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11.물날. 잠깐 흐리다 맑은

조회 수 728 추천 수 0 2015.03.12 23:51:00


봄날 같은.

11학년 아이랑 찻자리에 동행하기로 한 날.

산을 내려가서 볼 일들을 줄줄이 챙겨

면사무소에서부터 농협이며 시장이며 들리고

차를 내고 있는 스님이며 어른신들 자리에 함께 앉았다.

지산 보이차 복수산이 있었다.

모인 어른들이 오직 한 아이를 위해 묻고 대답하며 다정다감을 나누었다.

나오면서 아이가 말했다,

친구들이 술 마실 때 차를 마시면 좋겠어요.

“물 빠지는 그거 뭐라 그래요?”

“다반 혹은 다탁, 차탁, 뭐 그러지. 설해라고도 할 걸.”

“비싸요?”

“천차만별일 걸.”

다녀와 같이 인터넷으로 찾아보기도 했네.


하하, 아이에게 당구도 배웠다.

너는 내게 무엇을 나눠주겠느뇨 했더니 당구를 가르쳐준다고 했다.

“어어! 공부 좀 하셨나 보네요.”

그게 말이다, 각도를 좀 계산해야 하더라고.

하지만 우리 뜻대로 가지 않는 생처럼 공이 어디 생각대로 꼭 가냐고.

뭐, 재미는 있더라. 아무렴, 시험이 아니니.


아이가 말했다,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마음이 짠했다.

지금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돼서.

“그러면 다시 태어날 때 어떤 것이 달라졌으면 좋겠는데?”

“공부도 잘하고 싶고,

친구들도... 착한 친구들로 바꾸고 싶고...”

그러나 우리는 안다,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그렇다고 길이 없다면 생이 얼마나 암흑일 것인가.

같이 길 찾기, 이곳에 있는 시간이 그런 셈일 것.

할 수 있는 것 찾아보기 말이다.


밤, 그림명상을 하다가,

“너는 빨랑 집에 가고 싶어 하는데,

나는 너랑 이리 살았으면 딱 좋겠는 걸.”

그렇다.

행복은 해야 할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때 느껴지는 감정입니다,

행복을 정의한 어느 구절이 그러하였더라.

그렇군. 그러면 지금 이것이 행복이겠네.

나날이 순조로워서 무엇 하나 더 바랄 게 없다.

아희들아, 너희들의 날도 그러했으면...

위탁교육 나흘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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