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5.나무날. 맑음

조회 수 664 추천 수 0 2015.02.13 08:42:04


소사아저씨는 이 겨울

뒤란 너머에서 지난 태풍에 쓰러졌던 나무들을 옮긴다.

날마다 조금씩 하는 일은 무섭다.

마을 할머니들이 그렇게 마당 한켠을 나무로 다 채운 걸 늘 배움으로 본다.

나가실 때마다 산기슭에서 가지 몇 끌어다 쌓은 게 그리 더미를 이룬 것이다.


계자에서 지낸 이야기를 어제 글로 옮기는 일을 끝냈고,

바느질 하나를 시작했다.

섬겨야 할 어르신 한 분의 조끼를 짓고 있다.

진즉에 도안대로 조각 천들은 준비를 해두었으나

몇 개 잇고는 계자가 와 버렸더랬다.

모든 일은 어찌 그리 ‘와버리는가’, ‘오는’ 게 아니라.


장호원에 다녀왔다.

목수와 토종씨앗을 보존하는 이와 농촌교육농장을 하는 이들을 만났다.

나무를 다루는 이에 대한 오랜 관심이 다른 연들까지 그리 이어졌다.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을 들췄다.

팔레스타인의 참상을 마주하면서 겪는 거의 모든 딜레마를 담고 있다.

그 참상은 뿌리가 깊고, 퍽 꼬여있다.

유대인들은 구약성서를 바탕으로,

그리고 유럽 열강들과의 협상을 근거로

자신들이 팔레스타인의 정당한 거주민임을 주장하며 탱크를 앞세우고 가자지구로 갔다.

1917년 영국은 자기네가 점령하고 있던 이 땅에

유대인들의 국가를 세우게 해주겠다고 유대인들과 ‘밸푸어 선언’으로 약속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중동분쟁'은

이스라엘이 그렇게 서방의 지원을 등에 업고 폭력을 시작했고, 그것은 일상화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무장점령이 불러온 폭력,

특히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참혹하게 희생당한 사진을 보고

선의와 분노로 차서 반응하지만

곧 스마트폰 혹은 컴퓨터 앞을 떠나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스라엘의 인권유린과 폭력은 너무나 자연스런 하루하루여

팔레스타인 인들 가운데 감옥을 다녀오지 않은 남자가 드물고,

군인들은 심지어 시위 주동자를 찾는다며 병원 환자들을 몽둥이로 두들겨패기까지 한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내부문제는 이보다 더 심각하다.

이슬람 사회의 여성 차별, 총부림의 내부 정파 문제, 높은 실업률....

어쩌면 이스라엘 점령이 다른 모든 문제를 덮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국가폭력이 정당하다는 것이 아니라

무장점령 치하라는 더 큰 문제 때문에 다양한 비극들이 그리 또 묻히고 있음이라.

대안은 없다.

여전히 우리는 관찰자이다.

다만 ‘정직하게’ 사람의 일을 보게 하는 책이었다.

수잔 손택의 <타인의 고통>에서처럼 고통을 소비하고 있지 않은가 멈춰 묻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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