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31.흙날. 흐리다 눈

조회 수 637 추천 수 0 2015.02.26 11:21:39


가다가 잊은 거라도 있었던가, 눈이 다시 내렸다.

눈을 쓸고

감나무 둘레며 평상 앞이며 패인 곳이나 미끄러운 곳에 연탄재를 깔았다.

또 그 위로 앉는 눈.


한밤 아이 하나의 전화를 받는다.

절망이 잦은 아이다. 하루에도 열두 번 뒤집어지는 마음이다.

죽을 듯이 심연에 있던 아이는 또 금세 괜찮노라 한다.

그렇다. 아이들은 근원적으로 낙천적인 존재들이다.

늘 ‘지금’에 있는. 그래야 하는.

그런데, 아이들을 현재에 있지 못하게 끊임없이 헤집는 세상이다.

소소한 기쁨이 우리 생을 채우듯

아이들을 들여다보면 특히 그러하다.

아이들은 작은 기쁨으로 어려운 상황들과 맞선다.

철이 없다고?

아니. 선험적으로 아이들은 그런 슬기를 지니고 있다.

작은 기쁨으로 큰 슬픔과 맞선다.

아이들은 바로 지금 친구들과 놀고 논다.

닥친 상황에 빠지기보다

주운 막대기를 잡고 흔들고, 흙을 파고, 못에 돌을 던지고, 아지트를 만든다.

모진 세상에 노출되어 있더라도 그리 나아간다.

아이들이 놀아야 하는 까닭이 여기 있다,

함께 사는 법을 익힌다거나 타인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거나 다른 이유도 많지만.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구원된다.

아이들은 놀며 스스로를 그리 구원한다.


1월이 간다. 안녕.

토굴 문을 닫는다. 온전히 들어가 있지 못했다.

그래도 그리하겠노라 알리고 났더니 여느 날들보다 수행하는 시간이 길었다.

아는 이들이 연락을 미뤄준 덕이 컸다.

선언이 때로 그래서 중요할 테지.

무엇을 얻었는가. 그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보는 게 비로소 답일 것.

이제 산을 나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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