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지난다.

이른 아침부터 비 내렸다.

같이 역사모임을 하는 벗 하나가,

집단상담을 하고 수십 년 만에 묵은 상처를 드러냈던 이가,

오랜 벗이,

아이들, 아니 이제는 어른이 된,

세배를 건네 왔다.

그리고, 명절을 쇠러 갔던 소사아저씨가 여느 때처럼 와인을 사서 돌아왔다.

고즈넉했거나 잠깐 소란했거나 하며 설이 지난다.


부엌청소, 가마솥방

간장집 부엌을 잠시 들렀다 또 일이 보여 손을 댄다.

지난여름 아일랜드를 가며 비운 한 달,

묵은지를 쟁여두었던 냉장고에 생긴 문제로

냉동실 맨 위 칸에서부터 냉장실 바닥 과일 칸까지 김칫국물 낭자했다.

(오늘 알았다. ‘흩어져 어지러움’을 말하는 낭자의 한자가 狼藉이더라.

개사슴록변(犭)의 어지러울 낭狼; 이리 낭, 이리 랑

깔 자,짓밟을 적,빌 차,빌릴 차 藉)

해거름에 그거 하자고 시작했는데, 정작 냉장고는 손도 못 대고

그만 해졌다.

또 다른 날을 기약하는.


두터운 소설 하나를 읽고 있었다.


p.495

내가 사랑하는 여자를 중국 한복판으로 끌어들이자면, 그리고 여생이 다하도록 그녀를 내 곁에 붙잡아 두자면, 행복 말고 무슨 수단이 있겠는가?


아희야, 우리가 지금 행복해야 하는 까닭이 바로 이것 아니겠느뇨.

행복을 붙잡는 데에 또한 행복 말고 무엇이 있겠느냔 말이다.

지금 행복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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