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7.흙날. 갬

조회 수 716 추천 수 0 2015.02.13 08:45:08


남도에서 돌아왔다.

바다 가까운 한 중학교를 둘러친 환경을 돌아보고 온 길이다.

어느 사립학교의 자유학기제를 위해 프로그램을 기획 중.


남도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고 있으면

그것은 말이 아니라 몸이라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전라도이건 경상도이건.

말이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의 움직임이라는.

말을 온몸으로 하더라, 그리 표현할 수도 있겠는.

경상도 바닷가에 가면 ‘비 빠진다’는 표현이 있다.

하늘에서 비가 빠진다로 들었던 그 말이

섬에 이르렀을 때 그만 이해가 되어버렸다.

정말 비가 바다에 빠지고 있었던 것.

그건 아마도 바다를 보고 사는 이들 속에서 만들어진 말이겠구나 싶던.

전라도 남쪽 바닷가에서는 ‘소금 온다’는 말이 있다.

무언가를 수확하며 벼 온다, 고추 온다고는 하지 않는데 소금은 온다고 한다.

먼 곳, 먼 바다에서 온 물에서 얻는다는 뜻이 아닐지.


떠나오기 전 소금밭에 다녀왔다.

옛적 한 임금이 무엇이든지 넣고 돌리면 넘쳐나는 멧돌을 가졌더라지.

도둑이 그걸 훔쳐 배를 타고 도망을 쳤는데,

소금을 넣고 돌렸다나.

그런데 멧돌을 멈추는 법을 몰라

소금은 넘치고 배는 가라앉고, 그 멧돌 지금도 돌고 돌아 바닷물이 짜다는...

수차를 돌려 끌어들인 바닷물이 햇볕에 증발하면 소금이 생긴다; 천일염.

바닷물을 끓여 증발시키면 자염.

솔거나라 전통그림책 가운데도 소금 만드는 과정이 있었더랬다.

염부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한결같이 옆모습이거나 모자를 눌러쓴 모습.

애잔했더랬다.

사람 하나 없는, 바람 지나는 겨울 소금밭도 애처로웠다.


선배랑 동행했던 길이었는데,

집에 돌아오자 선배를 향해 아들이 말했다.

“데리고 다니기 힘드시죠?”

이제 머리 굵어진 우리들의 아이들이 그런다, 허허.

남도 다녀왔다고 낙지회에다 조개탕,

산골 밥상이 푸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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