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3. 8.해날. 이리 좋은 봄날

조회 수 786 추천 수 0 2015.04.04 03:43:22


낮 기온이 15도에 이르렀다,

일주일 전 눈 내리던 곳인데.

소사아저씨는 꽃밭 나무들 가지를 쳐주고 계셨다.

가구를 만들러 한 목공실에 들어가 작업을 하고 오는 지난 한주동안

학교는 봄맞이가 한창이었다.

그래도 아직 봄꽃들 목소리는 먼.

내일 2015학년도 ‘첫걸음 예’가 있다.


까무러치듯 자고 자고 또 자고

해가 져서야 온전히 잠이 깼다.

그래도 가셔지지 않는 고단함.

추운 곳에서 하고 온 목공 작업만의 피로감은 아니겠다.

사업을 하고 있는 한 선배의 고군분투기에다

이 시대 대한민국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 밑에서 일하는 젊은 친구들의 고단함과

떠나고 싶지만 발이 묶여있는 관계들과

이 시대가 어떻게 건너가고 있는지를 보고 온 듯한 우울이며...

그들만 그렇겠는가.

나도 가끔 하던 일을 잊고 멈춰 서 있다,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차를 세우고 있는 것처럼.

자주 삶이 그러하다. 어디 너와 나만 그럴까.

그래서 사람들은 때로 질주할 때가 행복할 수도 있다.

방향성은 가지고 있으니까.

근데, 그럴 때, 멈춰 있을 때, 길이 어딘가 두리번거리는 것도 방법이지만

돌아오게 될 지라도 걸어가 보는 걸음을 택하는 이들도 있지.

나 또한 때로 멈추고, 때로 걷는다.

어딘가로 가지 않겠는가.

우리 생이 어디로 가는지 어찌 다 알겠는가.

분명한 건 어딘가 닿으리란 것.

아희야, 그냥 그리 걸어갈 수도 있지 않겠느뇨.


한 어르신, 물꼬 논두렁 한 분의 문자가 닿았다.

지난 정월 대동맥파열이 있었더란다.

후유증 없이 치료되는 경우가 10% 미만이라는데...

세계 어느 값비싼 식당이더라도 가격표를 보지 않아도 되었을 때

비로소 당신이 부자임을 알겠더라시던 오래전 말씀이 떠올랐다.

뒤늦게야 지난 1월 세상을 떠났다는 사우디국왕 기사를 읽었다.

‘사우디국왕, 이름도 없이 공동묘지에 묻혀

우리 돈으로 18조 원(약 170억 달러)이 넘는 개인 자산을 자랑하던 사우디 국왕의 간소한 장례가 화제다.

지난 23일 타계한 사우디아라비아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은 관도 없이 노란색 천으로 된 간단한 수의만 걸친 채 평민들이 묻히는 수도 리야드의 공동묘지에 묻혔다. 묘비는 무덤이라는 표식일 뿐 그의 이름이나 직위 등 어떤 글자도 쓰이지 않았다.

국왕의 장례 절차와 방식은 모두 평범하게 치러졌다. 시신을 묻은 뒤 봉분도 올리지 않고 위에 자갈만 얕게 깔았다. 국왕의 소박한 장례는 건국이념인 수니파 이슬람 근본주의인 ‘와하비즘’의 전통을 따른 것이다.

18세기 이슬람 신학자인 수니파 지도자 무함마드 이븐 압드 알와하브가 창시한 와하비즘은 기독교의 청교도처럼 엄격한 생활을 강조한다...’

우리가 누구이건 분명한 것은 결국 떠난다는 새삼스런 사실 앞에

나 역시 우리 가운데 하나임을 각성한다.


그리고 기사 몇을, 어쩌다 책상 앞에 앉았을 때 밀린 숙제처럼 그리하듯, 읽다가

새해아침 중앙일보에 실린 김훈 선생 글도 읽었다.

위로가 되었다.

모두 그렇듯 나 역시 세월호는 여전히 헐어있는 상처다.

‘세월호 내버리고 가면 우리는 또 같은 자리서 빠져 죽어 …

사실의 힘에 의해 슬픔과 분노, 희망의 동력으로 바뀌기를

... 연초에는 세월호특별법에 따른 위원회가 결성되어 진상조사, 재난 예방과 대처, 희생자 위로 등의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세월호 사태는 제3의 국면으로 접어드는 셈이다. 위원회는 법이 정한 바에 따라 한시적인 기구가 되었지만, 이 같은 일에는 시한이 없어도 좋을 것이다. 우리는 세월호를 도려내고서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세월호를 내버리고 가면 우리는 또 같은 자리에서 물에 빠져 죽는다. 우리는 새로 생기는 위원회를 앞세워서, 세월호를 끝까지 끌고 가야 한다. 위원회가 동어반복으로 사태를 설명하지 말고 그 배후의 일상화된 모든 악과 비리, 무능과 무지,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의 공생관계를 밝히는 거대한 사실적 벽화를 그려주기 바란다. 그리고 유민이의 젖은 6만원의 꿈에 보답해주기 바란다. 나는 사실 안에 정의가 내포되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 사실의 힘에 의해 슬픔과 분노가 미래를 향한 희망의 동력으로 바뀌기를 바란다. 바르고 착한 마음을 가진 많은 유능한 인사들이 이 위원회에 참여해주기를 나는 바란다. 삶을 쇄신하는 일은 여전히 가능하다고 우리는 말해야 한다.’

삶을 쇄신하는 일은 여전히 가능하다, 나는 말한다.

삶을 쇄신하는 일은 여전히 가능하다, 너도 말한다.

우리 모두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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