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 몇 자.


여기는 대해리.

물꼬입니다.

아니 벌써 사흘째 아침인가요!

스물여섯 아이들이 열하나(새끼일꾼 하나 포함)의 어른들과 동행합니다.

 

비가 많으면 많아서,

날이 더우면 더워서,

추위가 매서우면 또 매서워서 걱정입니다.

그렇지요, 사는 일이.

그렇지요, 아이 내놓는 마음이.

 

80년 만에 중부지방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도심 곳곳에서 침수·정전 등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모레까지 최대 350비가 더 쏟아질 것으로 예보돼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간밤 자정에 작성된 기사 하나를 봅니다.

모레까지도 비가 많다 하니 걱정들 하실 수 있겠습니다.

총알이 날고 포탄이 떨어져도 소식이 먼 이 깊은 멧골은

바깥세상이 큰 비에 길이 끊기고 차가 잠기는 것도 까마득하게 몰랐습니다.

이곳은 어제 종일 날만 흐렸지요.

잠깐 볕인가 싶은 맑은 빛까지 있었습니다.

바람이 기분 좋게 불었구요. 

대동놀이며로 젖은 옷 사이로 드나드는 바람이었습니다.

땀 흘린 아이들이 그러더군요. 개운하다고.

저것들이 그걸 다 압니다.

 

아이들은 모두 무사히 들어와

노랫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놀이함성에 작은 학교가 들썩입니다.(상투적 표현이 아니라 정말 들썩여요!)

아이들이 저리 놀아야지요, 사는 게 저리 생기가 있어야지요!

그래야 공부고 뭐고 할 힘도 생길 겝니다.

자주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학교는 언덕을 끼고 있지 않습니다

수영장으로 쓰는 동쪽개울은 얕은 개울입니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안에서 할 것도 많습니다.

이래도 저래도 자신의 호흡을 찾아낸 아이들의 신명을 무엇이 막겠는지요.

 

아이들이 첫날인 그제부터 벌써 '물꼬스러운 날'이라고 했습니다.

물꼬스러운 게 뭐냐 물었더니, 최고의 날이라고 설명해주더군요.

마치 계자 마지막날 같았다고도 했습니다.

그만큼 익숙하게 한껏 지내고 있다는 말일 테지요.

어제 아침엔 아침 5시 30분부터 공을 차고 있었습니다.

물꼬 조기축구회가 생겼다니까요.

 

어찌 그리 덜컥 아이들을 내주셨을지요.

믿고 맡겨주신 마음을,

그리고 아이들의 어머니라면 아버지라면 어떻게 하였을까를 생각합니다.

지극하게 돌보겠습니다.

하늘처럼 섬기겠습니다.

 

잘 있겠습니다.

잘 계시기 바랍니다.

그늘과 함께하는 여름이시기.


2022. 8. 9.불날

자유학교 물꼬 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후원] 논두렁에 콩 심는 사람들 [13] 관리자 2009-06-27 36041
공지 긴 글 · 1 - 책 <내 삶은 내가 살게 네 삶은 네가 살아>(한울림, 2019) file 물꼬 2019-10-01 19166
공지 [긴 글] 책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저마다의 안나푸르나가 있다>(옥영경/도서출판 공명, 2020) file 물꼬 2020-06-01 17242
공지 [펌] 산 속 교사, 히말라야 산군 가장 높은 곳을 오르다 image 물꼬 2020-06-08 16740
공지 [8.12] 신간 <다시 학교를 읽다>(한울림, 2021) 물꼬 2021-07-31 16606
공지 2020학년도부터 활동한 사진은... 물꼬 2022-04-13 16267
공지 물꼬 머물기(물꼬 stay)’와 ‘집중수행’을 가릅니다 물꼬 2022-04-14 16280
공지 2022 세종도서(옛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 선정-<다시 학교를 읽다>(옥영경 / 한울림, 2021) 물꼬 2022-09-30 15216
공지 [12.27] 신간 《납작하지 않은 세상, 자유롭거나 불편하거나》 (한울림, 2022) 물꼬 2022-12-30 13439
공지 2024학년도 한해살이;학사일정 (2024.3 ~ 2025.2) 물꼬 2024-02-12 5543
126 157 계자 그때, kbs 1tv <6시 내고향>이... 물꼬 2014-01-15 1383
125 2016 여름 계자 밥바라지 file 물꼬 2016-06-22 1380
124 [8.24~31] 베짱이 주간 (그리고 가을학기) 물꼬 2015-08-14 1380
123 10월 빈들모임 일정 문의에 물꼬 2015-10-14 1377
122 [3/17] 물꼬 부설 ‘큰바다(가칭)산촌유학센터’ 관련 한데모임 물꼬 2014-03-12 1377
121 160 계자 신청자 가운데 홍선미님! 물꼬 2015-07-27 1376
120 2021 여름 계자 밥바라지 자원봉사 물꼬 2021-07-10 1374
119 [~10.25] 근황 물꼬 2015-10-14 1369
118 [8.19~20, 8.26~27] 멧골 책방 - 우리는 멧골에 책 읽으러 간다 물꼬 2023-07-03 1366
117 [누리집수리] 누리집, 복구는 하였는데... 그리고, 158계자 사진 물꼬 2014-08-18 1365
116 [11/22~24] 11월 빈들모임 file 물꼬 2013-10-31 1362
115 [4.22~24] 4월 빈들모임 물꼬 2022-03-21 1357
114 어제의 4월 빈들모임은... 물꼬 2014-04-20 1357
113 2014 겨울 계자 밥바라지 자원봉사 file 물꼬 2014-11-21 1356
112 172계자 통신·2 - 첫날 정오 대문에서 뵙겠습니다! 물꼬 2023-07-31 1355
111 [6.27~29] 6월 빈들모임 imagefile 물꼬 2014-06-09 1355
110 어른들도 계절자유학교가 있다? 물꼬 2014-02-24 1350
109 10월 빈들모임 마감에 부쳐 물꼬 2015-10-11 1345
108 172계자 통신·6 - 계자 사진 물꼬 2023-08-15 1340
107 [3.21] 2022학년도 여는 날 ‘첫걸음 예(禮)’ 물꼬 2022-03-07 133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