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3.27~28.쇠~흙날. 맑음

조회 수 823 추천 수 0 2015.04.25 10:01:17


경칩 후 2월 초아흐레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튼다’ 했고,

이날 장을 담그면 무탈하다 했다. 27일이었다.

‘한-중남미 지식공유포럼’이 있었던 부산에서 기락샘이 있는 유성으로 움직였고,

다시 서울로 향했다.


올 학년도엔 섬모임을 어이 할까,

28일 흙날,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교사 반짝모임이 있었다.

잠시 뜸했던 섬모임이다.

아리샘이 이장을 맡았더랬다.

중학 반장 가람, 고등 반장 재호, 품앗이 반장 연규샘, 학부모(밥알) 반장 지은샘, 고문 옥영경, 주 구성원이 그랬던.

들에 핀 봄꽃들처럼 이 봄에 그리 다시 가꾸어보려 한다.

강독(講讀)을 해볼 참이다,

함께 읽기, 소리 내어 읽고 그 뜻을 같이 밝혀가는.

<자본론>이 거론 되었고,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같은 건 어떨지, 배리 로페즈의 <북극을 꿈꾸다>는 어떨까,

문학작품도 좋겠다.

금룡샘이 조효제 교수의 <인권 오디세이>를 권하기도.

의견들 모아 5월에 날을 잡아보기로 한다.


케테 콜비츠 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나의 작품 행위에는 목적이 있다. 구제 받을 수 없는 사람들, 상담도 변호도 받을 수 없는 사람들, 진정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 시대의 인간들을 위해, 한 가닥의 책임과 역할을 담당하려 한다.”

“내 작품의 주제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모티브는 그것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오로지 노동자들의 삶이 그렇게 느껴지며, 그들의 단순하면서도 꾸미지 않는 태도에서 나는 아름다움을 느낀다.”

80년대를 함께 관통한 이름, 케테 콜비츠.

일찍이 19세기 말부터 유럽 화단에서 판화가로 그 위치가 확고했고,

노신이 판화운동을 펴던 1930년대에 이미 중국에도 소개되었던,

그리고 이 땅에서 오윤과 홍성담과 이철수, 강요배로 이어지던 이름.

1867년 태어나 세계사의 격랑기를 관통하며 고스란히 그 시대상을 담았더랬다.

1917년 러시아 혁명, 1918년 독일혁명, 1차 세계대전, 경제대공항, 2차 세계대전,

그리고 종전하던 해 세상을 떠난다.

그가 살았던 시대의 예술이란

초(超)시대적이며 초계급적이고 공평무사(公平無私)하고 중립적이라는 신념으로

사회에서 고립되어 관객에게서 멀어져갔던 시기.

하지만 그는 항상 자신과 자신이 살던 시대의 삶에 충실했다.

그의 뒤엔 자유사상운동을 한 목사 할아버지와

소외계층을 향한 인간애와 사회적 책임감을 가졌던, 법관 일을 청산하고 미장일을 했던 사회주의자 아버지와,

엥겔스와 교제하던 오빠, 베를린 노동자들을 돌보던 의사 남편이 있었고,

1차 대전에 목숨을 잃은 둘째아들과 2차 대전 전장에서 죽은 손자가 있었다.

전시는 1914년 1차 세계대전 발발을 기점으로 전쟁 이전과 이후의 작품군으로 분류하였다. 1800년대 후반에서 1930년대에 걸친, 초기부터 말년까지 총 56점의 작품.

그것을 도록이나 책으로서가 아니라 전시회를 통해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었다니!

전쟁 전 주로 직조공들의 봉기와 농민혁명들 같은,

노동자 계층의 고된 노동, 질병, 가난과 같은 핍박의 삶을 표현했고,

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작가는

연작 ‘전쟁’(War, 1921~1922)을 비롯하여 반전과 평화를 외친다.

그가 6부작(빈곤, 죽음, 회의, 행진, 폭동, 결말)으로 새긴 슐레지엔 직조공들의 ‘폭동’은

게르하르트 하웁트만의 <직조공>(1893)과

1844년 하인리히 하이네가 마르크스가 편집장으로 있던 신문 <전진>에 실었던 작품이 영감이었다 한다.



슐레지엔의 직조공


침침한 눈에는 눈물이 말랐다.

그들은 베틀에 앉아서 이를 간다.

독일이여 우리는 너의 수의를 짠다.

우리는 그 속에 세 겹의 저주를 짠다.

우리는 철커덕 거리며 베를 짠다.


첫번째 저주는 하느님에게

추운 겨울에도 굶주리며 그에게 기도하였건만

우리의 바람과 기다림은 헛되었다.

그는 우리를 원숭이처럼 놀리고 조롱하고 바보로 만들었다.

우리는 철커덕거리며 베를 짠다.

우리는 철커덕거리며 베를 짠다.


두 번째 저주는 국왕에게, 부자들을 위한 국왕에게

우리의 비참한 삶은 본 체도 않고

우리를 협박하여 마지막 한 푼까지 앗아가고

우리를 개처럼 쏴 죽이게 한다.

우리는 철커덕거리며 베를 짠다.

우리는 철커덕거리며 베를 짠다.


세 번째 저주는 잘못된 조국에게

이 나라에는 오욕과 수치만이 판을 치고

꽃이란 꽃은 피기도 전에 꺾이며

모든 것이 썩어 문드러져 구더기가 득실거린다.


북은 나는 듯이 움직이고 베틀은 삐걱거리며

우리는 밤낮으로 베를 짠다.

썩어빠진 독일이여, 우리는 너의 수의를 짠다.

우리는 그 속에 제 겹의 저주를 짜 넣는다.

우리는 철커덕거리며 베를 짠다.

우리는 철커덕거리며 베를 짠다.


(하이네, <맑스엥겔스평전>의 맨 뒤에 실려있음)



전쟁에서 아들을 잃은 어미의 비극, 조각상 ‘피에타’도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누군들 세월호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예술계의 체 게바라라는 그의 판화는

깃발 나부끼던 80년대를 넘어 2015년 현재에도 여전한 울림을 만든다.

전쟁과 가난과 노동과 사람들과 죽음...

인간 삶의 보편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지 않겠는지.

그 무엇보다 큰 감동은 그의 인간됨에서 오는 위대함이다.

무얼 하건 사람이 좋아야지. 그렇다!


그리고 청담동 일지 아트홀에서 낮 5시 ‘무향 이강근의 국악힐링콘서트’가 있었다.

지경소리(터다지는 소리), 천상의 소리 범패 ‘할향’, 가사 ‘죽시자’, 수심가,

이별가, 뱃노래, 선가(仙家) 독경, 신명을 부르는 비나리(축원 소리), 창부타령들을 들었다.

물꼬의 논두렁 분들이 동행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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