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다 이튿날 비 내렸고, 밤, 바람에 가끔 구름이 달을 가리며 흘렀다.

개구리울음 늦도록 산마을을 울렸네.

봄밤이다.


엊그제 손발보태고 떠난 이들이 남긴 흔적들을 치우기 시작한다.

멀리 경기 설악에서 벗들, 태봉샘과 기택샘이 와서 목공 일들을 사흘 해주고 떠났다.

헐거웠던 낡은 살림들에 그리 꽉꽉 피스 박혔던 사흘이었네.

실어왔던 나무들이며 목공 부품들 자리 잡아 넣어주고,

비닐하우스 창고에서 작업하며 나온 톱발들이며 조각나무들 치웠다.

올해는 감자씨가 없어,

여기저기 말 넣어 놓으니,

벌써 마을에는 감자 놓은 지 한참이라 구하기도 쉽잖을 걸,

외려 종자가 넘치게 됐네.

마을의 한 어르신이 심을 거 다 심고 밭가에 던져둔 것 있다시며 챙겨다주셨는데,

면소재지 벗도 구해다주었다.

보아하니 꼭 그럴 것도 아닌데, 이참에 계획 않던 자기네 밭에 심기도 할 겸

아무래도 멀리 주문을 해서 구해준 듯하다.

고맙다.

어찌어찌 일들이 그리된다.


어제 달골 현장을 보고 간 건설회사들에서, 견적이 들어왔다.

아무리 궁리를 해도 물꼬 안에서 엄두를 낼 수 없는 금액이다, 짐작했듯.

지난 23일 한 어르신한테 보낸 글월을 시작으로

바깥의 힘을 빌리기 위한 작업들을 이어간다.

나무날 밤엔 마을의 새 이장님과 앉았다.

여러 어르신들을 만나며 같이 길을 찾을 생각이다.

어쨌든 공적인 일을 수행하는 곳 아니던가.


“무슨 나무예요?”

엊그제 마장순샘이 실어다준 통나무로 곧 영욱샘이 장승 깎으러 온다 했다.

사진을 찍어 보내니 벤지 이태 돼 보인다 한다.

오래 나무를 만지며 익힌 눈썰미이겠다.

낙엽송인가 소나무인가 싶다 하니, 소나무이겠다 하네.

쭈욱쭉 뻗었던가 굽었던가 물었다.

약간 굽은 부위가 있더라.

그러면 소나무일 거라고.

옛적 전주 역할을 하던, 쭈욱 쭉 뻗은 그게 낙엽송이란다.

일 년치 작업물이 밀려있는 벗이다.

그런데도 물꼬 장승 일 먼저 한다고 곧 건너오겠다 했다.

고맙다.

그렇게 시작한 전화가 줄줄이 이어진 밤이다.

논두렁 분들이며 상담전화며 벗의 전화.

변함없는 애정들이 고마운.


의미 있는 영화 한 편 개봉했다; <파울볼>

파울볼이란 타자가 친 공이 파울라인을 벗어난 것.

두 번까지는 스트라이크로 카운트되지만

이후에는 타자에게 계속 타격 기회가 주어진다.

대개의 스포츠에서 파울은 반칙이므로 공격권 회수나 퇴장을 불러오지만

야구에서는 타자가 아무리 많은 파울을 치더라도

책임을 묻기는커녕 외려 끝까지 기회를 준다!

파울을 범한 선수에게 '아직은 괜찮다'라고 말해주는 유일한 스포츠, 야구.

한,미,일 3개국 프로야구 선수 출신 최향남, 국내 프로야구 신인왕 출신 김수경 등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에서부터 헬스 트레이너, 대리 운전기사까지

오직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는 이들이 ‘야신’ 김성근 감독과 만나 꾸린 한국 최초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하지만 창단 3년째인 지난해 KBO 퓨처스리그에 끝내 편입되지 못한 채 해체되고 만다.

영화는 그 3년간의 기록.

지옥훈련을 견뎌내며 프로구단 진출만을 꿈꾸는 선수들은

3년 만에 90승 25무 61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고,

총 31명이 프로구단에 입단하는 기적과도 같은 성과를 이뤄낸다.

어쩌면 이 시대 대한민국에서,

청춘들에게(어디 그들만 그러하더냐) 한 번의 파울조차 '아웃'이 되고 마는 혹독한 그라운더에서,

“괜찮아, 다시 해봐.”가 가능한 파울볼은 위로이거나 반성이 될.

나는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며 기다렸던가...

곧 보러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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