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3.불날. 오후 흐림

조회 수 692 추천 수 0 2015.01.30 02:15:24


아이들이 남긴 칫솔을 소독해서 볕에 넙니다.

계자가 끝나고 나면 제법 여러 개가 그리 남습니다.

이름이 적혀 있기도 하지만 택배로 보내는 비용보다 새로 사는 게 더 나을 것.

낡은 건 빼서 청소용이나 빨래용으로 쓰고

새 것에 가까운 것들은 삶고 볕에 말려 일회용으로 씁니다.

묵으러 오면서 미처 챙기지 못하는 이들도 있고,

예기치 않게 묵어가는 이들이 더러 있는 이곳이니

그럴 때 아쉽지만 요긴하게 쓰이지요.


또 어느새 옷방 바닥에 널린 옷들.

계자 가운데 빨았으나 주인이 찾아가지 않은 이름표 없는 옷들,

혹은 그 사이 옷방에서 누구에겐가 빌려나갔다가 빨린 것들,

계자가 끝나고 빨기 시작한 옷도 개켜져 들어오기 시작한.

이제 제 이름을 찾아 상자에 구분 되어 찾아들어갈 때.

옷방에서 점심 한 때를 보냈습니다.


가까운 지역에서 정크아트 강좌가 열렸습니다.

주에 한 차례 12회로 짜였다 했습니다.

“옥선생이야말로 하면 좋겠어. 아이들하고 같이 하면 도움이 클 것 같애.”

한 어르신의 권유로 가리라 하였는데,

오늘 들으니 재료비가 어마어마합니다.

시간은 어찌 어찌 뺀다 해도 쉽지 않을 터.

정크 아트래서 집에서 있는 것들 끌어다 뭔가 아이디얼하게 만든다고 순진하게 생각.

이걸 계기로 정크 아트작품들을 좀 찾아보니

결국 우리들이 이곳에서 ‘다시쓰기’(재활용품 만들기)하는 작업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뭐 예술적 기량이야 좀 딸릴지라도.

걸음하자 싶다가 ‘자료 찾아 따라해 가며 즐기지’로 생각 바꾸었지요.

당장 화장지 심으로 만들거리 하나 생겼네요.


현재가 힘든 아이에게 몇 자 보냅니다.

‘지나간 상처에 망각이 최상일 것인데 그게 쉽지가 않단 말이지.

 지난 아픔을 극복하는 최상의 방법은 지금 재미지게 사는 것.

 누구한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공부가 네게 재미를 주었으면.

 내일을 준비하는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지금 행복한 거 즐거운 거 재밌는 거 중요.

 미래는 공포가 결코 아니란다.

 현재에 집중할 것.

 오늘오늘이 차곡차곡 쌓여 내 생이 되는 것, 미래가 되는 것.

 마음 좋은 지금이 쌓여 내 생애가 된다, 내 미래가 된다!’


열등감에 찬 아이에게도 몇 자 보냄.

‘날씬해진다고 얼굴 수정한다고 열등감에서 해방되는 게 아니다.

 환경을 바꾼다고 해방되는 게 아니지.

 생각을 바꾸어야 해방되는 것.

 신주머니 신경 쓴다고 등 뒤의 책가방을 잊어서야.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 찾기.

 그걸 찾아 한껏 살면,

 밖의 소리가 아니라 내면의 진정한 자기 목소리를 찾아 살면 행복해지는 것.

 되고자, 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자꾸 말하면 그리 됨.

 좋은 방향으로 자신에게 자꾸 말할 것.’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한테 소리치고 싶은 말,

“아해들아,

 내가 나 자신을 존엄하게 대하지 않으면 누구도 나를 그리 대하지 않는단다!”

그게 어찌 우리 아이들에게만 하는 말이겠는지.

자신에게도 하다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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