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31.흙날. 흐리다 눈

조회 수 630 추천 수 0 2015.02.26 11:21:39


가다가 잊은 거라도 있었던가, 눈이 다시 내렸다.

눈을 쓸고

감나무 둘레며 평상 앞이며 패인 곳이나 미끄러운 곳에 연탄재를 깔았다.

또 그 위로 앉는 눈.


한밤 아이 하나의 전화를 받는다.

절망이 잦은 아이다. 하루에도 열두 번 뒤집어지는 마음이다.

죽을 듯이 심연에 있던 아이는 또 금세 괜찮노라 한다.

그렇다. 아이들은 근원적으로 낙천적인 존재들이다.

늘 ‘지금’에 있는. 그래야 하는.

그런데, 아이들을 현재에 있지 못하게 끊임없이 헤집는 세상이다.

소소한 기쁨이 우리 생을 채우듯

아이들을 들여다보면 특히 그러하다.

아이들은 작은 기쁨으로 어려운 상황들과 맞선다.

철이 없다고?

아니. 선험적으로 아이들은 그런 슬기를 지니고 있다.

작은 기쁨으로 큰 슬픔과 맞선다.

아이들은 바로 지금 친구들과 놀고 논다.

닥친 상황에 빠지기보다

주운 막대기를 잡고 흔들고, 흙을 파고, 못에 돌을 던지고, 아지트를 만든다.

모진 세상에 노출되어 있더라도 그리 나아간다.

아이들이 놀아야 하는 까닭이 여기 있다,

함께 사는 법을 익힌다거나 타인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거나 다른 이유도 많지만.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구원된다.

아이들은 놀며 스스로를 그리 구원한다.


1월이 간다. 안녕.

토굴 문을 닫는다. 온전히 들어가 있지 못했다.

그래도 그리하겠노라 알리고 났더니 여느 날들보다 수행하는 시간이 길었다.

아는 이들이 연락을 미뤄준 덕이 컸다.

선언이 때로 그래서 중요할 테지.

무엇을 얻었는가. 그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보는 게 비로소 답일 것.

이제 산을 나갈 때.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774 2009. 2.19.나무날. 흐리더니 눈, 그것도 묻힐 만큼 옥영경 2009-03-07 1197
1773 2011. 5.19.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1-06-04 1197
1772 2006.2.25.흙날. 흐리다 빗방울 / 풍물특강 사흘째 옥영경 2006-02-28 1198
1771 2006.10. 3.불날. 맑음 옥영경 2006-10-10 1198
1770 2008. 2.15.쇠날. 맑음 옥영경 2008-03-07 1198
1769 4월 빈들 이튿날 / 2009. 4.25.흙날. 비 오다가다 옥영경 2009-05-10 1198
1768 142 계자 사흗날, 2011. 1. 4.불날. 맑음 옥영경 2011-01-09 1198
1767 2005.11.20.해날.맑음 / 어른을 돌보는 아이들 옥영경 2005-11-22 1199
1766 119 계자 나흗날, 2007. 8. 3.물날. 맑음 옥영경 2007-08-07 1199
1765 2008. 3.10.달날. 맑음 옥영경 2008-03-30 1199
1764 143 계자 나흗날, 2011. 1.12.물날. 간밤 눈 내리고, 맑게 갠 아침 옥영경 2011-01-17 1199
1763 2011.12. 3.흙날. 비 내리다 갬 옥영경 2011-12-16 1199
1762 2012. 3.19.달날. 덥기까지 한 봄날 / 류옥하다 옥영경 2012-04-07 1199
1761 2012. 4.26.나무날. 맑으나 태풍 같은 바람 옥영경 2012-04-30 1199
1760 2012. 6. 9.흙날. 갬 옥영경 2012-06-12 1199
1759 152 계자 닷샛날, 2012. 8. 2.나무날. 흐리다 갠 뒤 소나기, 그리고 휘영청 달 옥영경 2012-08-04 1199
1758 2005.11.14.달날.희뿌연 하늘 / 싸움법 옥영경 2005-11-17 1200
1757 2005.12.12.달날.잠시 흩날리는 눈 / 마을 회의 옥영경 2005-12-16 1200
1756 2008.10.18.흙날. 맑음 옥영경 2008-10-28 1200
1755 4월 몽당계자(130 계자) 이튿날, 2009. 4.11.흙날. 맑음 옥영경 2009-04-19 120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