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좋다.

물꼬 일의 절반(어디 그 뿐일까)은 그렇게 늘 하늘이 하더라.

2014학년도 마지막 빈들모임 열다.

9학년 가온이를 더해 식구들이 맞이청소, 빈들이고 봄이고.

겨울 계자 뒤 통 열어볼 일 없던 고래방도 이참에 ‘먼지풀풀’.

달골도 청소 갈무리.

나무날 늦도록, 그리고 쇠날 낮에 집중적으로 하는 빈들 준비를

새 학년도엔 그 주 내내 쉬엄쉬엄해야지 한다, 이번 빈들 준비처럼.

며칠의 여유로운 준비 덕에 오랜만에 식혜도 만들고 요걸트도 한가득.


저녁 버스로 나가고 들어오는 가온과 연규샘의 정류장이

오늘은 면소재지였네,

마침 사료를 실어 들어와야 해서 나간 길에 태워나가고 실어오고.

재호는 오지 못했다.

캄보디아에선 돌아왔으나 오자마자 학기 준비로 정신없을 게다.

3월 1일이 해날이고 보니 바로 개학이라 다들 걸음이 쉽지 않았을 터.

그래서 주로 어른 중심인 빈들 되었다.

그것도 쇠날 저녁 버스들을 타고 주로 들어오는 것과 달리

다들 퇴근하고 들어오느라 전체 시작이 아주 늦은.


밤에 들어오는 이들과 함께 저녁밥을 먹기에는 좀 늦지.

그렇다고 가벼이 먹기엔 겨울 저녁이 아쉬울 게고.

결국 두 차례의 저녁 밥상을 차리기로 한다.

가온이 간 자리로 품앗이일꾼 연규샘이 같이 맞이준비를 이어갔네.

그리고 저녁을 물린 난롯가에 둘이 앉아 ‘이 시대’를 분노하고 서러워했다.

퇴근을 하고 기차에 오른 이들은

황간에서 내려 같이들 택시를 타고 들어왔다; 휘령샘 정은샘 금룡샘

희중샘과 기락샘과 11학년 류옥하다는 내일 합류키로.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하기’,

이번 빈들모임의 속틀 시간들은 그러하더라.

밥상을 물리고 우리들이 함께 보낼 시간에 대한 안내장을 읽다; ‘믿음의 노둣돌’.

언제 어떻게 말할 것인가, 무엇을 말하고 어떻게 들을 것인가들에 대해.

난롯가에서 그렇게 사흘을 같이 보낼 준비가 되자 상으로 옮겨 곡차를 돌리고,

다시 난롯가에서 말하기 듣기 읽기; ‘숙제검사’; 나누려 가져온 이야기 풀기.

금룡샘이 복사해온 황석영의 <여울물소리> 여는글과 산경표를 위한 글들이 먼저 돌려졌다.

황석영은 그 글에서 전기수의 입장에서 동학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했다.

전기수(傳奇叟)라면 예전에, 이야기책을 전문적으로 읽어 주던 사람.

이야기를 파는 장사꾼, 그러니까 조선 최고의 스토리텔러였던 이.

한강의 <소년이 온다>도 언급됐다.

계엄군이 다시 왔던 5월 27일 새벽, 도청에는 시민군 300명이 남아있었고,

5월 26일 거기 있었던 열여섯 동호가 들려주는 이야기.

(남은 이들은 죽으며 싸웠고, 집으로 돌아간 이들은 살아남아 싸웠다!)

금룡샘은 시점에 대해 말하고자 했다; 소설에서, 작가가 이야기를 서술하는 방식이나 관점.

소설가가 어떤 눈을 지녔느냐에 따라 역사가 다르게 해석될 거라는 것.

‘소설가는 이야기꾼이기보다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로도

대신할 수 있겠는.

이야기는 고산자 김정호로 이어졌다.

그만 해도 어떤 내용을 어떻게 드러내느냐에 따라 다르게 가치 매김될 수 있는.

마침 가마솥방에는 ‘대동여지전도’가 걸려있다.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김정호는 온 나라를 발로 뛰어(그 시절에!)

인공위성으로 찍어온 사진과 별로 다르지 않은 지도를 그려냈다 칭송받아왔다.

그런데, 그가 한 작업이란

그 시대까지 이른, 모든 지리서를 방안에서 총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그는 실천가가 아니라 인문지리학자인 이론가였다는.

어떤 눈으로 어떤 부분을 부각하느냐에 따라 진실이 달라지기도.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을 담았던 <눈먼자들의 국가>도 들먹여졌다.

성실하게 한 숙제가 우리를 사유케 하였노니.


야참이 있는 ‘실타래’와 ‘夜단법석’.

다른 빈들이라면 달골 거실에서 이어갔을 시간이나

날 그리 차지 않으니 내리 있던 자리에서 조각들이 옹글듯이 앉았네.

자리가 참말 푹하였으니.


야삼경도 막바지, 모두 차를 타고 달골 올랐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4694 2016. 6.10.쇠날. 맑음 옥영경 2016-07-06 691
4693 2014. 2. 9.해날. 눈 옥영경 2014-02-28 692
4692 2014. 4.23.물날. 맑음 옥영경 2014-05-23 692
4691 2014. 4.29.불날. 비 내리다 갬 옥영경 2014-05-28 692
4690 2014.10.28.불날. 맑음 옥영경 2014-11-01 692
4689 2015. 1.22.나무날. 눈 몰아치다 비로 옥영경 2015-02-24 692
4688 2015. 2.18.물날. 싸락눈 옥영경 2015-03-13 692
4687 2015. 3.13.쇠날. 비 옥영경 2015-04-16 692
4686 2015. 3.23.달날. 맑음 옥영경 2015-04-24 692
4685 2015. 5.18.달날. 맑음, 저녁 흐려가는 듯하다 다시 말간 옥영경 2015-07-05 692
4684 2015. 5.28.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5-07-08 692
4683 2015. 8.21.쇠날. 갬 옥영경 2015-09-12 692
4682 2015.10. 6.불날. 맑음 옥영경 2015-10-31 692
4681 2015.10.29.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5-11-23 692
4680 2019. 5.31.쇠날. 맑음 / 연어의 날(6.22~23) 밑돌모임 옥영경 2019-08-02 692
4679 2013. 6.27.나무날. 조금씩 무거워지던 하늘, 그리고 빗방울 몇 옥영경 2013-07-20 693
4678 2014. 3.12.물날. 비 옥영경 2014-04-05 693
4677 2014. 4.15.불날. 맑음 옥영경 2014-05-15 693
4676 2014. 6.23.달날. 소나기 옥영경 2014-07-10 693
4675 2014. 8.19.불날. 비 옥영경 2014-09-20 69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