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3.26.나무날. 맑음

조회 수 854 추천 수 0 2015.04.25 09:54:21


부산 벡스코에서 한 ‘한-중남미 지식공유포럼’에 가다.

30여 개 IDB 회원국이 참여한 가운데

한국 경제개발정책 및 중남미 개발 이슈에 관한 공동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였고,

부대행사로 문화행사들이 있었다.


벡스코의 다른 장소에서 <도시농업 박람회>도 있었다.

선물이었다.

목공 일과 들꽃에 대한 두어 가지 지식을 얻었고,

정원가와 토기 도예가와 만났다.

물꼬에서 보는 날 있겠다.


가는 기차에서 <나의 토익 만점 수기>(심재천, 2012)를 읽다.

‘ ‘지원자격 : 토익 800점 이상’이라는 문구에서 나는 이런 목소리를 들었다.

“넌 꺼져.”

그래서 난 꺼지기로 했다.’ ’

토익 590점을 맞은 ‘나’는 그렇게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난다.

수기 아니다. 소설. 제3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너무 잘 읽혀서 외려 걱정이 일기까지 한.

오랜 기자생활을 통해 한 글쓰기 훈련이 큰 몫이었겠다.

글의 치기는 깊은 통찰로 확장된다. 골계미라고 하는 거겠다. 책 전체가 그러하다.

가령 이런 대목이 곳곳이다.

‘없는 물건을 따지자면 헤아릴 수가 없다.

가전제품이 없는 건 기본, 웬만한 여자는 다 하나씩 갖고 있다는 샤넬 핸드백이 없었다. 겨드랑이 털 제모기가 없었다. 여고생도 가지고 다니는 비비크림이나 립스틱이 없었다. 샤워젤이 없었다. 비자금, 바이브레이터, 종합비타민이 없었다. 고양이, 고데기, 체중계가 없었다...... 한도 끝도 없이 없는 게 많았다.’

‘카나비스 사티바의 사진

a. 저것은 사춘기 여자애의 젖꼭지다.

b. 저것은 건조시켜서 우려마실 수 있다.

c. 저것은 건조시켜서 케첩통으로 피울 수 있다.

d. 저것은 그 자체로 불법이다.

정답은 c.

일반인은 d에 손이 갈 수 있다. 카니비스가 ‘불법’이라고 수없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주위에서 다들 나쁘다고 하니까 그렇게 인식해버린다. 하지만 세상에 ‘그 자체로’ 불법인 건 아무것도 없다. 문제를 꼼꼼히 뜯어봐야 한다. 이데올로기에 휩쓸리면, 쉽게 오답에 손을 대고 만다....’

‘그동안 ‘왠지 상식과 어긋난다’에 번번이 속아왔다. 청취능력은 형편없지, 자신감도 없지, 그냥 느낌으로 답안을 골랐다. 그 탓에 나는 수많은 문제를 틀려왔다. ‘왠지 상식일 것 같은’ 오답들에 손이 갔고, 엄청난 감점을 감수해야 했다. 특히 part 4에선 거의 직감으로 답을 찍어왔다. 성우가 뭐라고 떠드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머릿속에서 ‘상식적인’ 스토리를 지어내고는 그에 따라 정답을 마킹했다. 대부분 오답이었다....’


책은, 언어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어 우리를 저주로 몰 때

어떤 희극을 만드는지를 펼쳐 보인다.

요즘 토익 만점은 ‘나 눈 두 개 달렸소’와 동일한 말이라는,

더불어 영어 열병의 나라에서

우리가 그것을 얻기 위해 무엇을 잃고 있는가를 직시하게 한다.

하여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언어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라 말해주는.

그리고 책은 묻는다, 당신 지금 뭐하고 있소, 하고.

“도대체 영어를 얼마나 잘해야 그 나라 국민이 되는 거야.”라고 한 스티브의 말과,

자신이 원하는 바를 찾아 나선 주인공의 아버지의 행복한 뒷모습과,

유치원생 아이의 완벽한 영어발음으로 보내는 야유로

정리되는 책이겠다.

가볍고 재미난, 그러나 묵직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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