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3.24.불날. 맑음

조회 수 699 추천 수 0 2015.04.24 11:42:48


아직 날 차다. 밤엔 영하로 떨어졌더랬다.


한동안 쉬었다가 다시 아침수행을 시작한다; 해건지기

그것은 일상을 견고하게 하는 일이고

간절한 마음을 담는 기도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고단한 산골 삶의 피로의 비늘을 떨어내는 일.

겨울을 나는 동안 팔단금(八段錦)을 해왔다.

팔단(八段)이란 여덟 마디, 여덟 가지, 금(錦)은 여러 빛깔 실로 짠 비단.

허니 팔단금이란 여러 빛깔 실로 짠 비단처럼 아름다운 여덟 가지 움직임이다.

발단근(拔斷筋)이라고도 하는데 뽑아 늘이고(拔) 끊어(斷) 정(定)한다는 뜻으로

온 몸 힘줄을 당기거나 늘려 역근(易筋)하고 뼈를 바로 잡아 환골(換骨)하는 것.

송나라 때 시작되었다 했다.

남북(南北) 두 갈래로 나뉘어 발전하였는데,

북파(北派)는 악비(岳飛)라는 이가 전하였는데, 움직임이 어려워 익히기 힘들며,

굳세게 하는 말타기 걸음하기(馬步式)를 많이 쓰고, 무팔단(武八段)이라고도 부른다고.

남파(南派)는 양세창(梁世昌)이란 사람이 전하였으며,

움직임이 쉽고 부드러워 널리 쓰는 서서하기(站式)로 문팔단(文八段)이라고도 부른다지.

그 뒤로 앉아하기 팔단금(坐式八段錦)이 나와

이 남파는 서서하기 팔단(立八段)이라고도 부르게 되었다고.


얼마 전 바람 거칠었던 사나흘, 한 날 오전 손전화가 불통이었다.

처음엔 낡은 전화기 탓이려나 했는데, 마을 전체 같은 회사 전화기가 먹통이었던 것.

오늘도 바람 많고, 같은 현상이 있었다.

전화를 넣었더니 마을의 정전과 관련이 있다네.

곧 마을로 한전 사람들이 왔고,

학교 뒤쪽 댓마로 들어가는 전선을 복구 중이란다.

“전선이 자꾸 걸리는데...”

학교 서쪽 길가 높은 전나무들을 쳐야한다네.

그래야지 뭐.

그런데 나무를 잘라놓고 그냥들 가버렸네.

고스란히 소사아저씨 일이 되었고나.


학교는 한창 여러 곳의 안전을 점검 중이다.

누가 와서 한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자체 점검.

그리고 필요하면 보수하고, 손이 안되는 것은 빌리고 할 것.

전기는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겠다.

교육청에 전기점검을 요구한다.

차가우나 봄밤이다.

시집 한 권을 빼어든다.

이런 시간도 없으면 산골 삶 하루가 얼마나 고될 것이냐.



흑명(黑鳴)


보길도 예송리 해안의 몽돌들은요

무엇이 그리 반짝일 게 많아서

별빛 푸른 알알에 씻고 씩는가 했더니

소금기, 소금기, 소금기의

파도에 휩쓸리면 까맣게 반짝이면서

차르륵 차르륵 울어서 흑명,

흑명석이라고 불린다네요


이 세상에서 내게 남은 유일한 진실은

내가 이따금 울었다는 것뿐이라던

뮈세여, 알프레드 뒤 뮈세여



비장해지는 쪽빛 문장의 <쪽빛 문장>(고재종/문학과 사상사, 2004)이었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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