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5.나무날. 구름

조회 수 671 추천 수 0 2015.03.10 12:06:45

 

뒤란 나무들을 올렸다.

그런 거다,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선언 같은.

아희야, 무기력을 이기기 싶지 않다.

그럴 때 얘야, 무어든, 정녕 무엇이든 꼼지락 거릴 것.

뭘 해결하기 위해서라거나 무엇을 위해서라거나 그런 거 말고

그냥 그걸 할 것.

그러다보면 힘이 또 붙는다.

그것도 겨우면 바닥까지 갈 것.

아무렴 바닥 다음엔 계단이지 않겠느뇨.

다만 바닥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그건 바닥일 뿐.


여행이라고 나서지만 가서는 거의 앉은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바르셀로나에서 보낸 어느 해의 여름은 FC 바르셀로나의 캄프누를 간 걸 빼곤

드리운 나무가 창으로 들어오던 아파트에서 뒹굴던 시간과

넘치는 해산물 장을 보던 저녁들이 전부였다.

좋다는 데 돌아다니기보다 집중해서 한 곳에 머무는 거지.

많이 보기보다 한 곳에 깊이 있기를 즐기는.

먼 나라 도시들에서도 현지사람처럼 그렇게 생활하다 오기를 좋아한다.

어쩌면 그건 게으름이기도.

아니면 익숙함이 좋다, 뭐 그런 것일 수도.

앉은뱅이 책상에 앉아 글 작업을 하고 있었다.

책상에 가서 하라 식구들이 권하는데

옆에 널어둔 자료들이며 옮기기가 또 일인 거다.

하고 있으니 그 자리가 가장 편하다 싶기도 했고.

그러다 어찌어찌 책상으로 옮겼네.

아휴, 얼마나 편한지.

자주 익숙한 것이 편한 것인 줄 착각한다.

익숙함과 편함이 같은 것 결코 아님!

익숙함을 벗어나는 잠깐의 불편을 견디면 더한 편함을 만나고는 하더라.


인터넷으로 민원서류 하나를 뗄 일이 있었다.

검색에서 먼저 나오니, 그것도 버젓이 정부부처인 양 보이는 그 창에서 일을 보려는데,

몇 천 원의 발급수수료를 요구했다.

그걸 무료로 발급받을 수 있었음을 몰랐다면, 혹은 꼼꼼하게 읽지 않았다면

또는 바쁜 마음에 서두르느라 그곳에서 클릭하고 증명서를 받았을 것.

부처에 연락을 취하고 찬찬히 되짚어 찾아가서야 일을 제대로 보았네.

농협인터넷뱅킹이 사이트 논란을 일으킬 때도

도무지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싶더니

아하, 그럴 수 있겠더라고.

상황에 처할 때 이해가 되는 많은 일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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