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3.25.물날. 맑음

조회 수 675 추천 수 0 2015.04.24 11:43:56


오늘부터 풀린단다. 예는 내일쯤 풀릴라나.

“그래도 산골은 내일모레나...”

소사아저씨.


산을 내려가니, 그리고 김천으로 넘어가니 개나리가 폈더라.

아, 반갑다, 돌아와 주어, 그럴 줄 알았어도.


바깥수업들을 하고 돌아온 밤,

영화를 한 편 튼다.

덴마크의 수잔 비에르 감독 <In A Batter World>(2010)

영화는 아프리카나 북유럽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으로 시작하지만

폭력과 복수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가를 묻는다.

가정과 학교, 사회와 국가 안에 있는 폭력과 비폭력,

그리고 복수와 용서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우리들이 거기 있다.

아내와 별거 중인 의사 안톤은

아프리카 주민들에게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반군 지도자를 치료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안톤의 아들 엘리아스는 학교 폭력에 놓여있고,

그를 구해준 크리스티안도 칼을 휘두르고 있다.

잠시 덴마크로 돌아온 안톤은 낯선 이에게 폭행을 당하고,

그의 비폭력과 달리 폭력적인 해결을 찾는 엘리아스와 크리스티안의 방식은

어쩌면 때로 폭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말을 하고 있는지도. 근데, 그럴까?

세상이 왜곡돼 있을 때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 힘이 센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고,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다는 말일지도. 그래?

이창동 감독의 영화도 생각나고,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안티 크라이스트>도 겹쳐진다.

하지만 그의 영화가 우리가 고개를 돌리고 싶어 하는 마지막 바닥까지 보여주는 대신

수잔 비에르는 좀 더 균형을 가지고 말한다.

아프리카에서 임산부의 배를 가르는 폭력과

안톤이 정비공 라스에게 뺨을 맞는 장면은 폭력의 수위가 다르지만

감정적으로 비슷하게 보이게 하는 감독의 섬세한 표현은 왜 그를 극찬하게 하는지 이해하게 한다.

누구는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는 허세이고 수잔 비에르의 영화는 가식이다, 라고도 했더라만.

폭력의 본성을 과장하여 드러내었다는 면에서 그랬을 것이고

폭력으로도 꺼지지 않는 관용과 희망에 대해 말했다는 측면에서 그랬을 것이다.

수잔 비에르는 복수와 관용이 한 몸이되 다른 얼굴임을 말하고 있다.

안톤(미카엘 페르스브란트의 연기가 빛난다)은 정비공에게 뺨을 맞은 뒤

강물에 몸을 담가 수치와 분노를 다스리는데,

감독은 이것을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아버지에 대한 분노로,

나아가 급우와 정비공에 대한 폭력적 복수로,

그리고 엘리어스의 사고 이후 타인이 아니라 이제 자신에게 복수하려는

크리스티안의 감정적 상태와 또한 한 모습으로 보여준다.(역시 수잔 비에르이겠다.)

“어쩌면 관용은 이러한 분노의 변이형이라 말할 수 있고,

 그렇기에 관용은 분노가 폭력적 복수로 나아가려는 본성과 싸워 이겼을 때에야

 가까스로 지켜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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