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2.달날. 맑음

조회 수 718 추천 수 0 2015.01.30 02:12:45


이른 아침 마당을 걷는다.

봄날 같은 기온.

소도를 돌다.

바람에든 아이들 손에든 솟대가 쓰러져있다.

날이 더 풀리기를 기다렸다 세워야겠다.


계자 후속 작업들.

보이는 일들 먼저 하기.

일을 전체적으로 크게 구역을 정해 하기도 하지만

사이사이 보이는 일을 보이는 대로 해치우는 것도 방법.

교무실 구석 이름표 바구니들이 엉망으로 얽혀있었다.

엎고 버릴 것 버리고, 가지런히 놓을 것 놓고, 끈은 끈대로...

언제나 다음에 바로 쓸 수 있도록 정리해두기,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샘들과 더 잘 나누어야 할 이야기이겠다.


된장집 신발장 정리를 소사아저씨한테 부탁한다.

모두 다하려 말기, 요새 청소를 하며 하는 생각이다.

맡기기도 하겠다는 말.

신발장 칸이 없어 바닥에 신문을 깔고 신발을 들여놓곤 하였는데,

그래서 날 풀리면 신발장부터 하나 짜리라 했는데,

웬걸 정리하고 나니 신발을 둘 자리들을 여럿 생겼다.

그동안 잡다한 다른 용구들이 자리를 차지해왔던.


목수 일을 하는 한 사람에게 오래 관심이 컸다.

어쩌다 소식을 듣고 그러다 잊히고

또 어쩌다 귀에 들리고 한동안 생각하고

그러기를 여러 차례,

오늘은 그예 연락이 닿았네.

재작년 가을부터 나무를 직접 다루기 시작하니 관심 더 갔던 바.

곧 이촌에서 그 목수를 비롯 몇과 자리하기로 한다.

좋은 연 지어지길.


요즘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끊임없이 보면서 숙의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이 크다.

스탠퍼드 대의 제임스 피시킨 교수의 숙의형 여론조사(Deliberative Polling)’에 특히.

사회 현안에 관련되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무작위로 대표단을 선정하여

그들로 하여금 숙의 과정을 통해 합의에 도달하도록 하는 방식.

미국 법정에서 활용되는 ‘배심원’제도의 확대판쯤 되겠다.

이것은 자유민주주의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51 대 49’라는 다수결 원칙을 바탕으로 하는 선거 결과에 의해 이뤄지는 공공 의사결정은

진정한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

그래서 참여와 소통이 가능한 숙의민주주의를 통해 ‘민주주의의 질’을 높이자는 주장이다.

덴마크의 시민합의회의며 오스트레일리아, 유럽연합, 태국, 미국, 영국 들에서 이미

시민들이 단 한 차례의 투표보다는 숙의 과정을 통해

현안에 대해 좀 더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합의에 도달하는 것 역시 쉬웠음을 보여주었다.

중국의 웬링시(溫嶺市) 제구오진(澤國鎭)에서도 2004년 이후 이 방법이 전통이 되었다 한다.

먼저 97개 마을 20여만의 제구오진 인구 가운데 250명 정도를 무작위 제비뽑기로 선정,

뽑힌 주민들은 며칠 동안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관련 사항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고,

분과를 나눠 활발한 토론을 하고,

한정된 예산을 어디에 쓸 것인지 나름대로 결론을 모아 제시한다.

전혀 글자를 모르는 주민도 이 숙의여론조사의 패널이 된단다,

주민명부에 의한 무작위 추첨제 방식으로 참가자들을 선정하므로.

현안에 대하여 전문가들의 조언을 충분히 듣고,

분과 토의에서 사회를 맡은 그 지역 교사들은 소수에 의한 토론의 독점을 막고,

모든 참여자에게 공평한 발언과 질문의 기회를 보장하기 때문에

문맹이 장애가 될 수 없다는.

많은 곳이 그러하듯 계획된 공공사업은 많고 예산은 부족한데

사업의 우선순위 책정을 주민들에게 맡긴 것을 시작으로

지역예산을 편성하고 심의하는 과정에서도 주민들이 직접 참여토록하게 되었다고.

“선거로 선출되었다는 단 하나의 근거로 국민(혹은 주민)들의 의사는 묻지 않고 마치 제왕처럼 군림하는 정치지도자, 행정책임자들에게 너무나 길들여진 우리로서는 그저 부러워만 하고 있어야 할까?”

김종철 선생의 질문을 덩달아 던져본다.

물꼬의 한데모임만하더라도 신라의 화백제도를 재현하며 아이고 어른이고 한 표씩을 행사하는데

그 전제는 아이들(그것도 어린)도 문제에 대한 충분한 이해도가 있다면 결정권 또한 지닐 수 있다는 것.

제비뽑기로 대표를 뽑는 것을 지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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