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빈들모임(2.27~3.1) 갈무리글

조회 수 774 추천 수 0 2015.03.20 12:35:34


다음은 2014학년도 마지막 빈들모임을 함께했던 이들이 남긴 갈무리글입니다.

늘처럼 맞춤법은 틀리더라도 고치지 않았으며,

띄어쓰기도 가능한 한 원문대로 옮겼습니다.

다만 의미 전달이 어려운 경우엔 띄워줌.

괄호 안에 ‘*’표시가 있는 것은 옮긴이가 주(註)를 단 것.

먼저 떠난 기락샘과 류옥하다 글은 남지 못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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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류가온: 빈들을 준비하며

빈들 전에 준비만 하고 먼저 떠났다. 외부인이 없는 물꼬는 또 색다르다. 조용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이 분위기가 좋았다. 일도 많이 하고 많이 쉬고 많이 먹었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지만 이번에는 흘러가면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한 일들은 빈들 준비를 위한 것들이었지만 딱히 이유가 있어 물꼬를 찾아온 것은 아니다.

단지 그냥.. 이곳이 보고 싶었다. 또 많은 생각을 하고 싶었고 무작정 찾아왔다.

아쉬움도, 후회도 없다. 옥쌤과 부담없이 나누던 얘기들만 생각나고 참 오랜만에, 행복했다.

들어올 때와 나갈 때의 차이는 분명하며 한결 가볍다.

또 뵙기를.


김정은:

물꼬에 오기 일주일 전부터 차분히 준비하는 정갈한 마음과 설레고 부푸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부랴부랴 기차에 몸을 싣고 그 안에서 오래된 벗을 운명같이 만나게 됩니다. 다시 택시를 타서 어딘지도 모를 까마득한 길을 굽이굽이 지나 ‘자유학교 물꼬’에 이르게 됩니다.

따뜻한 공기, 밥냄새가 몸을 쉴수 있게 해주고 가슴으로 저를 품는 분들과 곡주를 한잔하니 마음 또한 편히 뉘일 수 있게 됬습니다.

누구보다도 귀한 대접을 받고 다음날 아침 그림같은 풍경 속에 길을 내려와 태어나 처음으로 백배를 드리게 됬습니다. 숨이 가빠지고 몸이 무거웠지만 끝나고 난 후에 마침내 숨이 트여지고 생각이 열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남녀노소 구분없이 다같이 공동일을 하고 작업을 하고 한 데 어울려 같이,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 내내 정말 ‘사람’들과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요새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저의 생활 중에 무엇을 채우고 무엇을 비워야 하는 것일까입니다.

이번 빈들모임을 통해 그 해답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돼서 저는 나름 스스로 많은 깨달음을 얻고 갑니다.

따뜻하게 맞아주신 옥쌤, 항상 곁에서 도와주시는 삼촌, 어른같은 동생 연경(*연규요), 저를 이곳에 오게 해준 휘령이와 그밖에도 다른 소중한 인연에 정말 가슴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만 얻어가는것이 아니라 앞으로 물꼬에 좋은 쓰임이 될수 있는 저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이 인연이 오래오래 시간이 흘러서도 이어지기를 또한 바랍니다.


강휘령:

오랜만의 기차 여행으로 물꼬에 도착. 황간으로는 처음 와봤는데 색다르고 물꼬에 오는 또다른 방법(?)이라서 좋았다.

도착해서 야단법석을 하다가 바로 생각을 나누는 자리가 있었는데, 생각을 나누는 공간이 같았음에도 바로 공기(분위기)가 바뀌는 것은 참 물꼬스러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친구가 와서 크게 어색해하지 않고 잘 함께 해주어서 좋았다.

2.28일.

2월의 마지막, 2014학년도 마지막 날.

대배가 오랜만이라 지루한 느낌도 있었지만 곧 친구의 어머니가 회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진심으로 대배하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 진심을 다할 수 있는 ‘절’이라는 형식에 감사했다.

눈이 하나 둘 떨어지는 때 김치 물빼기를 시작했다. 사람들도 편하고, 그래서 재미있는 분위기에서 일했다. 집에서라면 하지 않았을 것들, ‘일’이라는 것이 엄마에겐 혼자서 버거웠겠구나 생각이 또 들었다. 같이, 함께의 힘을 느끼고, 같이 파전도 먹었던 시간들이 참으로 예뻣다. 참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것은 내 생을 멋지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떼선도 재미있었다.

밤에 컬러링하면서 우리는 생각없이 또는 큰뜻, 별뜻없이 하는 것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곳에 내가 있다는것이 참 좋았다. 나를 통해 나를 보는 것, 의미있었다. 너만이 너다 라는 말이 그냥 불현듯 지나갔다.

3.1

편안한 시간들이, 고요함이, 소소함이 주는 벅참이 고마운 때이다.

자연도, 친한 벗도, 쌤들도 같이 함께 있다. 이곳에.

이 느낌이 강한 아침이었다.

백배는 어제보다 더 열심히 잘 했다.


나는 물꼬가 참 좋다.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나의기준) 명확하게 해준다. 그리고 평소 여기 있는 내 모습과 다른 데 그 모습까지도 모두 품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말을 정확히, 잘 전달하려는 노력이 있어서 좋다. 막 흘려내는 말이 아니라서.

그런 친구들이 이곳에 많아서 좋다.

참 좋다.

더할 말

옥샘 사랑해요!

늘 함께 해주셔서.


공연규:

새 해 봄을 맞기전에 지난해 마무리를 하고 갑니다. 지난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준비하는 이 시간을 물꼬에서 보내서 행복해요. 지금 이 느낌을 기억하고 지금 내 모습을 믿고 든든히 한 해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5명 남짓 모여서 도란도라나 오순도순 일도 하고 얘기도 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함께’였기 때문에 더 즐겁고 소중했던 것 같아요.

이런 시간들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함께하신 분들게 감사하고, 물꼬에도 감사해요!

앞으로도 더 좋은 모습으로 계속 만나요.

감사합니다.


(* 그리고 연규샘 한테서 온 메일 가운데:


... 아, 정말 이번 빈들도 특별하고 재밌었어요. 제가 낯설어 할까봐 좀 걱정 했는데 어찌나 편안하고 따듯하던지. 아직도 그 여운이 남아있어요.

올 때 기차안에서 정은이 언니랑 얘기를 많이 했어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여러 얘기들을 했는데 위로도 많이 받고 본받을 점도 많이 알았어요... 언니가 자주 오시면 좋겠어요^^. 그러고보니 이번 빈들에서 제가 오랜만에 막내였네요. 제가 막 오랜만에 막내 해 볼 만큼 나이가 많진 않은데, 여태까지 역할들이 선배같다보니까 나이는 어려도 막내같지는 않았었죠. 심적으로도 그랬구요. 근데 정말 좋았어요. 오랜만에 귀여움도 좀 받아보고... 좋은 어른들과 함께해서 더!


... 계자도 하고 빈들도 하고 한 계절을 지나면서 제가 많이 느낀건 그런거예요. ‘항상 시작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혹은 과정이 순탄치 않더라도 끝을 잘 맺을 수 있다는 것’

준비를 완벽하게 다 해놓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시작을 해야만 하는게 아니라는걸 느꼈어요. 항상 최상일 수는 없잖아요. 지쳐있을 수도 있고 보통의 컨디션일 수도 있는데 여태까지 스스로 그런 강박이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해야해. 나는 감정적으로 약하니까 처음이 완벽하지 않으면 다 망쳐버릴거야. 힘들어질거야. 금방 지치게 될거야’ 시작이 완벽할 수 없고 설령 완벽했더라도 과정에서 흔들릴 수 있는건데 스스로 그 흔들림을 두려워하고 끔찍해했던 것 같아요.


... 또, 저는 사실 대배를 정말 정말 싫어했어요. 너무 힘들고 ‘대배‘라는 단어만 생각하면 막 땀이 주륵 주륵내리고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다음날 근육통 때문에 고통스러운 그런 생각이 자동적으로 막 들었어요. 그래서 너무 하기싫고 두려운 거였는데, 이번에 빈들에서 대배하면서 음 뭐랄까 덤덤해진다고나 할까? 그렇더라구요. ’으악 역시 미친 듯이 힘들어‘ 이런 생각을 하는게 아니라, ’그래, 좀 힘들긴한데 할만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러고나서 여태까지 내가 대배에 대한 두려움을 키우면서 스스로 더 힘들게 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게 참 별거 아닌데 그 느낌이 오래가더라구요. ’힘들긴 한데 할만해. 할 수 있어‘ 이런 느낌이 오래가요. 지금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올 해는 이 느낌을 가지고 일 년을 살아가려고 해요. 올 한 해가 순탄하기만 한 한 해가 아닐지라도, 힘들겠지요 분명히 힘든날이 있을거예요. 근데 ’할만해. 나는 할 수 있어. 해봤잖아‘하고 이겨낼거에요. 이겨낼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니까요.)


신금용:

2월 27일~ 3월 1일

자유학교 물꼬에서 진행된 빈들모임.

봄을 느끼는 봄꽃은 보지 못했으나

젊은 분들의 밝음, 유쾌함, 희망을 봅니다.

그들의 열정 또한 놀랍습니다.

큰절!

어떤 것의 기원은 잊혀지고

제대로인지도 모르지만

그것을 해야된다는 것

숫자를 채워야 한다는 것

그리고 어찌 되었건 100배를 해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낮춤으로 비로소 일어서는-

시작하면서 나누었던 경험, 존재인정, 배려.

그렇게 그렇게 서로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네요.


윤희중:

지난 1년 동안 처음으로 회사라는 한 공간에 입사하여, 사회생활을 경험했었는데

배움 보다는 저래도 되는가라는 의문점만을 가지고 어제부로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회사 얘기를 잠깐 하면, 팀장이란 무엇일까? 팀리더는 어떤 역할을 하는게 맞는 것일까 또한 단체 생활이란 ?? 등등의 의문점을 제기하게 됩니다.

1년 동안 함께 일을 하면서 오래 본 세월은 아니지만, 리더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팀장 리더들은 솔선수범하여 먼저 움직이고 먼가 하나라도 더 열정적으로 하되 부하 직원들에게 본보기가 되어 배움의 미덕? 이 단어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부하직원들이 리더를 보고 그 분야에 대해 좀 더 알아가면서 전문성을 띄울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내가 생각해왔던 거와는 상반된 분위기였습니다. (중략)

심지어는 팀장, 리더를 떠나 진짜 사람이라면 저렇게 행동하면 안 되지 싶은 생각이 들기까지 하였습니다.

이런 지긋 지긋한 사회생활을 이젠 떨쳐버리고 또 다른 삶의 시작을 제가 소중히 여기는 물꼬와 함께 시작하려 합니다.

어제도 말했듯 잘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배울 수 있을 때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합니다.

늘 말하지만 참 고맙고 또 감사한 공간입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덩달아 한 줄 쓰노니, 옥영경:

늙었다.

그런데, 사람이 잘 늙으면 자유를 얻는 법이란다. 에릭 오르세나의 소설 한 구절이다.

그 행의 다음 행은 그러했다; 그러고 보면 늙는 게 꼭 서러운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

하여 잘 늙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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