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10.불날. 맑음

조회 수 656 추천 수 0 2015.03.11 10:33:50


“(저희도)대배도 해야 해요?”

“그럼, 우리 둘만 하랴? 의리가 있지...”

그렇게 서인샘 연규샘까지 해건지기에 동행한 아침.

그대들은 자신을 위해 기도하라, 나는 그대들을 위해 할지니.

내 생이 무슨 복이 있어 이리 타인을 위해 기도할 수 있다니

고맙고 또 고마운 일일지라.

낮1시까지 자던 11학년 아이는 그렇게 아침을 9시에 열었다.


민주지산.

아이들과 겨울마다 여러 차례 산에 들어도,

여름이면 민주지산에 몇 차례 들어도,

이즈음에 민주지산 오르기는 또 처음이다,

민주지산 아래 깃든 게 1996년 가을,

아주 들어와 산 걸로 쳐도 십 수 년이 지났는데.

들머리부터 꽝꽝 언 눈길.

아이젠도 없이 미끌대며 오르기 시작.

그런 길이라면 내려오기가 더 힘든.


유쾌한 산길이었다.

겨울산은,

언 계곡 아래 돌돌거리는 물소리가 때로 새소리처럼 지저귀었고,

녹아 흐르는 곳 휘도는 물은 손대면 따뜻하기라도 할 것 같은 온천마냥 김오르겠더라.

얕은 천은 얼어 물이 흘렀던 때 있었던가 싶게 두텁게 얼었고.


우리는 정상은 아니었어도 바위 하나에 깃발을 꽂았노니.

내려오는 길은 바람이 사나웠다.

날도 흐려가고.


아이들과 산을 내려와 목을 축이기도 하고 하산주를 마시기도 하는 가게에서

모여 앉아 곡기를 좀 채우고 도란거렸다.

사다리도 탔더랬네.


낮 4시, 물꼬에 들어서자마자 바느질을 위해 조각천을 자르는 동안

연규샘은 떡꼬치를 만들어 간식으로 냈다.

저녁버스를 타고 샘들이 돌아갔고,

11학년 아이랑 그림명상을 하고 날적이를 쓰고,

아이는 밤 9시부터 11시까지 쓴 전화기를 반납하고 잠자리로 갔다.

전화기를 놓는 일, 그에게 그 일이야말로 이곳에서 가장 어려운 게 아닐는지.

위탁교육 사흘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22 계자 세쨋날 1월 7일 옥영경 2004-01-08 2057
6521 97 계자 첫날, 8월 9일 달날 옥영경 2004-08-11 2055
6520 3월 15일주, 꽃밭 단장 옥영경 2004-03-24 2055
6519 2월 9-10일 옥영경 2004-02-12 2054
6518 6월 2일 나무날 여우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5-06-04 2053
6517 126 계자 나흗날, 2008. 8. 6.물날. 맑음 옥영경 2008-08-24 2052
6516 3월 8일 불날 맑음, 굴참나무 숲에서 온다는 아이들 옥영경 2005-03-10 2049
6515 3월 30일, 꽃상여 나가던 날 옥영경 2004-04-03 2048
6514 작은누리, 모래실배움터; 3월 10-11일 옥영경 2004-03-14 2048
6513 돌탑 오르기 시작하다, 3월 22일 달날부터 옥영경 2004-03-24 2044
6512 5월 4일, KBS 2TV 현장르포 제3지대 옥영경 2004-05-07 2042
6511 99 계자 이틀째, 10월 30일 흙날 맑음 옥영경 2004-10-31 2041
6510 계자 네쨋날 1월 8일 옥영경 2004-01-09 2039
6509 98 계자 이틀째, 8월 17일 불날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4-08-18 2037
6508 111계자 이틀째, 2006.8.1.불날. 계속 솟는 기온 옥영경 2006-08-02 2034
6507 4월 1일 연극 강연 가다 옥영경 2004-04-03 2028
6506 시카고에서 여쭙는 안부 옥영경 2007-07-19 2026
6505 128 계자 닫는 날, 2009. 1. 2.쇠날. 맑음.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9-01-08 2025
6504 마지막 합격자 발표 2월 20일 쇠날 옥영경 2004-02-23 2016
6503 129 계자 이튿날, 2009. 1. 5. 달날. 꾸물럭 옥영경 2009-01-09 201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