를 손질하고,

여자 아이들은 반죽을 해서 밀고 자르고 뗐다 합니다.

점잖은 두영, 끝까지 자리 지키며 시키는 일도 묵묵히 하고,

규한이는 요리 배웠다는 걸 인정받은 자신감 있는 칼질.

우리의 귀엽고 자유로운 영혼 채성은,

“양파 하나 썰어줘.” “예.”

“수제비 넣어줘.” “예.”

하나에 하나씩 주면 착착 일을 잘했다는.

국물이 끝내주었습니다. 얼큰한 맛과 맑은 맛 두 종류로 내기까지.

규범은 8학년이지만 계자를 더 누리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아이로 신청,

이제 새끼일꾼 하겠다는군요.

동생들 기다려주는 거며 정리하는 거며 새끼일꾼들을 보고 배운다면 그리될 날 오겠지요.

‘역시 다음에 여름에 만약 올 수 있다면 요리를 배워서 와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준하 형님.


호떡: 아린 진강 다은 규욱 수지, 그리고 율이도 뒤늦게 와서.

음, 쉽지 않은 구성원에 번번이 불난다는 호떡집인데,

휘향샘의 차분함과 태희샘의 생기발랄함이 짝을 잘 맞춰

꼬마 아이들과 장사를 잘 하였더랍니다.

거기에 다은이가 샘들을 잘 챙겨주고.

처음엔 반죽에 비해 속이 적어 밀가루 맛 투성이더니

한 번 더한 반죽으로 이젠 해봤다고, 그럼요, 하면 늘지요,

제법 꼴새 나는 호떡반죽을 팬에 올려놓았지요.

규욱이와 진강이는 호떡을 굽는 시간에 그찮아도 좀이 쑤셔

호떡 속으로 넣는 설탕을 계속 집어먹고,

율이는 조물딱조물딱 풀빵보다 작아 보이는 반죽을 내밀고...

아린이는 옆에 파전하는 광민이 오빠한테 그랬다는군요.

“오빠, 우리 쌤한테 내 이름으로 말하면 호떡 줄 거야, 먹어.”

내 이름대고 먹어, 그런 거지요.


만두: 정우 지수 윤서 세린 여원 세영

진행샘들 둘 다 주도적으로 직접 해본 적 없어 걱정 태산이었다는.

정말 훌륭한 생활교육 현장의 장입니다요, 여기.

해보면 규모가 생기고 할 수 있게 되는 거지요.

‘정우가 참 몸 사리지 않고 열심히 해준다. 처음에 준비할 때부터 진행하는 내내, 끝날 때까지도 스스로 할 것 찾아서, 계속 열심히 참여하려하는 예쁜 친구다.’(민우샘)

누군들 그 아이가 안 예쁘지않을까요.

많은 아이들이 이곳에서 그러합니다.

자신의 최대치들을 뽑아내는 거지요. 서로의 긍정성을 끌어내주는.

‘지난 계자 보글보글에서 숨은 진가를 살짝 보였던 세린, 이번엔 날개를 달아서 세영이와 함께 대화를 주도하며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민우샘)

‘솔직히 맛 없었던 것 같은데 아이들이 아니라고, 맛있다고 해서 위로 되었다’는 민우샘.

아이들의 위로로 우리가 간다니까요.

그런데, 지난 계자 보글보글에서 유지 팔에 기름 몇 방울이 튄 일 있었는데,

특히 딸이고 보면 아주 작은 상처도 민감해지기 더합니다.

이제 사라졌지만 오래 없어지지 않는 동안 엄마가 애가 탔을 것.

조심하지만, 정우가 손바닥으로 뜨거운 걸 잡았더랬지요.

조금 붉은 기가 도는 정도고 아프진 않다는데,

그래도 아이들과 하는 요리 불이며 기름이며 두드리는 돌다리여야 할 것!


팬케이크: 윤호 현진 건호 유진 유지

핫케잌믹스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반죽을 만들어한,

그리고 아주아주 맛있었다는 찬사를 대대적으로 받아 의기양양해진 방.

얼마 전 이 인근마을에서 만든 모찐빵이 ‘6시 내고향’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을 타고

웰빙간식으로 검색어 1위에 올랐더라 합니다,

지역호두로 만들고 국산팥을 쓰고 맛있다고.

그런데 내막을 보면, 파는 중국산 팥앙금에 만든 앙금을 섞어 쓰고,

무엇보다 호떡믹스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오히려 비싼 호떡믹스를 쓰는 데는 우리밖에 없다고 자랑스러워하기까지.

우리가 사먹는 그 호떡믹스의 성분을 자세히 들여다보신 적 있으신지.

2011년 한국산 ‘호떡믹스’가 캐나다 연방식품검사국(CFIA)에서 리콜 조치를 받은 받은 적도 있지요.

물론 “성분표시에 문제”라는 것이 당시 이유였지만 화학조미료 첨가 제품.

맛소금과 같은 거지요.

뭐 아이들이 만든 믹스가 최고였다 말하다 보니 말이 길었군요.

애들이 ‘파는’ 맛에 하나도 밀리지 않은 반죽을 해냈다, 그런 이야기랍니다.

아, 현진 요리사의 뒤집기가 예술이었습니다!


보글보글은, 아이들은 요리를 하고 어른들은 설거지를 합니다.

밥 때마다 하는 때건지기 설거지야 모둠끼리 돌아가며 하고.

‘청소요정(가온)과 문화요정(경철)덕분에 정말 힘들고 정신없었지만 어느새 끝났’고

‘하면서 나는 이렇게 힘든 걸 왜하고 있나를 다시 되새기면서’ 했다는 휘령샘.

‘보글보글 준비를 했는데 어제보단 훨씬 수월했던 것 같다. 준비도 금방 끝나고 설거지도 옆에서 도와줬었는데 가온이랑 휘령언니가 너무 수고해줘서 어제와 다른 느낌도 많이 받고 두 분한테 고마웠다. 그리고 경철이의 피아노 연주도 진짜 활력소였다. ‘문화요정’이라는 별명도 생기고 경철이의 외모가 +1되는 멋진 시간’(윤지샘)


그리고 전이시간.

물꼬는 시간과 시간을 건너가는 전이시간이 깁니다.

제도학교에서 앞교시와 뒷교시 사이에 있는 쉬는 시간 말입니다.

흔히 앞 수업 책 넣고 뒷 수업 책 꺼내고, 화장실 다녀오고, 혹은 교실을 이동하는 그 시간

어쩌면 교사들이 가르치는 어떤 것보다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의 그 시간에

더한 배움과 더한 역사가 이루어진다 믿지요.

아이들은 곳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충분히 쉬어주기도 하는.

아린이와 수지가 놀이를 하고 있군요.

그런데 아린이가 지고서도 지지 않았다 토라졌다가는

이내 서로 미안하다 사과하고 다시 놉니다.

한 공간에서 모든 걸 다한다는 건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해결해야만 하는 거지요.

다른 방에선 류옥하다 형님이 여자 무리 남자 무리 열댓을 데리고 베개싸움 중.

여자들이 강하군요.

경철샘이 손이 시리다고 하니 규욱이 왈, “그럼 제 등에 손을 넣으세요.”하고

경철샘 손을 잡고 자기 등에 넣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그렇게 순간순간 감동을 주는.

극도로 피로해진 민우샘 잠시 눈을 좀 붙이려는데,

‘그런데 옷방까지 가서 이불을 들고 오기가 너무 귀찮아져 남자방 매트리스에 누워서 박스를 덮고 잠을 청하는데 규욱이가 어디서 외투를 왕창 가져와 이불이라고 덮어줬다’고도 하지요.

따뜻한 규욱이.


연극놀이.

최근 몇 해 가운데 최고의 연극이었습니다.

1,3모둠과 2,4모둠 두 패로 나뉘어.

하네 안 하네, 이렇게 나뉘네 저렇게 나뉘네, 이걸 하네 저걸 하네로 한참을 씨름한 뒤.

“1시간 뒤 고래방에서 만납시다.”

‘팥죽할멈’과 ‘짬봉전’

팥죽할멈은 책 읽는 해설자 유진이가 나와 동화를 읽어가며 연극을 펼쳤지요.

상큼하더군요.

처음엔 내용도 역할정하는 것도 활발하지 않더니

정해지니까 바로 확 빠져들어서 열심히들 했다 합니다.

책을 다 같이 읽으며 내용을 공유한 게 역할을 정하는데도 집중을 높였다는.

멍석을 맡은 규욱은 자신이 연기를 결정했고,

평소 찌르기를 잘하는 진강이는 그에 걸맞게 못을,

작은 파리 은규는 깜찍한 파리를, 큰 파리 세영은 의젓한 파리를,

절구공이가 숨은 문 역의 성연은 묵직하게,

동희는 연습 때부터 쇠똥의 철푸덕한 느낌을 잘 살렸더라지요.

‘짬봉전’은 옛 이야기 몇을 섞어 이어가기.

이야기와 이야기를 넘어가는 그 자연스러움에도 놀랐고,

구석구석 기발함에 아주 배꼽을 잡아야 했습니다.


고래방 조명 아래서의 공연.

그 전에 마지막 날 아침 애국조회(이번에 그런 걸 다하기로 했더랬습니다)에서 쓸 음악을

미리 틀어(물꼬에서 이런 음악을 다 듣다니! 모두 깜짝 놀란) 몸풀기.

아주 관광버스였더랬군요.

그런데, 그렇게 흔들고 났더니 피로도 풀리고 흥도 나고 추위도 가셨다고들 했습니다.

‘연극놀이 전에 물꼬에서 들을 수 없던 노래들이라 춤추고 하면서 힘이 다시 나서 뒤에는 힘내서 한데모임 대동놀이 하루재기 다 할 수 있었던 것 같다.’(윤지샘)

1천 1명의 관객 앞에서 작품이 올려진 무대; 밥바라지 엄마가 1당 1천. 젊은 할아버지가 1.

과정에서도 즐겁고 완성도도 높았던 연극.

힘들었지만 하기 잘했다, 찡찡거리면서 안 한다던 해인이까지 결국 재밌었다 합니다.

힘들 때 게으름을 이기고 하기 싫은 마음을 넘어 밀고가면 그런 기쁨과 만나지요!

그런데, 분장을 지우는 일이 힘들었다는군요.

다음에는 올 때 꼭 클렌징 용품을 사와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연규샘.

연규샘이 내리 몇 계자의 분장을 맡고 있군요.

곳간을 미처 확인 못해 죄송합니다,

분장 담당자들이 따로 있으니 들여다볼 일 없이 그냥 지나온...

밖에서는 기표샘이 진성샘 갈음샘과 함께 땔나무를 나르고 연탄재도 치우고.

그런 일상을 함께 해내는 우리들의 계자.


저녁 때건지기.

‘저녁식사 때 밥이 설익었는데 아이들에게 2가지 방향을 제시한 후 선택권을 줬더니 자신들이 판단하여 짜증 없이 질서 있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한층 성장하였음을 알 수 있었고 남은 이틀 동안 얼마나 더 성숙해질까 내심 기대를 할 수 있었습니다.’(진성샘)

그리고, 밥상머리공연이 있었습니다; 경철샘의 연주.

이번에는 아이들 사이에서 공연 신청이 없었군요.

샘들이 공연할 이를 찾는 데 좀 게을렀던가 싶기도.

뭐 보는 것도 좋은 공부일지니,

그러다 마음 움직여 열심히 연습해서 다음 계자를 오기도 할 것.

경철샘은 베토벤의 곡을 쳤습니다, 그것도 악보 없이.

건반을 두드리기 시작하는데 음색이 예사롭지 않더니,

우와, 음악 전공자 수준, 아이들이 숨죽이고 듣고 있었더이다.

그찮아도 준수한 그인데 인물이 더 났더라는.


한데모임.

노래와 손말과 논의와 발언과...

오늘은 ‘기타 치는 갈음샘’과 기타로도 놀았네요,

목청이 한껏 더 휘날린.

신명난 진강이의 엉덩이춤이 빼어났더랍니다.

그런데, 샘들이 요청했던 춤명상을 할 시간을 결국 뺄 수가 없었군요....

뭐 또 다음을 기약하면 되지요.

다른 때라면 내일 있을 산오름 준비로 단단히 마음이며 다졌을 것을

늦어진 시간 때문이기도, 또 대동놀이도 건너뛰지 않으려고,

무엇보다 버스 시간에 맞춰야 하는 것 아니니 추운 날씨에 햇살 퍼지면 천천히 가자 하고

내일 아침 모든 안내를 한다 알렸더랍니다.

이것도 159 계자의 특별함이겠군요.


대동놀이.

4모둠 휘향샘 주축으로 이어달리기로 몸 풀고, 닭싸움도 하고 숫자대로 모이기도 하고.

그러기 위해 부른 노래들이 더 신나기도 했던.

159 계자의 특별함 하나였습니다, 모둠샘들이 맡아 나흘의 대동놀이를 꾸린 것도.

참, 첫날이었지요, 아마, 대동놀이를 마치고 고래방을 나서던 아린,

“옥샘, 저 어제 목욕하고 왔게요, 안 했게요?”

“했구나, 여기 온다고?”

“네. 씻는 거 정말 싫은데 샤워해야 해요? 진짜 싫은데...”

“하지 마. 추운데 무슨 샤워씩이나... 그냥 손발 닦고 세수하고 이 닦고!”

“와, 옥샘 통이 크시다!”

아린이 덕분에 통 커졌더랍니다.

그나저나 밤마실은 일정이 너무 늦어져 결국 내일 장작놀이와 같이 쓰기로 했지요.


샘들 하루재기.

‘평소 같으면 오늘처럼 아팠으면 아무데나 신경질 찍찍 내고 다녔을 텐데’(현지 형님)

아이들이랑 함께하는 일이 그런 거지요.

우리를 비로소 어른이게 하는.

‘희중샘의 부재가 크게 느껴졌었다. 우왕좌왕하기도 하고 어수선했던 것 같다.’(희중샘)

진성샘도 희중샘의 빈자리로 전체적인 흐름이 조금 깨지게 되었던 듯하다 느꼈다고.

이번 계자는 교장이 주로 맡아왔던 일을 샘들이 나눠 맡아보기로 한 계자.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다만 익숙해지지 않은.

그래서 교감샘 역이 컸고 희중샘이 그 역을 먼저 맡았던 것.

희중샘이 돌아간 뒤 조금 흔들리며 휘령샘으로 이동해간.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한 걸 느꼈고 어느 누구에게 중요한 존재가 되도록 제 자신에게 채찍질을 하며 변화할 수 있는 원동력을 물꼬에서 얻어나갈 수 있을 거 같습니다.’(진성샘)

‘... 항상 느끼던 점이였는데 일이 아이들이랑 부딪히고 지내는 게 숙제 같이 어렵고 짐이었는데 아이들맞이를 처음 하면서 (이번 계자는) 그 부담을 깨고 나온 것 같다.’(윤지샘)

자리가 사람을 만들기도,

그래서 우리는 등극무대를 끊임없이 만듭니다.

잘하던 사람을 넘어 낯선 이도 할 수 있도록 돕기!

이번에 영동역맞이부터 그러했고 대동놀이도 그러했으며 여러 순간들에 역시 그리해 본.

‘물꼬는 정말 나에게 꼭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편하고 정신적으로도 힐링된다. 벌써 5박6일이 거의 다 끝나간다는 것이 아쉽고 이번계자 아이들과 너무 친해져서 헤어질 때 특히 울컥할 것 같다. 항상 나에게 뜻깊은 추억을 남겨준 물꼬에게 감사하다.’(태희 형님)

‘물꼬에서 있는 동안 저 스스로 많이 성장함을 느낍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는 제 자리나 행동을 뒤돌아보지 않는데, 아이들이 다녀간 자리나 모든 일정이 끝난 모둠방을 청소하면서 제가 참 괜찮은 사람으로 크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꼬라는 공간에 대한 애정이 물론 밑바탕에 있었겠지만 공부가 아닌 일을 통해서 배워가는 것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제 몸을 더 적극적으로 쓰면서 오히려 더 많은 공부를 하는 것 같아요!!’(인영 형님)

괜히 삼남매의 장녀가 아닌 그이지요.

징징대지 않고 자기감정을 잘 안아갑니다.

긍정적이고 따뜻하고 열심이고 그것이 성적에까지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던지.

그를 통해서도 배우노니,

이 산골에서도 이렇게 찾아오는 이들을 통해 일어나는 배움으로 또 삶을 채우노니.

‘체력적으로 힘들면서 심적으로도 힘들고 짜증도 많이 냈는데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두고 있다 보니 좋아지고 편안해졌다.’(연규샘)

그래요, 때로 무엇을 하기보다 그저 바라보는 것이 해결을 가져오기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뭘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이번 계자에서는, 지난번보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세세한 에피소드가 잘 보이지 않는 게 좀 아쉽다. 지난번에는 하루 종일 수첩 펜을 지참했기도 하고 매순간 좀 긴장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좀 익숙하고 편해져 좀 더 많은 아이들과 생활해서 그런 것 같다.’(민우샘)

이리도 해보고 저리도 해보는 거지요.

고민하는 민우샘은 정말 훌륭한 교사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내일을 위한 어른의 잔소리 한 마디 더하기.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아이들에게 뭘 하라기 전 우리가 먼저 생활 윤내기 잊지 않기.

처음엔 잘하기 쉽지, 유지가 어렵지 않던가요.

그리고, ‘모든 물건에는 뒷면이 있다’!

욕실 바구니, 세숫대야 뒷면, 수채 머리카락이며

우리 움직이는 반경 안에서 돌아보고 또 돌아보기.”


때늦게 계자 신청 문의를 받기도 합니다.

계자 여는 날 들어온 전화도 있었는데, 오늘도, 한 번 밖에 아니 하냐는.

하기야 오래 전 기억을 가졌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겝니다.

활발할 땐 여름에 내리 네 차례를 한 적도 있고, 겨울만 해도 세 차례씩도 하고 그랬으니.

연이 되면 또 이어질 테지요.


오늘밤도 기표샘은 북쪽 뒤란 보일러실에서, 연기가 차여 문을 닫지도 못한 채,

혹한의 겨울밤 아궁이를 지키고 있답니다.

들여다보니 방이 후쿤후쿤하더이다,

복도에 난로를 밤새 켜두니 전체 온기도 낫고.

눈 뜰 때 좀 덜 서글플 테지요, 아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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