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19.나무날. 맑음

조회 수 680 추천 수 0 2015.03.13 11:19:57



설입니다.

새해에는 새 마음으로.

그러라고 있는 새해이겠지요.

이런 지점이라도 없으면

물고 물리는 나날에서 숨이 턱에 차오르고 말.

뭐 했나 어찌 했나

‘왜’와 ‘어떻게’를 동시에 둘러보게 하고 앞으로 나아가게도 하는.



사랑


편애가 진짜 사랑이여.

논바닥에 비료 뿌릴 때에도

검지와 장지를 풀었다 조였다

못난 벼 포기에다 거름을 더 주지.

그래야 고른 들판이 되걸랑.

병충해도 움푹 꺼진 자리로 회오리치고

비바람도 의젓잖은 곳에다가 둥지를 틀지.

가지치기나 솎아내기도 같은 이치여.

담뿍 사랑을 쏟아부을 때

손가락 까닥거리는 건 절대 들키면 안 되어.

풀 한 포기도 존심 하나로 벼랑을 버티는 거여.

젖은 눈으로 빤히 지릅떠보며

혀를 차는 게 그중 나쁜 짓이여.


(이정록)


아, 혹 나는 그렇지 않았나,

교사로서 어미로서 그렇진 않았나,

교사로서 그런 적 없을 지라도

어미로서 그랬던 한 순간이 스칩니다.

반성하는 설입니다.

마음을 곧추세우는, 그래서 ‘설’입니다.


식구들은 차례를 지내러 가고

소사아저씨도 비운 학교에 남아

종일 재봉틀을 고쳤고,

닭모이를 주고 개밥을 주고,

그리고 달걀을 꺼내왔습니다.

“귀하고 고맙다, 달걀이여.”

우리가 무엇이어 이런 선물들을 받으며 삶을 이어가니이까.


부디 새로 서는 설이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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