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6.달날. 가는 비

조회 수 803 추천 수 0 2015.04.29 12:14:01


수년 꽃밭에 앉았던 함박꽃이 세가 커졌다.

오래 앉았는 놈이 무서운 법이다.

몇 곳으로 뿌리를 나눴다.

이웃에도 나누어야겠다.


다음 주에 있는 위탁교육 신청 기관에 공문을 보냈다.

아무래도 크게 무너져 내린 뒤란을 해결하지 않고는 아이들을 데리고 있을 수 없겠다고.

가을학기로 미뤄진다.

오늘도 뒤란 건으로 밖에 보낼 문건을 하나 만들고 있는데,

전화가 들어왔다.

엊그제 깎아놓은 장승에 용접하여 발을 달아 세워 놓겠다는 전갈.

이웃의 영욱샘이 대식샘과 함께 오긴 왔는데...

“용접 안 되겠네...”

비 내려서 말이다.

밥 한 끼 나누고팠던 이들, 잘 되었다 하고 밥상을 차린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여름날이면 먹는 월남쌈을

어제도 먹었던 참이라 그 결로 또 차려낸다.

그런 날을 꿈꾸었다

가까운 벗들이 비오는 날 일손을 접고 모여 도란거리는 그런 날.

오늘 그랬네, 농사도, 목공 작업도 밀린 이웃 벗들이었다.

덕분에 그리 하루 쉬어 곡차도 기울이고.

산골살이다웠던.


모여 앉아 얘기를 괜히 하는 게 아니다,

그러다 고민하던 일에 수가 생기기도 하고.

대식형이 이전에 방수 일을 수년 했더란다.

“어, 그래요?”

달골 햇발동 두어 곳 젖는 곳이 있고,

거기 공사를 몇 해 전 뒤란 공사와 함께 맡겼는데,

고스란히 다시 젖고 있었다.

하기야 뒤란을 그 모양으로 해놓고 도망을 가버린 이들이니

그것인들 제대로 했으려나.

아니나 다를까, 베란다며 타일을 뜯어내고 다시 깔고, 틈마다 실리콘을 쏘고 하더니만...

“품앗이 합시다!”

대식형네 밭에 건너가는 일과 다음 주 달날 물꼬 와서 몇 가지 일을 하기로.

된장집 벽면 페인트 일이며,

지난번 흙집 지붕공사를 하고 박은 피스들에 스미는 물을 막기 위해 실리콘 바르는 일이며,

그리고 달골 누수도 잡아보려.

“누수란 게 원래 잡기가 힘들어.

이리도 해보고 저리도 해보고 그러다 잡게 되는 거지.”

일단 예상되는 곳을 실리콘으로 막아보기로 함.


엔진톱도 고쳤다.

영욱샘이 힘 좀 썼네.

페인트 확인하러 비닐하우스 창고 갔다가 마침 보이는 엔진톱이었던 것.

본 김에 제사라,

“(읍내)걸로 가느니 우리 집으로 오세요.”

예취기와 엔진톱에 문제가 생기면 이제 추풍령 영욱샘 댁으로 가기로 한다.

아, 자꾸 꺾이던 달골 햇발동 앞 솔라등도 고쳐준 영욱샘이었다.


돌아들 가는 길,

“어, 비 그쳤네.”

“몇 신데?”

여섯 시가 다 되었다.

“달골 갑시다!”

시간이 그리 걸리는 일은 아니라 했다.

“가자!”

달골 올라 용접하여 발을 달아 장승을 세웠다.

물꼬 부속건물인 달골, 달골 들머리의 창고동 곁에 장승 둘 그리 섰네.

든든도 하다.

거기 오가며 돌 하나씩 쇠 뼈대를 채우면 비로소 완성이라 할 것이지만,

일단 서서 밖을 향해 있다.

“얍, 거기 누구얏, 꼼짝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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