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6.쇠날. 맑음

조회 수 620 추천 수 0 2015.03.10 12:08:57


새벽 4시부터 움직였다.

시간을 다투며 두 개의 글월을 기어코 마감했다.


읍내 한 어르신이 두부를 만들었단다.

순두부를 끓여 밥상을 차려주셨고,

두부와 순두부와 비지를 싸주셨다.

그것이 당신이 물꼬를 돕는 방법이라신다.

사람들은 그렇게 자신의 삶터에서 무엇인가를 하고, 그것을 나눈다.

그리고 그것은 영역이 넓어진다.

사는 힘이 별 게 아니다.

보따리를 들고 오다 이웃에 나눠 넣어주기도 했다.


지역 여러 어른들과 와인모임 하나 만들었다.

몇 해 와인을 같이 공부했던 인연이다.

포도농가이거나 와인생산자, 혹은 생산예정자들 중심인데 합류하게 됐다.

달마다 걸러 가며 병입 같은 작업도 같이 하고 연구하기로.

아, 지역에 와인특구를 만들 계획이라는 전언.

거기 쓰일 글도 궁리하라는데...


지난 4일 강남의 한 아파트 주민 100여명이 서울시교육청에 가서 데모를 했단다.

인근 보금자리주택의 학생 19명이 단지 안 중학교에 배정되자 철회를 요구한 것.

“다른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의 대왕중 배정을 규탄한다.”

“우리는 10년 교육 계획을 세우고 일찌감치 이곳으로 이사 왔는데,

 새로 들어선 보금자리주택 아이들까지 같은 중학교에 배정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임대주택 사는 가난하고 못사는 애들이랑은 내 자식을 같이 공부시킬 수 없다는 것,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 거주 학생들이 같은 학교에 진학하면

자신들의 아파트도 덩달아 가격이 하락한다는 것.

낯이 뜨겁다.

내게는 그 얼굴이 어디 없겠는가.

그 부모들이 내 안에도 살고 있을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가난하고, 힘없고 권력 없고 불쌍하다.

그런데 그들도 불쌍하긴 매한가지.

밀려나지 않기 위해 남을 바깥으로 밀어야만 중심에 남을 수 있고,

그렇게 불안을 해소해야만 산다.

자기를 지키기 쉽지 않은 시대, 한 소설가가 외친다.

‘자기를 지킨다는 것은 자신을 잊는 것이 아니라 양심에 근거한 가치를 이루는 것.

사람이 사람인 이유를 잊지 않는 것이다.

자신을 잊지 않은 사람으로 중심이 바뀌어야 한다.

바깥으로 밀려나는 우리가 세금을 더 많이 내고 있지 않은가.

나만 잘살자고 우리가 세금을 이리 많이 내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더불어 살기 위해 우리는 애쓴다는 말이다.

이 사회는 우리 것이란 말이다.

이제 너희들 차례라는 말씀.

싫으면 이제 니들이 나가라는 말이다.’(백가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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