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비둘기 소리 내려오더라.
봄 머잖다.
흐린 게 아니라 황사였다네, 오늘도. 그래도 어제보단 나은.
‘설은 잘 쇠었으리라.
또 우리 삶의 겨울 하나 보내네.
다시 한 시절 걸어가 봅시다려.
새해 건강 잃지 말고,
고요한 기쁨 함께하시라.’
설인사를 건네온 이들에게 답인사를 넣고.
아희들아, 나도 길을 잃고 헤매일 때가 있다.
낼모레 예순 할머니도 그럴 때가 있노니.
사는 일이 원래 그런 것이려니, 그런 줄 알고 가면 좀 낫지 않을까 싶으이.
오늘 교문 앞에서 게시판에 걸린 물꼬 안내글을 찬찬이 읽었더랬다.
‘모든 삶의 수고로움을 인정하고
이곳에서 나날을 살아가는 일 그 자체가 결과이고
이곳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는 일 그 자체가 성과인 곳입니다.’
맞다. 그렇다.
어디 물꼬만 그렇겠느뇨.
우리가 나날을 살아내는 일 자체가 결과이겠다.
사람을 만나는 일 자체가 성과이겠다.
그렇겠다.
내일이 아니면 모레, 모레가 아니면 글피,
그것도 아니면 어느 날에는 황사도 걷히려니, 사랑하는 내 아희들아.
쓰고 나니 나 들으란 소리인지, 너들 들으라 한 말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