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부가 다녀간다.

논두렁 한 분이 문예지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을 했다.

오래 글을 써오셨다.

고마운 일이다.

소리연구가 무향 이강근 샘의 공연 안내장도 왔다.

오랜만의 공연이시란다.

역시 기쁘고 고마운 일.


대한민국 청춘들의 사망원인 중 1위가 무언 줄 아느냐,

한 아비가 물었다.

전체 국민으로 보자면 암이 가장 높은 사망 원인이지만

10~39세에서는 자살이, 특히 20대 사망자 중 40%가 자살자란다.

(20~29세에서는 자살(44.6%)이 암(9.3%) 보다 약 5배나 무서운 사망 원인이다.

... 자살 충동·시도 원인으로는 ‘경제문제(등록금 포함)’가 57%로 1위를 차지하고,

‘취업문제’가 30%로 그 뒤를 이었다. - <2011. 09. 28 경향신문>)

그리고 아비는 말했다.

“내 방식으로 이해하자면, 지금 돈 없고 앞으로도 돈 없을 것 같아서 죽은 것이다.

 돈 때문에 스스로 죽음을 택한 세대는

 10여 년 전에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는

 BC카드 CM송에서 ‘우리가 있잖아요’를 담당했던 세대다.

 그 노래를 부르던 아이들이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아빠가 힘 내지 않으면 집구석 BC카드 펑크 나니까 죽도록 일하라는 것이 그 광고의 본질이었는데

 죽도록 일한 아빠는 지금 어느 변두리 골목에서 퀭한 눈으로 기름에 닭을 튀기고 있고

 BC카드는 여전히 고리대금업을 계속하고 있고

 세상 떠난 첫째 아이 동생은 BC카드 같은 튼튼한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노량진 고시텔에서 공부하고 있다.

 나는 이런 문장 배열이 가능한 너희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이 혐오스럽다.”

아프니까 청춘이라 했더냐.

“개뿔이다.

 분노해야 청춘이다.”

아비가 이어 말했다.

“가급이면 월급쟁이는 하지 마라.”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먹고 살라는 말일까?

묘책은 없지만 무책임한 소리는 아니란다.

“만인을 위한 묘책이 있다면 세상이 이 따위로 굴러가겠냐.”

아비는 여전히 그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그 과정 중에 밥 먹고 살다보니 쉰이 넘었다 했다.

나도 그리 살다 쉰에 다 이르렀다.

그런데 약간 배고파도 비교적 버틸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이었나.

아비가 말했다.

“좀 비겁한 팁인지 모르겠지만…

 빚 없으면 살아가는 일 자체에 온 목숨을 걸 필요는 없다.

 불안정성은 존재가 중심을 유지하려는 긴장감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흔히 하는 바보 같은 소리는 귀 담아 듣지 마라. 그런 거 있잖아.

 ‘저는 큰 욕심은 없고 그냥 집 한 채 있고 삼시세끼 걱정 안 하고 몸 건강하면 충분합니다.”

그러게, 세상에 그런 큰 욕심이 어디 있더냐.

그리고 아비는 EBS 다큐멘터리<K2>에서 산타는 사람이 한 말을 메모해둔 것을 되내었다.

“제 인생은 꿈이 있기 때문에 불안정하죠.”

그러니까 우리가 ‘사람’으로 살라면 불안정할 수밖에 없겠다는 말이겠다.

삶이 그렇게 불안정한 것이므로

오늘 네 흔들림은 그저 우리 삶의 당연한 나날 하루인 것.

요람처럼 타 볼 지라, 분노할 지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4694 2014. 6.23.달날. 소나기 옥영경 2014-07-10 691
4693 2014. 7. 4.쇠날. 갬 옥영경 2014-07-16 691
4692 2015. 2. 2~3.달~불날. 그런대로 맑은 옥영경 2015-02-27 691
4691 2015. 2.14~15.흙~해날. 맑음, 이튿날 비 옥영경 2015-03-13 691
4690 2015.12. 2~3.물~나무날. 비, 그리고 눈 옥영경 2015-12-24 691
4689 2015.12. 5~6.흙~해날. 흐림 옥영경 2015-12-24 691
4688 2015.12.24.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5-12-29 691
4687 2016. 6.10.쇠날. 맑음 옥영경 2016-07-06 691
4686 2019. 5.31.쇠날. 맑음 / 연어의 날(6.22~23) 밑돌모임 옥영경 2019-08-02 691
4685 2014. 3.12.물날. 비 옥영경 2014-04-05 692
4684 2014. 4.23.물날. 맑음 옥영경 2014-05-23 692
4683 2014.10.31.쇠날. 젖은 아침 옥영경 2014-11-01 692
4682 2015. 2.18.물날. 싸락눈 옥영경 2015-03-13 692
4681 2015. 3.13.쇠날. 비 옥영경 2015-04-16 692
4680 2015. 5.18.달날. 맑음, 저녁 흐려가는 듯하다 다시 말간 옥영경 2015-07-05 692
4679 2015. 8.21.쇠날. 갬 옥영경 2015-09-12 692
4678 2015.10. 6.불날. 맑음 옥영경 2015-10-31 692
4677 2015.10.29.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5-11-23 692
4676 2013. 6.27.나무날. 조금씩 무거워지던 하늘, 그리고 빗방울 몇 옥영경 2013-07-20 693
4675 2014. 4.15.불날. 맑음 옥영경 2014-05-15 69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